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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똑똑한 사람들이 헛소리를 믿게 될까 - 이성을 마비시키는 가짜 합리성에 대항하는 논리학 백신
스티븐 로 지음, 윤경미 옮김, 이종권 감수 / 와이즈베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1.
우리는 스스로를 대부분 합리적으로 사고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만큼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심지어 누구나 대학을 가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이렇게 나름 상당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기에 스스로를 합리적인 사람이라 생각하고 어떠한 일에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히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속에서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곳에 빠지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이 접한다. 이상한 사이비종교에 빠져 돈을 가져다 바치는 사람들, 일단 들어가기만 어렵지 조금만 버티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으며 다단계에 빠지는 대학생들, 자식이 걸린 병을 종교에 의지해 치료하려는 부모 때문에 결국에는 자식을 죽게 만든 부모들 등 많은 사례속에서 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과연 우리는 똑똑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현대인이 맞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까지 도달하게 된다. 나 스스로도 다단계인줄 모르고 한 업체에 현혹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저 일을 하면 돈이 될까 하는 호기심에 관심을 가졌지만 운 좋게도(?) 귀차니즘으로 인해서 이내 잊어버렸다. 나중에 인터넷을 서핑하다 보니 그 업체가 다단계였고 현혹되지 말라고 하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때문에 나 스스로도 내심 조금은 똑똑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도 나름 많은 책을 보아왔고 대학생인데 왜 이런 현혹에 빠질뻔 했는지 참 궁금했었다. 그러던 차에 읽게 된 이 책은 상당히 놀라운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흥미롭게 보았다. 이 책에서 스스로 합리적이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충분히 미신적 사고나 사람들을 현혹하는 음모와 같은 "지적블랙홀" 에 빠질 수 있다고 서두에서 말하고 있어서 내심 큰 공감을 하게 했다.
2.
저자인 스티븐 로는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논리로 철저하게 무장한 사람들로 인해서 자신의 신념체계를 무너뜨리고 현혹되지 않도록 음모론자, 사이비종교인 등 일반인들을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지적블랙홀" 로 빠져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 책을 통해 그들의 논리와 현혹방법에 대해 샅샅히 파헤치고 그에 대한 정신적 백신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는 것이 저자의 의도이다. 읽다보면 무신론과 유신론에 대한 이야기부터 사람들이 UFO를 목격했다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저자는 그들의 현혹방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총 8가지에 이르는 내용들은 상당히 재밌는 명칭을 가지고 있지만 읽어보면 단순히 재미만을 거론하기는 어렵다. 논점의 내용을 흐트러버리는 방식을 비롯해서 논의를 회피하거나 아예 상대방의 주장과 함께 자폭하는 방식 등 대중을 현혹하는 식으로 사람들을 지적블랙홀에 빠뜨린다. 차근차근 살펴보면 결국에는 다 허튼 소리가 되어버린다. 심지어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근거들을 끼어 맞추는 젊은 지구창조론자들의 행태는 도무지 그들이 21세기에 사는 사람들인지 의문이 든다. 그 외에도 과학용어와 철학적 용어들을 섞어서 칼럼이랍시고 내놓은 프랑스의 지식인 펠릭스 가타리의 글까지 나오니 정말 이 세상의 지식인에 대한 회의까지 느낄 정도였다.
3.
수많은 사례들과 그에 대한 저자의 논리적 견해는 우리가 이 현대사회를 살면서 왜 비판적사고를 해야하고 자신의 내면적 가치를 지켜야 하고 내 자신만의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뼈져리게 느끼게 했다. 수많은 정보와 유혹의 폭풍속에서 자신의 두 무릎을 굽히지 않고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내 자신은 사라져버리고 남들이 만들어낸 생각과 사고에 매몰되어 결국에는 자아가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일반인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철저한 신념체계와 논리속에서 허우적되어 지적블랙홀에 빠지지 않기 위하도록이지만 나는 그보다 이 세상을 살면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정신체계의 담이 허술하다는 것은 다시말해서 자신만의 생각이 부족한 것이고 그것은 타인의 현혹이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는 말이기도 하다. 타인의 사상에 묻혀버리지 않고 자신의 자아를 확고하게 가지고 살아야 진짜삶을 사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자신만의 사고를 하며 내면에 튼튼한 토대를 쌓아야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