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ㅣ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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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만나본 미국 사람들은 확실히 호들갑스러운 편이다.
조그만 일에도 크게 감탄하며, 칭찬을 할 때에도 과장된 제스처를 취한다.
이 책의 앞부분에 실려 있는 아마존 독자 서평과 추천사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삶이 이미 엄청나게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밤 1시에 남편을 깨우고야 말았다.’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쳐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 읽기 민망할 정도로 찬사가 넘쳐흐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책의 내용은 그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저자는 데이비드 폰더 씨의 환상적인(?!) 경험을 통해서 결단과 책임, 지혜와 열정, 용서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끼워 맞춘 진실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트루먼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이유는 미군 병사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전쟁의 끝이 보이는 시점에서 굳이 신무기를 테스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남북전쟁에는 물론 선과 악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주된 원인은 남부의 대규모 농장과 북부의 공업부문간의 노동력 문제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콜럼버스는 선원들의 불만을 감동적인 연설로 순식간에 잠재운 적이 없다고 한다. 약속과 거짓술수로 무마했다는데, 따지고 보면 그것도 훌륭한 능력이 아닐까?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은 후에 위대한 명문장으로 기억되지만, 당시에는 청중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냈다고 한다.
앞서 있었던 에드워드 에버릿의 연설이 워낙 드라마틱하고 화려했던 반면에 링컨의 연설은 너무 짤막하고 (당시 청중들이 생각하기에는) 너무 초라했기 때문에 말이다.

이쯤 되면 저자에게 묻고 싶어진다.
거짓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교훈을 주기 위해서라면 과장과 조작으로 덧칠해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사면초가의 난감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도 일곱 가지 충고만 따르면 된다는 식인지...
너무 불친절하다.
이런 책에서 늘 중요시 하는 것은 총론뿐이고, 마찬가지로 중요한 각론은 늘 무시하기 마련이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도 결국 실직과 밀린 집세, 딸의 수술비는 어떻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그럴듯한 구호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충고들만 나열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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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의 가치투자 전략
티머시 빅 지음, 김기준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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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워렌 버핏에 관한 뻔한 내용의 책들처럼 워렌 버핏이 이룬 경이로운 성과에 대한 요약으로 시작한다.
따지고 보면 이후의 본문 내용도 그다지 새롭다거나 비밀스러운 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언부언하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통찰력 있는 조언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과거에 기대에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에 폭등한 델 컴퓨터 주식을 사면서 또 다시 6천 퍼센트의 수익을 기대하기 마련이라는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미래가치와 기회비용에 관한 부분은 주식 투자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한번쯤 귀담아 들을만한 충고들이다.
예를 들면 빌 게이츠는 돈 100달러를 줍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에 줍지 않는 게 이익이라는 말이 있는데, 워렌 버핏이라면 그 돈을 반드시 주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워렌 버핏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1센트짜리를 줍기도 한다면서, 그 1센트가 또 다른 10억 달러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100달러를 연복리 25%로 불릴 수 있다고 가정하면 10년 후에는 약 900달러, 30년 후에는 거의 9만 달러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워렌 버핏은 젊은 시절 아내에게 약혼반지를 사주면서 미래가치 수백만 달러를 지출한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듯 본문의 내용은 훌륭하지만 번역의 수준은 암담할 정도다.
‘회생시키다’를 ‘희생시키다’로, ‘불과하다’를 ‘불가하다’로 표기하는 식의 오타를 보니 기본적인 퇴고 과정은 거쳤는지 의심스럽고, ‘왜 큰 이익을 내지 못하는가?’라고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굳이 ‘왜 큰 이익을 발생시키지 못하는가?’는 식으로 번역한 무신경함도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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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셉션 포인트 1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옮김, 고상숙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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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다. 설마 이번에는 아니겠지 했지만 역시 이번에도 댄 브라운의 법칙은 여전하다.
바로 주인공이 가장 신뢰하고 의지하는 사람이 악의 축이라는 것이다.
‘다빈치 코드’에서도 그랬고, ‘천사와 악마’, ‘디지털 포트리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작가라기보다는 기능공에 가깝다는 로빈 쿡도 이렇게까지 일관된 구성을 고집하지는 않았는데, 적어도 다음 작품에서는 새로운 구성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다빈치 코드’ 이후에 소개되는 댄 브라운의 소설들이 그리 대단한 작품은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비록 그럴듯한 공갈에 가까운 과장된 설정들, 너무 거창하기 때문에 오히려 흥미롭지 못한 비밀들 같은 단점들이 크게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작가는 계속해서 ‘엄청난 비밀’, ‘놀라운 음모’ 운운하며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사실 최첨단 하이테크로 도배된 스릴러라고는 하지만 마이클 크라이튼처럼 그럴듯하지도 않고, 톰 클랜시처럼 치밀하지도 못하다.(댄 브라운의 소설에서는 프로페셔널 킬러, 고도로 훈련된 특수부대원들일수록 더 일을 못하고 오히려 헤맨다.)

