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과정에 있는 부부의 그간의 이야기를 참 지루하게도 써냈다.

결혼 생활에 대한 남녀의 분명한 입장차를 드러내 보인점은 나름 좋게 평가해 줄 수 있겠으나 문학작품을 읽을때 기대하는 마음의 움직임이나 공감의 감정이 일지 않는다.


내 부인은 너무 나쁜여자였어, 나처럼 착하고 모범적인 사람을 이토록 분노하게 하는 저여자야 말로 나쁜여자야 하며 친구들한테 등신같이 아내욕을 하고다니는 남자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마지막 챕터에서 반전으로 일하는 여성이자 아내이자 엄마의 역할을 모두 소화해내느라 허덕이며 사는 여자의 입장이 드디어 등장하며 저 징징거리는 놈이야말로 지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놈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그에 따른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찝찝한 점이 많다. 남편과 위기가 온다고 애들 친구 아빠와 불륜을 하는건 좀 아니지 않나?


별다른 서사 없이 인물들의 불평, 불만, 인생이 왜 이모양 이꼴이 되었을까? 따위의 우물거림을 쏟아내는 방식을 택하는 소설들에서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힘은 위트있거나 공감할 수 있는 생각들이 가득한 문장들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선 너무너무 지루한 투덜거림,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결혼 생활의 디테일들이 장황하게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게다가 너무 길어!! 


반쯤 읽다가 그동안 읽은 시간이 아까워서 결말이라도 보려고 후루룩후루룩 영혼없이 읽으면서 마지막장을 덮긴 했다. 끝까지 이토록 재미가 없다니...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만약 이 소설의 의도가 찌질한 남자의 지루하고 자기 연민 가득한 징징거림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성공한 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뭐가 되었든 재미가 없는건 마찬가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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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를 봤다.

꽤 재밌게 봤는데 영화만 봐서는 약간의 해소되지 못한 갈증이 남아서 소설을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에드워드가 쓴 소설이 나오는 장면들은 다 재밌었다. 문제는 수잔의 현재와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와닿지 않아서 원작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영화 첫 오프닝부터 이 장면을 굳이 왜 넣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그 첫장면과 이 내용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냥 감독이 주인공 직업이 아트디렉터라는걸 보여주고 싶어서 넣은 건가? 강렬한 첫인상을 주고 싶었나? 

그래서 원작은 어떤가 찾아봤더니 주인공의 직업이 소설과는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수잔의 현재 설정은 원작이랑 다르게 간거다. 이 부분은 원작을 읽어본다고 해도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뭐 그래도 소설은 읽어보기로 했다. 근데 번역서 출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 할 수 없이 원서를 봐야하나 하고 살짝 고민하고 있는데 교보에서 원서세일을 하고 있는걸 발견. 그래서 냉큼 샀다ㅋㅋㅋ 싸서 샀긴 했는데 막상 사고보니 이걸 언제 읽게될지 또 모르겠네



다시 영화이야기로 가서,

아무튼 영화는 흡입력있게 재밌었다.

근데 끝까지 보다보니 드는 의문이 있었다. 소설을 다 읽고나서 수잔은 에드워드랑 다시 만날 생각을 하는데 그런 마음이 생기는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었다. 에드워드가 쓴 소설은 분명 수잔한테 너때문에 나 이렇게 상처 받았다고 알리는 절절한 복수의 일종이다. 

그런데 그걸 알고 있는 수잔이 에드워드를 다시 만날생각을 한다? 섹시하게 차려입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남편을 기다리는 그녀의 행동이 나는 불안했다. 수잔은 전남편이 좀 이상하단 생각은 전혀 안 드는 걸까? 나라면 끔찍할거 같은데......

일단 나는 이런 소설을 보낸 전남편이 무서울거 같다. 아직도 나를 이렇게 미워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어떻게 만날 생각을 할 수가 있어! 

이 부분도 원작은 어떻게 설명하는지 궁금하다.



결론은 어쨌든 책이 오면 조만간에 읽긴 해야겠구나가 되는 건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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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원작보다 영화 ^ㅅ^

망고 2021-09-27 19:05   좋아요 1 | URL
오 그런가요? ㅎㅎㅎ 톰 포드가 역시~
 
위대한 미국 소설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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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지금 뭘 읽은 거지? 이 난장판은 다 뭐지? 이거 소설 아니고 무슨 엄청 시끄럽고 뒤죽박죽인 말도 안 되는 스포츠 애니메이션 한편 본거 같은데?’

