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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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나를 끌어당기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책을 즐기는 나였기에 도대체 책에 미친 바보가 누구였는지 참으로 궁금해서 보게 된 책이었다. 나와 같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수백년전에 살았던 간서치 이덕무에 대한 글들을 모은 것이라니 다시 새삼스러워진다. 옛 사람들이 책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 책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던 것은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간서치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니 놀라움을 넘어서 익살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바보라고 불리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바보가 바로 책에 미친 바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덕무에 삶에 대해 들여다 보게 되었다. 


 실학자로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박제가, 박지원, 유득공 등 유명한 사람이고 이덕무는 그에 속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의 미력한 존재감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다른 방면으로 충분히 유명해 질 수 있는 사람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 당시 세상사람들이 이덕무에 대해 말하길 그의 품행을 제1로, 학식을 제2로, 박문강기를 제3으로, 문예를 제4로 쳤다. 이렇듯 그는 오늘날 그의 문장의 드높음을 사람들이 알아주지만 그보다 더 높은 것이 그의 품행이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사람이 이덕무의 문장을 보며 찬탄을 금치 못했으며 당시 왕이었던 정조도 그의 문장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데 그의 품행은 얼마나 올곧았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그의 생각과 성품, 그리고 그의 아름다우 문장들을 알 수 있도록 여러 옛 책이나 척독(편지글)에서 글들을 뽑아서 엮은 책이다. 그가 살았던 모습과 생각, 문장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덕무는 살면서 2만권에 달하는 책을 보았고 수백권의 책들을 필사했다. 자신을 책에 미친 바보, 즉 간서치라 부르는 사람들의 말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천성적으로 책을 좋아한 그는 옛글을 보는 데 빠져서 남이 부르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고 하니 정말 책을 위해 삶을 사는 것이 아니었을까? 사람이 눈과 코, 귀 등이 있는 것은 마땅히 볼 것을 보고 들을 것을 들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하늘이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당연함이란 하늘이 준 이치를 잃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러한 당연한 일은 공부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마땅히 사람은 공부에 힘써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사람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여 공부에 대한 내린 결론이 상당히 생소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공부에 대한 그의 생각과 태도가 사뭇 뭇 사람들과 다르게 보인다.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글들을 남긴 선비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태도에 대해 엄격했던 정조와 같이 말이다. 


 이덕무는 풍요로운 삶을 살지 못했다. 오늘날 회자되는 다른 선비들과 같이 말이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올곧게 사느라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해야했던 박지원이나 정약용의 삶과 다를게 없었다. 빈궁했지만 고고했으며 항시 책을 보았던 그의 삶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하나를 가지면 또 다른 하나를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현대인의 마음인데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불만을 표하지 않고 추운 밤에 한서를 이불삼아 덮고 논어를 병풍삼아 밤을 보낸 일화는 그런 이덕무의 성품을 아주 잘 드러낸다. 


 책 한권에 행복했으며 가난한 삶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고 자신의 마음과 통하는 지우들과 편지쓰며 본낸 그의 아름다움 삶이 주는 바는 저마다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의 삶이 불행하지 않았다는 것 도리어 행복했으며 누구보다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는 것은 틀림없다. 책에 욕심이 많은 나로선 한 권의 책으로 행복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책이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나도 이덕무처럼 책에 미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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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득록, 정조대왕어록
남현희 엮음 / 문자향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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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고의 자리에 앉아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 중에 하나일 것이다. 더군다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우러러보고 자신의 한 마디에 많은 것을 좌우할 수 있게 되면 그 마약과 같은 힘에 이내 중독되고 마는 것이 인간이다. 한 번 국회의원을 해먹은 사람들이 다음 선거에도 너도나도 나서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권력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것이다. 마치 권력은 늪과 같아서 빠져나오려 할수록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더불어 이 권력이란 놈을 휘두르는 높은 자리에 선 사람은 타락하기 쉽다. 전에 가졌던 생각과 목표는 이내 흐트러지고 자신의 권력에만 짐착을 하게 된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권력의 속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름답지 못한 끝을 본 경우도 많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냐 하면 우리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정조라는 인물은 달랐기 때문이다. 왕의 자리에 있으면서 학문에 힘써 호학군주라는 이름을 얻었는가 하면 백성을 지극히 위했기에 애민군주라는 이름 또한 얻었다. 이러한 정조의 면모를 잘 알아볼 수 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2.