‘디셉션 포인트’는 이야기 내내 우연이 계속되고, 행운이 거듭된다.
기계적으로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점이 아쉽다.

개인적으로 ‘천사와 악마’보다는 재미없었지만, ‘다빈치 코드’보다는 조금 낫고, ‘디지털 포트리스’보다는 훨씬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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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6-08-0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요나라님 리뷰 읽을 때마다 촌철살인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작가라기보다는 기능공에 가깝다는 로빈 쿡" 깔깔깔. ^^ "다 빈치 코드" 보다가 집어던진 저로서는 댄 브라운 책은 앞으로도 볼 일이 없겠지만요.

Mephistopheles 2006-08-04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댄 브라운의 소설에서는 프로페셔널 킬러, 고도로 훈련된 특수부대원들일수록 더 일을 못하고 오히려 헤맨다.-
얘네들 어용이 아닐까요...ㅋㅋㅋ

sayonara 2006-08-0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음... '천사와 악마'만은 추천할만 하더군요.
어용이라도 그렇지, 그런 수준의 킬러라면 아마도 낙하산을 빙자한 고위층의 친인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ㅎ
 
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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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는 가히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부를만하다.
'유럽역사에 있어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에 속하는 잊을 수 없는 몰락의 무아지경이 펼쳐진다.', '그에게 가능한 것은... 위대한 행위 속으로 도주하는 것, 불멸 속으로 도주하는 것이다.', '위대한 운명의 순간은 언제나 천재를 원하고 그를 불멸의 모범으로 만들어주지만 유순한 자는 경멸하며 밀쳐버린다.'같은 문장들은 한편의 시구를 읽는 것 같다.

그 덕분에 우리는 역사교양서적에서는 접하기 힘든 매혹적인 문장으로 역사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역사는 한 명의 광기어린 천재를 통해서 그동안 축적되었던 에너지가 분출되기도 하고, 어이없는 신의 섭리 때문에 그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물론 비운의 탐험대장 로버트 스콧이 단 15일의 차이로 남극최초정복에 실패한 일화나 사형 직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는 운명의 장난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다른 사례들도 그 적절한 예인지는 잘 모르겠다.
과연 무하마드가 육지를 통해 배를 옮기지 않았더라면 동로마 제국은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영광이 좀 더 오래 갔을까?

그리고 간혹 보이는 저자의 편향된 시각도 좀 아쉽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똑같이 무서운 약탈을 했던 십자군도 남겨두었던 값진 예술작품을 몹쓸 승리자들(이슬람군)이 파괴했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리스의 사상과 문학을 보존해 줄 불멸의 유산들이 사라졌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더 많이 저질렀던 일들이다. 중세를 통과하면서 사라져간 로마의 문헌들과 그리스의 예술작품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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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8-0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탕달,카사노바를 다룬 책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권해들릴 만함... ^^

sayonara 2006-08-05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꼭 읽어봐야 겠네요. 역사책은 드라마틱한 재미가 좀 덜할지라도 '리얼 월드', '논픽션'이라고 생각하면 픽션보다 더욱 흥미진진하더군요. ^_^
 
레벌루션 No.3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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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없는 3류 고등학교의 그저 그런 고등학생들이 세상을 향한 혁명을 도모한다.
그렇다고 거창한 이념을 갖고 엄청난 사건을 벌이는 것도 아니다. 그들, '더 좀비스'가 하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여고 축제에 쳐들어가는 것, 친구의 무덤에 성묘 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과 잃어버린 돈을 되찾는 것, 여대생의 스토커를 ?는 것 정도다.

멍청하고, 한심하고, 무모한... 대략 황당한 아이들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지독하게 가볍다.
하지만 뭔가 대책 없이 저질러보고 싶은 그런 열정을 느끼게 해준다. 짤막한 세 편의 이야기를 읽는 잠깐의 시간동안이나마 너무 심각할 필요도 없고, 머리 싸매고 너무 진지한 척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좋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틀 작품인 '레벌루션 No.3'보다 '런, 보이스, 런'이 더 재미있었고, 추리, 스릴러의 요소가 가미된 '이교도들의 춤'이 가장 재미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강렬하게 내 마음에 드는 책 표지는 본 적이 없다.
초딩이 피카소의 흉내를 낸 것 같은 그림체, 철저하게 쌈마이스러운 표정...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다.

그런데 이소룡이 '사망유희'에서 입었던 노란 옷은 양복이 아니라 추리닝이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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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03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옆에 검은 줄 두개가 길게 세워진 노랑색 추리닝 맞습니다..
양복 절대 아니였죠..^^ 아뵤~!

sayonara 2006-08-0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번역상의 오류인듯 싶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룡 형님의 노랑추리닝은 상식인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