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트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5 로마사 트릴로지 2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1.
전작인 임페리움을 워낙 흥미진진하게 보았기에 이 두번째 로마사이야기 루스트룸도 기대가 컸다. 특히나 내가 작품으로만 대충 알고 있던 키케로를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역사와 가상이 합쳐진 팩션인 글이지만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게 근거하여 재구성된 로마사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딱딱하고 고정된 이미지였던 로마의 모습이 생생하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탈바꿈되어 나타나 나도 모르게 이 글의 주인공인 키케로가 되어 위기에 걱정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에 탄성을 절로 지르게 되었다. 


2.
이 글의 주인공은 키케로라는 로마의 한 인물이지만 그것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인물은 티로이다. 노예인 티로를 통해서 객관화되고 최대한 주관이 배제되어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과 로마인들의 모습을 보다 우리가 역사적 사실앞에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도움을 준다. 물론 극중 인물인 티로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것이긴 하지만 최대한 사심이 없이 기술된 이야기는 독자에게 도움이 되었다. 전작의 서평에서 내가 말했듯이 이 티로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은 상당히 흥미롭다. 역시나 이 루스트룸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쓰여져 그 흥미를 잃지 않도록 했다. 임페리움에서 맨손으로 일어난 키케로가 결국에는 집정관이라는 최고의 자리까지 가는 동안의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는 영웅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면 이 후속작에서는 그와 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약간 암울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3.
역사적 기록을 보면 키케로는 폼페이우스의 편에 섰지만 결국엔 카이사르에 의해 실각하고야 만다. 그러한 일련의 자세한 과정은 잘 몰랐지만 이 책을 통해서 보다 상세하고 자세하게 할 수 있었다. 집정관이 되어서도 여러차례의 위기를 극적으로 극복하지만 결국에는 키케로도 화무십일홍이라는 고사가 있듯 그 임페리움을 가진 자리, 다시말해서 권력을 잃고 실각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나게 된다.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는 간단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책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에서는 언제까지나 적과 아군이 같을 수 없다라는 사실이 가장 먼저 내게 다가온다. 글 속에서 키케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서로 죽이지 못해 다투던 정적과 다시 연합하기도 하고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친우이자 조언자인 세르비우스를 배신하여 뒤통수를 때리기도 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야합과 분열들이 이루어졌다. 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참 신기한 곳이 정치판이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문장으로만 알던 문구가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뇌리속에 각인 되기도 했다. 역시 인간은 한없이 악인이 될 수도 선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그리고 수천년전의 로마의 모습이나 오늘날의 현대사회의 모습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사람이 사는 곳은 다 같다라는 흔한 문장이 떠오른다. 로마는 신분의 차별이 있다 뿐이지 그 삶의 모습은 똑같았다. 바람피우는 배우자, 돈을 탐하는 원로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하는 정치인, 거지, 건달 등 글 속에서 나오는 사회의 모습은 정말 현대의 모습을 빼다 박은듯 했다. 이러한 것을 보면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4.
티로를 통해서 본 키케로의 모습은 권력을 탐하는 단순한 인간을 그리고 있다. 아무런 이점도 없던 키케로였다. 가문도 명문가가 아닌 평범한 집안이었고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원로가 되기 위해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돈과 결혼했으며 베레스의 재판을 통해서 일생일대의 도박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수많은 역경과 좌절을 극복하고 집정관이 되고 나중에 반란자들을 사전에 제압해서 국부라는 칭호까지 얻은 그야말로 자수성가의 정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성공한 키케로는 일순간 자만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삼두괴물앞에 결국은 무릎을 꿇게 되고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딸 툴리아의 결혼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가정적인 인간도 키케로였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꺼히 친구를 배신하는 자는 키케로였다. 권력의 정점에 서서 오만에 빠진 자는 키케로였고 좌절속에서 허우적대는 자는 키케로였다. 모든 모습이 인간의 다양한 본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나는 이런 모습에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 인간의 모습이나 오늘날의 인간의 모습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인간의 탐욕도 그대로, 인간의 갈등도 그대로, 인간의 고뇌도 그대로였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알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 역사이다. 아무리 인간이 똑똑해지고 문명을 발전시켜도 인간은 한결같은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개인 스스로가 보다 나은 길을 택함으로서 가정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이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보노라면 회의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언제나 탐욕스럽고 이기적이고 개걸스럽다. 우리가 나아진다고 생각하는 사회는 진보하지 않는다. 다만 반복될 뿐이다. 한순간 전보다 좋은 사회를 이루더라도 인간은 타락하고 사회도 타락하고 세상도 타락한다. 그렇게 되면 또 인간은 또다른 재앙을 맞는다. 후에 다시 반복된다. 역사는 반복되고 진보하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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