전에 보았던 정조의 비밀어찰첩에서서도 잠시 엿볼 수 있던 진정한 군주 정조의 면모는 이 일득록으로 인해서 더 자세히 나타난다. 일득록은 정조의 어록들을 기록하여 12장으로 구성하며 만든 책이다. 정조가 만든 규장각의 직제학이었던 정지검의 건의로 시작된 것으로 사관의 기록과는 별개로 신하들이 정조의 말씀을 듣고 기억해다가 연말에 그 어록들을 모아서 하나의 책을 엮은 것이다. 정조는 편찬의도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것은 반성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며, 또한 그 기록을 통해 신료들의 문장과 논의도 살펴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만약 지나치게 좋은 점만 강조하여 포장하려 한다면, 그저 덕을 칭송하는 하나의 글이 될 뿐이니, 어찌 내가 이 책을 편집하게 한 본뜻을 어긴 정도일 뿐이겠으며, 뒷날 이 책을 보는 이들이 지금 이 시대를 어떻다 할 것이며, 규장각 신료들을 또 어떻다 하겠는가? 이러한 의미를 규장각 신하들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 -일득록서-


반성이라는 것은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정말 반성하는 삶을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잘못한일이 있었는지 하루하루 반성하여 되돌아보고 고쳐가며 자신을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정조는 직접 어록까지 만들어가며 자신을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이러한 한결같은 면모는 정조의 학문에 대한 태도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정조만큼 많은 책을 보고 학문에 힘을 쓴 왕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세종이 여기에 비할 수 있을까나....정조는 그 바쁜 왕의 자리에서도 한치도 책을 놓치 않았다고 한다. 한치의 시간도 어투 버리지 않았으며 학문에 힘쓰지 않는다고 신하들을 꾸짖기도 했다. 과거에는 같은 일을 손쉽게 처리하였던 관리들이 오늘에 봐서는 같은일을 어렵게 처리하는 것을 그들이 학문에 힘쓰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며 독서에 힘쓰면 책속에서 올바른 길을 찾고 자신들이 힘겨워하던 일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책을 읽는 태도에 대해서도 여간 까다롭지 않을 수 없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오로지 책에만 집중하여 보았으며 누워서 보거나 자세를 불경하게 하고 책을 보는 것을 극히 경계했다. 이부분을 보면서 나 스스로 뜨끔했다. 나는 누워서 책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데.....


3.

정조는 그야말로 올바른 곧은 사람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분이었다. 하루하루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고 고쳐가며 오로지 학문에 힘쓰고 신하들을 다그쳐 독서를 하도록 했으며 정사에 몰두하며 백성들의 삶을 살폈다. 흉년을 걱정하며 내탕고로 백성들을 구휼하였다. 풍년이 들면 전에 흉년으로 갚지못한 환곡까지 다 관리들이 다 갚게 하려 했으나 백성들의 삶을 생각해 갚지 않도록 하고 풍년으로 백성들이 게으름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했다. 매 생활속에서 학문과 백성에만 그 힘을 쏟는 정조였던 것이다. 직접 백성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고초를 듣기도 했다. 이렇게 진정한 군주의 모습으로서 나라를 다스렸기에 그 당시 조선은 태평성대라 할 만큼 나름 평화로운 삶을 백성들이 살았던 것이다. 물론 정조 이후 조선은 급속도로 쇠퇴해갔다. 이런 것을 보면 정조가 조선의 마지막 기운을 붙들고 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4.

정조는 항상 인재의 부족을 한탄했다. 이 사람을 쓰고 다른 자리에느 쓸 사람이 없어서 썼던 이를 또 다시 써야 했을 정도라고 하니 정말 그당시 조선은 정조가 걱정하며 위기라고 했던 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쟁은 계속 되었고 과거급제해서 조정에 나오는 인재는 서울을 위시한 사대부의 후손들이 대다수였으니 말이다. 그나마도 정조라는 위대한 군주 덕에 조선이 그 당시에 위태위태하여 그 형세를 유지했을지도 모른다. 


5.