필립 로스가 창조해 낸 거대한 농담 속을 이리저리 정신없이 휩쓸려 다니다가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이다. 그리고 조금 정신을 차린 후 든 생각은 역시 작가라면 600페이지짜리 뻥 정도는 너끈히 쳐줘야 탁월한 이야기꾼 소리 듣는 구나 싶었다. 대단하다 대단해

 

 

미국 메이저리그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그리고 패트리어트리그 이렇게 세 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스미티라는 노인이 있다. 그의 이런 주장은 현재 요양원에서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고 미치광이 취급을 받는다. 과거 스포츠기자 출신으로 그 역사의 현장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스미티는 패트리어트리그의 몰락과 그것에 일조한 거대한 음모와 여전히 진행 중인 진실에 대한 침묵과 역사 지우기라는 범죄행위에 맞서서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위대한 미국 소설을 쓰기로 한다.

 

패트리어트리그 꼴찌팀 먼디스는 1943년 전쟁이 한창일 때 미 국방성에 홈구장을 팔아넘긴다. 홈구장 없는 팀이 된 먼디스는 전국을 돌며 원정경기를 다니는 유랑극단 같은 팀이 되어버린다. 이 소설의 거의 주인공급인 이 팀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오합지졸에 선수로서 부적격한 신체와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구단주가 오로지 돈 때문에 좋은 선수들을 다 팔아버리고 가장 선수 같지 않은 선수들만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의족을 단 포수, 한쪽 팔이 없는 타자, 난쟁이 다혈질 투수, 너무 나이가 많아서 경기 내내 졸고 있는 선수에 범죄자 출신 선수도 있고 관절이 아파서 공 던질 때 마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선수에 14살밖에 안된 실력도 없는 꼬맹이에 진짜 별 이상하고 기이한 선수들이 왕창 모여 있는 팀이다.

먼디스팀의 경기는 늘 엉망진창 그 자체고 지는 걸 밥 먹듯이 하는데 상대팀들이라고 딱히 그리 멀쩡해 보이진 않는다. 흥행만 되면 뭐든 하는 미친 것 같은 다른 팀의 구단주는 난장판 경기를 주도하고 왕년엔 루키 선수들을 꼬시고 다녔던 미모의 구단주는 지금 패트리어트리그에 소련의 스파이가 있다며 걱정한다. 과거에 패트리어트리그의 역사 속으로 사라진 다혈질 투수와 정의로운 심판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경기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렇게 우당탕탕 덜커덕덜커덕하는 기괴한 패트리어트리그는 소련 스파이의 등장으로 빨갱이 색출이라는 광풍에 휩쓸리면서 종착점으로 달려간다. 스파이의 공작으로 먼디스팀 선수 전원이 소련 스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한바탕 심문과 구속이 집행되고 엉뚱한 영웅이 탄생하며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고 빨갱이 색출로 인기를 얻은 정치세력이 득세한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로 인해 패트리어트리그는 불명예스럽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도 못 한 채 아예 페이지가 뜯겨져 나가 버리는 운명에 처한다. 패트리어트리그의 홈 타운들은 그 도시이름마저 바꿔버려서 모든 흔적을 지워버린다. 그렇게 이젠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사라져버린 없었던 일이 되어버린다.

 

 

진실은 소설보다 더 기이하다라고 스미티는 말한다. 이 거대한 농담 같은 소설이 의도하는 바는 역시 소설보다 더 기이한 현실에 대한 풍자다. 매카시즘에 대한 풍자는 너무나 자명해 보이고 패트리어트(애국자)라는 리그의 이름이 거짓의 위력에 패하여 망각 속으로 사라졌다는 설정은 필립 로스가 미국의 현대사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내는 장치다

구단주에 의해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선수들은 자본이 가리키는 대로 살수밖에 없는 바로 미국의 시민들을 상징할 것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최약체의 선수들만 모여 있는 먼디스팀은 그야말로 권력자의 관심 저멀리 어딘가에 있는 서민들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평소에는 관심밖의 오합지졸들이다가 권력이 필요할때 그 누구보다 이용해먹기 좋은 사람들로 변신한다는 현실을 이 소설이 빗대어 말해주고 있다. 누명씌워 희생시키거나 권력의 광고판 노릇을 하거나 이러저리 휩쓸려 다니다가 결국엔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그런일이 없었던 것처럼, 그런 산제물들은 없었던 것처럼 내숭을 떠는 역사에 작가는 조소를 보내며 이 이야기를 써내려간 것이리라.


