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소설 속 역사 여행 - 개정증보판
신병주.노대환 지음 / 돌베개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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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집에서 상당히 떨어진 서점에 혼자서 돈을 가지고 찾아가곤 했다. 한 권에 2,3천원하던 만화책이 그 당시는 얼마나 재미가 있던지 돈이 생기기만 하면 서점에 가서 책을 사곤 했다. 그 당시에 내가 샀던 책들이 지금은 다 없어지고 보이지 않지만 어떤 책인지는 아직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그다지 두껍지는 않았고 만화로 우리고전소설들을 그려놓은 책이었다. 전우치전, 인현왕후전 등 다양한 소설들을 만화로 그려낸 그 책들이 정말 나를 흥미진진한 고전소설의 세계로 빠뜨렸다. 도술을 부리던 전우치가 탐관오리들을 혼내주고 백성들을 구해주는 이야기는 정말 환상 그 자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쉽게도 그 이후에 오랜시간 동안 나는 우리고전에 대해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고전소설에 대한 책을 보니 이런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참으로 반갑기도 했다. 두 명의 저자가 만들어낸 이 책은 고전소설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라보자는 생각에서 쓴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전소설들의 내용들을 통하여 당시가 어떤 사회였는지 알 수 있도록 친절하고 자세하게 풀어가고 있다.


  단순히 고전소설들의 줄거리만을 나열하는 식의 책이 아니라 고전소설의 내용을 통하여 그 시대상을 들여다보고 어떠한 배경에서 이 소설들이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소설속에 담긴 의미를 무엇인지를 흥미롭게 풀어가고 있어서 누구나 읽고서 흥미를 가지게끔 쓰여진 책이라서 상당히 좋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허생전이라든가 전우치전, 심청전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들이 더욱 흥미를 끌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나 심청전의 실재모델이라든가 그 행적을 추적하는 내용은 상당히 놀라웠다. 흔히 소설은 당시 사회를 반영하는 것을 알고 있긴 하지만 심청전의 심청이가 실제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의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로도 자주 만들어지는 춘향전의 주인공이 실존했다는 사실도 정말 놀랍기 그지없었다. 교과서에서 나오는 그러한 역사가 아니라 그렇게 대대로 전승되어온 우리고전을 통하여 바라본 역사는 참으로 재밌다. 밋밋한 느낌만 주는 역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를 탐구하게 만들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러한 재미있는 요소를 통하여 독자에게 흥미를 주지만 이러한 소설의 이면에 담긴 당시 사회상은 실로 진지하게 다가온다. 설공찬전은 글에 담긴 귀신이라는 요소 때문에 금서가 되었다. 옹고집전에는 조선시대에 배척받는 불교에 대한 모습이 담겨있기도 하다. 또, 은애전을 통해서 (여인의)정조를 증명하기 위해 살인을 한 여자가 무죄 방면되는 실로 놀라운 일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소설 속에서 당시의 사회가 어떠한 이념과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를 이 책은 알려준다. 우리가 재미있는 것으로만 여기는 고전소설에 담긴 진지한 의미를 우리는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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