정조의 어록중에서 인상깊은 것은 자신이 다혈질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는 점이다. 자신이 쉽게 흥분하는 체질임을 알고 있다는 것은 다시말해 스스로를 자신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나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다. 사람은 자신의 단점은 숨기고 장점만을 보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정조는 자신의 입을 통해서 그것을 밝혔으며 나중에 그런 성격으로 인해 격노했을 때 신하들에게 대놓고 욕했다는 기록도 있었다. 상당히 존경스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이 책은 아니지만 전에 보았던 "정조의 비밀편지"에서 정조가 심환지에게 대놓고 아주 못할 말을 했던 기록을 보았다. 하긴 왕도 사람이니까 ....아무튼 우리 역사 속에서 정조는 정말 위대한 인물이라는 것을 밝히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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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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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수처럼 쏟아지는 책속에서 우린 항상 고민하고 좋은 책들을 선택하여 읽는다. 그중에는 좋은 선택도 있고 좋지 못한 선택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조언을 받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검증된 책을 많이 보게 되고 종국에는 그러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수많은 책들속에서 우리는 항상 고민을 한다.  그러다 보니 책들을 담은 책까지 나오기도 하는가 보다. 내가 이렇게 책속에 책들이 있는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책탐"이란 책을 통해서 였다. 그 이후에도 이런 종류의 책들에 대한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알게되고는 간간히 보게되었다. 책을 소개하는 책임에도 그런 책들이 호평받는 것은 유명한 인사들에 의한 책서평들이 담긴 책이 되어서 그럴것이 아닐까 하는 어설픈 생각도 해본다. 이런 책들은 다른 책들과는 새로운 재미가 있다. 저자의 사상적배경이나 저자의 비교적 높은 수준의 감상을 통해서 우리가 읽어야할 책들을 짧고 쉽게 접할 수 있다. 보통 소개되는 좋은 책들중 대다수는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책들이다. 이러한 책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하고 독자들의 사고를 보다 크고 넓은 방향으로 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고전은 해설보다 원전을 끈기있게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견을 생각하면 이렇게 쉽게 명작들의 내용을 파악하고 그 의도를 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일지도 모른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일단 책이 흥미로우니 이러한 논의는 젖혀두기로 하자.


2.

 저자인 유시민은 수많은 사람들이 안다. 그는 유신독재에 반대하여 민주화운동을 하기도 했으며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도이기도 하고 방송인이기도 하며 전정권하에서는 장관도 했던 다양한 이력의 사람이다. 또한 다양한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유시민을 만든 그 기반은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은 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학생운동을 하며 읽었던 책들, 몰래 읽었던 당시의 불온서적들, 학회에서 소개받아 읽은 책 등 다양한 서적들이 인간 유시민의 사상적기초가 되었다. 스스로 러시아의 문학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저자는 비참한 사회를 그려내었던 러시아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상황과 참 닮았다고 여기며 그 작품에 담긴 저자의 저항의식을 바라보았다. 또한 하인리히 뵐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언론에 대해 개탄하기도 했다.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고민이 생길 때마다 보며 그 답을 찾아갔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진정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과 다른 삶을 살았고 자신보다 먼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민하여 답을 찾아갔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밟아가며 진정 자신이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다보면 간간히 나오는 저자의 현실에 대한 개탄과 걱정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나온다. 저자가 보았던 책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닫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대로 이루지 못해서 어찌보면 좌절하는 듯 한 저자의 심정도 느껴진다. 자신의 사상적기반을 책에서 찾았고 이후 사회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변혁시키고자 했지만 실패한 저자의 슬픔이 느껴지는 것은 나뿐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3.