 

 

이 모든 비판과 풍자를 야구를 통해서 전하는 작가의 에너지에 박수를 보낸다. 한편으론 야구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이런 소설을 썼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야구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 소설은 재밌게 읽었다. 필립 로스가 만들어낸 뻔뻔하고 천연덕스러운 뻥의 세계에 한껏 취했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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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접어든 유명한 연극배우 액슬러는 갑자기 한순간에 연기의 재능이 사라졌다. 무대에서 더 이상 예전같이 연기를 할 수 없게 되고 관객들도 배우의 연기에 더 이상 감동하지 않는다. 마술같이 갑자기 그렇게 재능이 사라졌고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게 된다. 이에 액슬러는 한동안 우울증에 빠져 자살충동을 느끼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한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싶었다. 현실에서도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가 퇴직을 하게 되면 우울증에 걸리고 삶의 의욕을 잃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어떤 심정인지는 알 거 같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 있어 특이한 점은 연기를 못 하게 된 후 정신적 고통을 겪는 와중에 옆에 있어 줄 하나 뿐인 가족인 부인이 그 고통은 혼자서 감내하라며 그만 떠나버린다는 거다. 이것만 봐도 액슬러의 그간의 삶을 나는 좀 알거 같았다. 그는 연기가 자신의 인생의 전부라고 했다. 현실에서도 연기를 하며 살고 무대에서도 연기를 하며 살았다고도 했다. 현실과 무대 어느 쪽에서도 그는 배우였다. 그런 사람에게 진정한 관계란 것이 존재 할 수 있었을까? 누구보다 가까이 있어야 할 가족에게 조차도 연기를 하며 살았다면 부인이 그가 가장 힘들 때 떠나버린다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는 그동안 현실의 남편 역을 연기했을 뿐일 테니까...

 


정신병원에서 퇴원하고 나서 혼자 적적하게 지내던 중에 다시금 그가 연기력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다. 친구의 딸 페긴과 사귀면서 돈 많고 성에 개방적이고 25살 연상의 너그러운 애인 역할을 연기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러자 다시 삶의 의욕이 솟는다. 페긴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질 수도 있다는 희망까지 솟아난다. 하지만 원래 레즈비언이었던 페긴은 액슬러와의 이성애 실험에서 자신의 성향만 더 똑똑히 확인하고서는 그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모든 희망이 꺾인 인물이라는 현실에서의 마지막 연기를 불태우고 있는 액슬러는 이제 비극적인 결말만 남겨두었다. 그는 기꺼이 스스로 그 결말을 연기하고 생을 마감한다.

 


삶을 하나의 커다란 무대처럼 연기를 하며 살았던 한 인간의 전락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면 될까? 연기가 현실이 되어버린 배우의 비극적인 삶이라고 해야 되나?

액슬러라는 인물이 두루 공감 받는 보편적인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통해 사실 우리도 모두 이렇게 연기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라는 성찰까지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생을 연기하며 살았던 사람의 삶의 마지막은 옆에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텅 빈 무대 (사실은 다락방)였다는 결말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떤 명연기로도 옆에 사람을 둘 수는 없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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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고님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해피 추석~


∧,,,∧
( ̳• · • ̳)
/ づ🌖

망고 2021-09-19 13:35   좋아요 0 | URL
스콧님도 송편 맛있게 드시고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항상 소개해 주시는 좋은 음악 잘 듣고 있어요^^
 



추석 연휴 전 책이 왔다.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추석빔으로 책 사니까 기분이 좋네






도서관에서 빌려읽은 김유담 작가의 "이완의 자세". 

작가이름 기억해야지. 이 소설 너무 좋았다. 

목욕탕 때밀이 엄마와 딸의 이야기. 

목욕탕이란 곳은 모두가 이완의 자세를 취하며 쉬다 가는 곳인데, 그런 공간에서 뻣뻣하게 긴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마음을 헤집는 문장들도 참 좋았고 주위에 있을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점도 좋았다.

조만간 이책도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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