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황유식 감독, 이나리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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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아저씨'같은 영화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분명하지만 그런 건 흠이 아니다.

 

하지만 시대착오적인 액션과 시대착오적인 설정, 시대착오적인 연기...
만약 영화가 괜찮다면 주인공의 혼이 담긴 액션으로 발연기를 잊을 수 있고, 개연성 없이 단순무식한 줄거리도 우직함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책이 없다. 뭐라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책을 읽는 연기, 희로애락을 알아차릴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표정, 쌍팔년도 분위기 물씬 나는 대사들, 닿지도 않았는데 고개가 돌아가고 먼지가 날리는 액션...
제작비 8천만 원에 주인공은 무보수 출연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제작비가 8억, 80억이라면 좀 더 나았을까...

 

이보다 더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 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같은 작품과 비교할 생각은 없다.
비교 자체만으로도 류승완 감독에게 크나큰 수치가 될 테니까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아저씨'같은 작품들이 '글라디에이터'급으로 보일테고, 견자단의 영화들은 '벤허' 수준으로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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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매튜 본 감독, 마이클 패스벤더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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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킥 애스' 때도 그랬지만 확실히 매튜 본 감독의 작품은 군더더기가 없으며, 적절한 감동과 적절한 액션을 절묘하게 버무려 놓은 훌륭한 작품들이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는 지금까지 등장한 작품들 중 최고의 프리퀄이다.
이 작품이 대작이라거나 가장 화려한 작품이라서가 아니다.
어느 것 하나 무리한 설정 없이 이전까지 나왔던 세 편의 작품들을 깔끔하게 아우르는데다가 '엑스맨' 특유의 인간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완성한 프리퀄이기 때문이다.

 

레이븐과 찰스, 에릭의 미묘한 관계, 비스트의 탄생, 자비에르가 휠체어에 앉게 된 사건, 엑스맨의 기지와 비행기의 등장, 매그니토의 우스꽝스러운 투구, G-맨이 아닌 X-맨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연...
특히 에릭으로 인해서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된 레이븐의 사연이라던지, 그토록 절친했던 찰스와 에릭이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되는 계기 등이 매우 탁월하게 묘사되어 있다.
'트랜스포머'같은 속빈 강정 같은 공허한 시리즈가 매번 놓치는 부분이다.

 

액션 장면들도 결코 과하지 않으면서 박진감이 넘친다.
거대한 악당 세바스찬이 CIA 비밀기지를 공격하는 장면이나 매그니토가 잠수함을 해치우는 장면은 '트랜스포머'의 로봇 격투 장면만큼 경이적이진 않지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큼 훌륭하다.

 

지금까지 있었던 '배트맨 비긴즈'나 '스타 워즈', '스타트렉 더 비기닝' 등이 간혹 무시하고 했던 플롯의 개연성이나 드라마적인 구성이 매우 탁월하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예고편 같았던 프리퀄이 결코 아니다.

 

프리퀄 자체만으로도 충분했을 이야기는 세계를 3차 대전으로 몰고 갈 뻔했던 쿠바 사태와 절묘하게 섞어놓았다.

 

탄탄한 스토리와 훌륭한 배우들의 명연기, 눈부신 액션... 진정으로 블록버스터가 갖고 있어야 할 모든 요소를 담고 있는 최고의 작품이다.

 

P.S 개인적인 착각인지 CIA 요원으로 나오는 로즈 번은 볼 때마다 '엑스 파일'의 스컬리 요원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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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토르 : 천둥의 신
케네스 브래너 감독, 나탈리 포트만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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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그랬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라면 적어도 '다크 나이트'에 근접하는 걸작을 찍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감독은 셰익스피어에 일가견이 있고, 원작은 신나는 액션 코믹스. 그래서 많은 영화팬들이 흠모하는 블록버스터를 기대했었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히어로, 늘 두 번째인 자신의 처지에 비뚤어지는 둘째 아들은 진정으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연출할만한 소재가 아닌가.