횡설수설한 느낌이다. 어찌되었든 우리가 보통 지도층이라고 보는 인사의 그 사상적기반이 되어준 다양한 책들과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느낌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더불어 저자의 좌절감과 비애도. 해설이 원전보단 쉽게 다가오겠지만 진정한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원전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나도 "전환시대의 논리"라는 책을 빌려왔다. 인간 유시민을 만든 그 사상적 토대를 제대로 엿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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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똑똑한 사람들이 헛소리를 믿게 될까 - 이성을 마비시키는 가짜 합리성에 대항하는 논리학 백신
스티븐 로 지음, 윤경미 옮김, 이종권 감수 / 와이즈베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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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스스로를 대부분 합리적으로 사고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만큼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심지어 누구나 대학을 가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이렇게 나름 상당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기에 스스로를 합리적인 사람이라 생각하고 어떠한 일에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히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속에서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곳에 빠지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이 접한다. 이상한 사이비종교에 빠져 돈을 가져다 바치는 사람들, 일단 들어가기만 어렵지 조금만 버티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으며 다단계에 빠지는 대학생들, 자식이 걸린 병을 종교에 의지해 치료하려는 부모 때문에 결국에는 자식을 죽게 만든 부모들 등 많은 사례속에서 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과연 우리는 똑똑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현대인이 맞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까지 도달하게 된다. 나 스스로도 다단계인줄 모르고 한 업체에 현혹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저 일을 하면 돈이 될까 하는 호기심에 관심을 가졌지만 운 좋게도(?) 귀차니즘으로 인해서 이내 잊어버렸다. 나중에 인터넷을 서핑하다 보니 그 업체가 다단계였고 현혹되지 말라고 하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때문에 나 스스로도 내심 조금은 똑똑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도 나름 많은 책을 보아왔고 대학생인데 왜 이런 현혹에 빠질뻔 했는지 참 궁금했었다. 그러던 차에 읽게 된 이 책은 상당히 놀라운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흥미롭게 보았다. 이 책에서 스스로 합리적이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충분히 미신적 사고나 사람들을 현혹하는 음모와 같은 "지적블랙홀" 에 빠질 수 있다고 서두에서 말하고 있어서 내심 큰 공감을 하게 했다. 


2.

 저자인 스티븐 로는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논리로 철저하게 무장한 사람들로 인해서 자신의 신념체계를 무너뜨리고 현혹되지 않도록 음모론자, 사이비종교인 등 일반인들을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지적블랙홀" 로 빠져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 책을 통해 그들의 논리와 현혹방법에 대해 샅샅히 파헤치고 그에 대한 정신적 백신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는 것이 저자의 의도이다. 읽다보면 무신론과 유신론에 대한 이야기부터 사람들이 UFO를 목격했다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저자는 그들의 현혹방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총 8가지에 이르는 내용들은 상당히 재밌는 명칭을 가지고 있지만 읽어보면 단순히 재미만을 거론하기는 어렵다. 논점의 내용을 흐트러버리는 방식을 비롯해서 논의를 회피하거나 아예 상대방의 주장과 함께 자폭하는 방식 등 대중을 현혹하는 식으로 사람들을 지적블랙홀에 빠뜨린다. 차근차근 살펴보면 결국에는 다 허튼 소리가 되어버린다. 심지어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근거들을 끼어 맞추는 젊은 지구창조론자들의 행태는 도무지 그들이 21세기에 사는 사람들인지 의문이 든다. 그 외에도 과학용어와 철학적 용어들을 섞어서 칼럼이랍시고 내놓은 프랑스의 지식인 펠릭스 가타리의 글까지 나오니 정말 이 세상의 지식인에 대한 회의까지 느낄 정도였다. 


3.

 수많은 사례들과 그에 대한 저자의 논리적 견해는 우리가 이 현대사회를 살면서 왜 비판적사고를 해야하고 자신의 내면적 가치를 지켜야 하고 내 자신만의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뼈져리게 느끼게 했다. 수많은 정보와 유혹의 폭풍속에서 자신의 두 무릎을 굽히지 않고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내 자신은 사라져버리고 남들이 만들어낸 생각과 사고에 매몰되어 결국에는 자아가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일반인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철저한 신념체계와 논리속에서 허우적되어 지적블랙홀에 빠지지 않기 위하도록이지만 나는 그보다 이 세상을 살면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정신체계의 담이 허술하다는 것은 다시말해서 자신만의 생각이 부족한 것이고 그것은 타인의 현혹이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는 말이기도 하다. 타인의 사상에 묻혀버리지 않고 자신의 자아를 확고하게 가지고 살아야 진짜삶을 사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자신만의 사고를 하며 내면에 튼튼한 토대를 쌓아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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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트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5 ㅣ 로마사 트릴로지 2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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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작인 임페리움을 워낙 흥미진진하게 보았기에 이 두번째 로마사이야기 루스트룸도 기대가 컸다. 특히나 내가 작품으로만 대충 알고 있던 키케로를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역사와 가상이 합쳐진 팩션인 글이지만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게 근거하여 재구성된 로마사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딱딱하고 고정된 이미지였던 로마의 모습이 생생하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탈바꿈되어 나타나 나도 모르게 이 글의 주인공인 키케로가 되어 위기에 걱정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에 탄성을 절로 지르게 되었다. 


