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폴 크루그먼 지음, 김이수 옮김 / 부키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흔히 뒤표지의 추천사들은 정작 본문을 한 번도 훑어보지 않은 저명인사들의 공치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의 경우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명석한 경제학자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식의 찬사들이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폴 크루그먼은 얼치기 이론가들과 호들갑스러운 선동가들의 주장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의 독창적이고 강력한 분석은 상식과 통념의 허를 꿰뚫는다.

크루그먼이 이야기하는 얼치기 이론가들이란 대규모 정리해고의 위기를 과장하는 언론인들, 점차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신케인즈주의자들, 완고하고 우둔한 경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프랑스 관료들, 현학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무조건 세계화 탓을 하고 보는 정치가들...
심지어 공급중시경제학을 매개체를 찾아 번식하는 병균에 비유하기까지 한다.

폴 크루그먼의 글을 읽는 재미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거의가 가혹한 수준의 비판이지만, 대부분 논리적인 근거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 또한 재치 있는 유머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오류는 죽지 않는다. 다만 기껏해야 서서히 사라질 뿐’이라는 식의 애교 있는 표현들이 난무하며 책 전체에 흐르는 처절한 분위기를 무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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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세트 - 전5권 (무선) ㅣ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지난 '불의 잔'까지만 해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오프닝은 변함이 없었다.
해리 포터는 더즐리네 집에서 작은 소동을 일으키며 구박을 받는다. 그리고는 곧 호그와트를 향해 떠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다르다.

더들리가 디멘터의 습격을 받고, 고모는 부엉이의 편지를 받는다. 더즐리 가족이 이렇게 본격적으로 마법 사건에 휘말려드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아마도 '불의 잔' 마지막에 볼드모트가 부활했기 때문일까?
이후에 펼쳐지는 사건들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에 도착하는 것은 디멘터 습격사건이 있고, 그에 관한 청문회가 있은 다음인 3권 초반에 이르러서다.
그리고 호그와트에서는 해그리드가 행방불명되고,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와 아버지, 시리우스와의 갈등이 시작되었던 과거를 알게 된다.

지난 4년 동안 잘리고, 죽고, 기억을 잃고, 감금당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담당 교수들...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가 큰 문젯거리가 된다.
새로운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대신 지금까지 나왔던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록허트와 루핀, 무디 등 전직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진이 총출동하기도 한다.

해리 포터는 시종일관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른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아즈카반의 죄수'편 이상으로 암울하고 어둡기만 하다.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들이 일어나지만 앞으로 펼쳐질 최후의 대결이 임박했다는 위기감과 심각한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흐른다.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다가오는 위험을 애써 무시하는 퍼지 장관, 광신도나 다를 바 없는 죽음을 먹는 자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분명 어린이용 판타지지만 성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비유와 은유들로 가득한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번역은 상당히 엉망이다. 원문의 묘미를 살리기는커녕 문맥이 이상한 곳 투성이고, 제대로 된 주석이 있었으면 하는 부분도 많다. 아마도 어린 독자들의 수준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요즘은조기영어교육도 활발한데 루나 러브군의 이름을 비꼬아서 Loony(미치광이)라고 부르는 부분에 관한 역주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음식 이름에 관한 역주들보다 말이다.

그런데 책 속의 삽화가 괴기스럽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나뿐일까?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영화 속의 주인공들과 장면들과는 달리 상당히 기괴하다. 특히 엄브릿지 교수의 모습은...
꿈에 나올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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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 - 시드니 셀던 자서전
시드니 셀던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시드니 셀던은 자신이 단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만 기억되는 것이 억울했는지, 이 자서전에서는 ‘벌거벗은 얼굴’로 데뷔를 하기 이전의 어린 시절과 영화계 생활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나는 소설을 쓸 자신이 없었다’는 말까지 내뱉는다.

이 자서전은 마치 소설 ‘포레스트 검프’를 읽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포레스트 검프가 온 몸을 던져 굵직굵직한 현대사를 관통했던 것처럼 시드니 셀던도 대공황과 갱스터, 브로드웨이 시대, 매카시 열풍 속을 통과한다.

열일곱 살에 수면제로 자살을 시도했다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시드니 셀던의 이야기는 드라마틱한 사건의 연속이다.
열두 살 때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에 올려졌던 첫 희곡이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으로 끝난 사연, 사업실패로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1년만에 영웅이 되어 귀환한 아버지, 의욕적으로 모든(!) 일에 임했지만 너무 짧았던 대학생활, 연예계에 지원했다가 엉겁결에 가족들의 성까지 셀던으로 바꿔버린 일...

하지만 이런 일들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더욱 흥미진진한 일들이 계속된다.