 

하지만 영화는 너무나도 아기자기하고, 매우 밍숭맹숭한데다가 앙상하기 그지없다.
어쩌다 지구에 떨어진 토르와 별다른 사연 없이 갑작스럽게 그와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 제인..
별다른 이유 없이 설정된 둘의 연애에는 전혀 감정 이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쓰러진 토르를 제인이 붙들고 울먹일 때는 오히려 한심하기까지 했다.

 


(니들 왜 이러니?)

 

영화 자체가 재미없다.
스케일만 크고 공허한 액션 장면들, 미드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라면 적당했을 이야기, 뻔하고 무미건조한 캐릭터의 히어로와 식상한 악당들...

 

그나만 '토르'를 보고 건진 것이라고는 역시 '어벤저스'에 관한 떡밥들뿐이다.
셀비그 박사의 입을 통해 잠깐 등장하는 헐크에 관한 이야기, 마지막에 등장하는 쉴드의 수장 닉 퓨리, 특수요원 호크아이로 잠깐 등장해서 폼만 잡다가 사라진 제레미 레너...
어쨌든 '어벤저스'의 예고편 치고는 너무나 길고 너무나 재미가 없었다.

 


(아이언 맨을 언급하는 개그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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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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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굳이 이 책의 저자와 노전대통령을 영웅시할 생각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진솔함과 담담함은 읽는 이의 가슴을 후비는 듯하다.

 

과거 누구처럼 누구누구가 자신을 좋아했다느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인물을 언급하며) 자신이 그를 감화시키고 그의 사과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당사자 둘만이 아는 비밀이었다는 식의 허황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충분히 훌륭한 인물이며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한 사람인 것 같다.

 

이 책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흥미로운 사건들은 나오지 않는다.
너무도 담담하고 차분하게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기록했을 뿐이다.
마치 김훈의 글을 읽는 것처럼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문장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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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뿐 아니라 부산변호사회 활동도 열심히 했다. 특히 노 변호사는 부산변호사회 재무이사를 세 번이나 할 만큼 모두를 위한 일에도 열심이었다. 나이든 분들이든 젊은 분들이든, 변호사들은 다 그를 좋아했다. 좋은 시절이었다.
-p.36

 

경찰이 동의대사건에서의 안전소홀 책임을 제대로 반성하고 교훈으로 삼기만 했어도 용산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p.85

 

공수처(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공약은 당시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국민들의 지지여론이 높고 양대 후보가 함께 제시했던 공약인데도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장애가 생겼다. 공수처의 수사대상 때문이었다. 대통령 주변 측근과 친인척, 청와대 주변 권력형 비리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이 기본 대상이다. 그 외 고위 공직자들도 모두 망라된다. 국회의원도 당연히 포함됐다. 국회에서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p.328

 

당일 걸어서 노란 선을 넘는 대통령 내외분의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대통령은 그 선 앞에서 소감을 말했다.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 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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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행성 (1956) - [초특가판]
프레드 M. 윌콕스 감독, 레슬리 닐슨 외 출연 / 맥스엔터테인먼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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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설정을 빌려 온 작품이라고 한다.
외딴 곳의 지배자인 박사와 그의 아름다운 딸, 그곳을 찾아 온 외부의 사람들...

 

지금 보면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투명 괴물이라는 설정이 SF도 호러도 아닌 어정쩡한 이야기 같을 것이다.
하지만 SF에 대한 명확한 장르 구분이 없었던 당시를 생각하면 매우 신선하고도 심오한 소재였다고 생각한다.

 

 


(거의 70년 전에도 횡행했던 과장광고 포스터. 영화의 내용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지금 보면 한없이 저렴한 특수 효과지만, 보는 동안만큼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애덤스 선장역을 맡은 배우는 놀랍게도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의 레슬리 닐슨이다.

최근 시절의 코믹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고, 한없이 진지한 미남 젊은이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역시 이런 뛰어난 작품도 세월의 퇴색 앞에서는 한없이 밋밋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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