2.
이 글의 주인공은 키케로라는 로마의 한 인물이지만 그것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인물은 티로이다. 노예인 티로를 통해서 객관화되고 최대한 주관이 배제되어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과 로마인들의 모습을 보다 우리가 역사적 사실앞에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도움을 준다. 물론 극중 인물인 티로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것이긴 하지만 최대한 사심이 없이 기술된 이야기는 독자에게 도움이 되었다. 전작의 서평에서 내가 말했듯이 이 티로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은 상당히 흥미롭다. 역시나 이 루스트룸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쓰여져 그 흥미를 잃지 않도록 했다. 임페리움에서 맨손으로 일어난 키케로가 결국에는 집정관이라는 최고의 자리까지 가는 동안의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는 영웅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면 이 후속작에서는 그와 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약간 암울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3.
역사적 기록을 보면 키케로는 폼페이우스의 편에 섰지만 결국엔 카이사르에 의해 실각하고야 만다. 그러한 일련의 자세한 과정은 잘 몰랐지만 이 책을 통해서 보다 상세하고 자세하게 할 수 있었다. 집정관이 되어서도 여러차례의 위기를 극적으로 극복하지만 결국에는 키케로도 화무십일홍이라는 고사가 있듯 그 임페리움을 가진 자리, 다시말해서 권력을 잃고 실각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나게 된다.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는 간단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책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에서는 언제까지나 적과 아군이 같을 수 없다라는 사실이 가장 먼저 내게 다가온다. 글 속에서 키케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서로 죽이지 못해 다투던 정적과 다시 연합하기도 하고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친우이자 조언자인 세르비우스를 배신하여 뒤통수를 때리기도 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야합과 분열들이 이루어졌다. 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참 신기한 곳이 정치판이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문장으로만 알던 문구가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뇌리속에 각인 되기도 했다. 역시 인간은 한없이 악인이 될 수도 선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그리고 수천년전의 로마의 모습이나 오늘날의 현대사회의 모습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사람이 사는 곳은 다 같다라는 흔한 문장이 떠오른다. 로마는 신분의 차별이 있다 뿐이지 그 삶의 모습은 똑같았다. 바람피우는 배우자, 돈을 탐하는 원로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하는 정치인, 거지, 건달 등 글 속에서 나오는 사회의 모습은 정말 현대의 모습을 빼다 박은듯 했다. 이러한 것을 보면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4.
티로를 통해서 본 키케로의 모습은 권력을 탐하는 단순한 인간을 그리고 있다. 아무런 이점도 없던 키케로였다. 가문도 명문가가 아닌 평범한 집안이었고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원로가 되기 위해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돈과 결혼했으며 베레스의 재판을 통해서 일생일대의 도박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수많은 역경과 좌절을 극복하고 집정관이 되고 나중에 반란자들을 사전에 제압해서 국부라는 칭호까지 얻은 그야말로 자수성가의 정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성공한 키케로는 일순간 자만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삼두괴물앞에 결국은 무릎을 꿇게 되고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딸 툴리아의 결혼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가정적인 인간도 키케로였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꺼히 친구를 배신하는 자는 키케로였다. 권력의 정점에 서서 오만에 빠진 자는 키케로였고 좌절속에서 허우적대는 자는 키케로였다. 모든 모습이 인간의 다양한 본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나는 이런 모습에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 인간의 모습이나 오늘날의 인간의 모습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인간의 탐욕도 그대로, 인간의 갈등도 그대로, 인간의 고뇌도 그대로였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알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 역사이다. 아무리 인간이 똑똑해지고 문명을 발전시켜도 인간은 한결같은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개인 스스로가 보다 나은 길을 택함으로서 가정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이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보노라면 회의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언제나 탐욕스럽고 이기적이고 개걸스럽다. 우리가 나아진다고 생각하는 사회는 진보하지 않는다. 다만 반복될 뿐이다. 한순간 전보다 좋은 사회를 이루더라도 인간은 타락하고 사회도 타락하고 세상도 타락한다. 그렇게 되면 또 인간은 또다른 재앙을 맞는다. 후에 다시 반복된다. 역사는 반복되고 진보하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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