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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 백성의 편에서 세상을 바꾼 휴머니스트
임채영 지음 / 북스토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고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와 동시에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도 크나큰 관심을 갖게 되어서 나름대로 글을 잘 써보려고 하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글은 잘 나오지 않는다. 일상생활 속에서 가끔씩 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오늘은 왠지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나에게 연암은 마음속 방향을 찾아주는 등대와도 같다. 처음에는 열하일기라는 고전으로만 알던 상태에서 점차 연암 박지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연암의 글이 매우 빼어나고 인물 자체로도 위대하다고 추앙받아 마땅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더더욱 내 관심은 커져만 갔고 연암에 대한 책들도 몇 권 읽었다. 알면 알수록 흥분과 기쁨이 샘솟듯 넘쳐왔다. 처음에는 문장의 아름다움과 빼어남을 얕은 지식으로나마 알게 되어 놀랐고 연암의 인품과 그 올곧은 기상은 참으로 거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연암에 대한 내 마음은 켜져만 갔다. 비록 지금은 글로나마 만날 수밖에 없는 연암을 이 소설을 통해 본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비록 역사적 사실과 약간의 허구로 재구성된 연암의 모습이지만 그가 지나왔던 발자취를 따르며 마음껏 상상할 수 있어 기쁘다.
연암은 조선후기의 인물로서 그 뛰어난 문장으로 인해서 그 위명이 많이 알려져 있다. 이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열하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문장으로만 연암을 안다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눈을 만지고 코끼리의 모습에 대해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단순히 문장만 뛰어나다고 칭송하는 것은 연암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연암이 서양의 대문호 세익스피어와도 비견될 인물임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아름다운 문장이 빛을 발하는 것은 그의 올곧고 한결같은 인품이 뒷받침하기에 그런 것이다. 단순히 말해 문장은 뛰어나지만 그의 사람됨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박할 뿐 아니라 그의 문장에 대해서도 그다지 높은 평가를 해주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연암은 그의 성품은 올곧았으며 특히 백성을 위하는 한결같은 마음이 있었기에 오늘날에도 우리가 그의 문장을 칭송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도 나오는 안의현에 부임하여 바로 포흠을 척결하고 도둑을 잡는 등의 일화는 실제로 있던 역사적 사실이다. 내가 전에 보았던 연암에 대해 그의 아들 박종채가 쓴 책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관직에 있으면서 항상 백성을 위하고 백성들이 고초를 겪지 않도록 항시 신경 썼던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우리나라의 공무원과 참 대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문장만이 아니라 백성을 위하는 연암의 참 모습을 알고 그의 문장을 바라봐야 그의 문장에 담긴 깊은 의미와 뜻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연암의 백성을 위하는 마음속에서 우리가 위정자의 마음가짐을 볼 수 있었다면 다른 일화를 통해서 연암의 공직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알 수 있다. 연암이 공직에 있었을 당시 승진을 할 시기가 다가왔다. 연암은 본래 6일이란 근무일수가 더 지나야 승진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 6일 정도는 누구나 눈감아 주고 승진명단에 넣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연암은 자신의 근무일수가 모자르다는 것을 알고 승진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후 몇 개월을 더 근무한 후에야 승진을 했다. 어찌보면 너무나 고지식한 것이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연암의 올곧은 성품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누구나 며칠쯤은 하는 생각에 자신의 이름을 넣고 승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해진 규칙에 조금씩 관대해진다면 이후 큰 것에도 관대해지는 것이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공무원이 갖추어야할 대쪽 같은 우직함이 여기에 있다.
내가 연암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은 알고 있어서 상당히 흥미롭게 보았는데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죽월의 존재였다. 죽월이라는 관기에 대한 기록은 내가 아는 한 없다. 아마도 저자가 소설이라는 형식이기에 가상의 인물을 넣은 듯하다. 본래 소설 속에서 애정이란 주제는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이다. 독자의 호기심과 몰입도를 높혀 주는 것이기에 이 죽월이라는 존재를 넣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생각인 것 같다는 생각에 좀 더 생각을 해 보았다. 서문에서 저자는 연암의 문장의 빼어남은 워낙 잘 알려져 있기에 그리 큰 비중으로 다루지 않고 연암이 백성을 위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다 비중 있게 다루었다고 한다. 문장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의 연암을 그리기 위함이니 아마도 죽월이란 인물의 연암의 가족에 대한 그 마음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넣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암은 부인이 죽자 그에 대한 애통함을 표현한 시를 지었다고 하나 지금은 전하지 않는다. 이후 후실을 들이라고 주변에서 권했으나 들이지 않았다. 이 책에서도 죽월과 연암의 대화 속에서 자신이 왜 죽월을 받아들이지 않는지 그 마음이 잘 드러난다. 상당히 연암에 대해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이 부분이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해도 연암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휴가를 맞이하여 가족과의 대화에서 가족을 위하는 그 마음과 올곧음이 잘 드러난다.
연암은 글을 배제해놓고도 인물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인물이다. 그의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태도, 서얼에 관계없이 뜻이 맞는 지우들과 격이 없이 지낸 성품, 공직에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항시 백성을 위해 고심하고 노력하던 모습, 말과 행동이 일치하던 한결같은 모습들을 보면 절로 연암에 대한 존경심이 솟을 것이다. 뛰어난 문장을 쓰던 연암도 백성을 사랑하던 연암도 말과 행동이 일치하던 연암도 다 같은 연암이란 인물의 모습일지니 오늘날 우리는 그토록 위대한 인물의 발자취를 좇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