시간에 ?기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완성해낸 할리우드의 첫 시놉시스 작업, 하룻밤을 꼬박 세워 얼렁뚱땅 써내려간 대타 스토리를 스튜디오에 팔아치운 일, 군 복무 중에 써낸 시나리오가 대박을 터뜨린 일, 악명 높은 마피아 벅시 시걸의 여자를 건드린 일, 순간적으로 느꼈던 강렬한 인상에 반해서 무명의 청년 커크 더글라스를 캐스팅한 일, 매카시 선풍에 휩쓸려서 당해야 했던 설움, 유부녀와 엮였다가 총을 든 남편의 방문을 받은 일, 세기의 미녀 마릴린 먼로와의 데이트...

시드니 셀던의 인생에는 이처럼 극적인 에피소드들이 끊이지 않는다.
마치 시드니 셀던, 자신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인생처럼 말이다.
그 파란만장한 삶의 원동력은 시드니 셀던 스스로가 갖고 있던 왕성한 호기심과 무모하다싶을 정도의 도전정신이었다.

과연 현실세계에 시드니 셀던만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력적이고 다재다능한 인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확실히 시드니 셀던은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식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는 진정 ‘타고난 엔터테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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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었군요.

sayonara 2006-05-2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드니 셀던의 신간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입니다.
요즘의 흐느적거리는 시드니 셀던의 소설이나 그저그런 베스트셀러 스릴러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ㅣ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수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1권의 사연들을 뒤로하고 두 번째 이야기가 출간됐다.
흔히 전편만한 속편 없고, 1편의 인기를 등에 업고 나온 2편은 부실하기 마련이다.
솔직히 ‘심금을 울리던’ 1권의 사연들에 비하면 이번 이야기들은 다소 선정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영안실에 나타난 귀신 이야기, 죽음을 앞에 둔 할머니와 아들, 언제나 안타까운 어린 아이의 죽음, 의사의 가족에 관한 비극적인 사건들 말이다.
저자도 머리말에서 이야기가 ‘감정적이고 거북살스럽게 다가올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사연들이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이유는 여전히 변치 않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 덕분이다. 갖가지 사연들을 소개하면서도 그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다. 다른 작가들처럼 어설프게 판단하거나 심판하지 않고, 섣부르게 분석하거나 이해시키려고 하지도 않는다.
혹시 다른 사람의 상처를 건드릴까 무척 조심하면서 망설이기도 한다.
자살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래도 삶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어쭙잖은 충고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나름대로의 힘겨웠던 선택을 이해하고 존중해보려고 한다.
삶과 죽음의 문제에 있어서 자신이 당사자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각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시골의사의 글은 식상해지지도 않고, 그 감동이 퇴색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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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5-2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상당히 좋더군요. 감동 많이 받으셨기를 ^^
 
살인게임 - CSI: 과학수사대, 라스베이거스 #7
맥스 알란 콜린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한길로 감수 / 찬우물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이번 작품 '살인게임'은 원작 시리즈의 5시즌 초반에 해당한다.
5시즌 초반은 팀이 분리되고 그렉이 합류하는 등의 큰 변화가 있는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에서도 그 부분에 많은 비중을 둔다. 그렉의 미숙함과 캐서린의 고민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도 이미 7권째에 이른 이상 등장인물들의 소개에 관한 내용은 줄어들 만도 하건만, '살인게임'에서는 걸핏하면 주인공들의 과거 경력이나 팀원들 간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려든다.
신참 요원 소피아에 대한 평가, 정치적인 상황에 놓인 캐서린의 애매한 입장, 그리섬과 신입요원 그렉의 교감, 로빈스 박사의 장구한 법의관 경력 등에 관해서 말이다.
그런데 CSI의 팬이라면 이미 알고 있거나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자꾸 지루해진다.
원작 드라마의 팬이 아니더라도 지루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할 시기에 걸핏하면 그 흐름을 끊어놓으면서까지 등장인물들에 관해서 주절주절 떠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번역판에는 치명적인 실수가 하나 있는데, 뒤표지의 소개글이 그것이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두 살인사건이 이어지는 것은 이야기가 거의 2/3 정도 진행된 시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뒤표지의 해설을 통해 '뜻밖의 상황이 벌어져 그리섬의 야간반과 공조수사가 진행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는 내용을 미리 밝혀버린다. 스릴러 작품을 출간하는 데 있어서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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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시리즈라 읽어요 ㅠ.ㅠ

sayonara 2006-05-2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죠. 이렇게 시리즈라서 함 읽어주는 센스를 갖고 있는 팬들을 실망시키는 타성에 젖은 소설 출간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은데...?!...
초반의 생동감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이 책에 CSI란 타이틀이 없었다면 누가 거들떠봤을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