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슈테판 츠바이크는 가히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부를만하다.
'유럽역사에 있어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에 속하는 잊을 수 없는 몰락의 무아지경이 펼쳐진다.', '그에게 가능한 것은... 위대한 행위 속으로 도주하는 것, 불멸 속으로 도주하는 것이다.', '위대한 운명의 순간은 언제나 천재를 원하고 그를 불멸의 모범으로 만들어주지만 유순한 자는 경멸하며 밀쳐버린다.'같은 문장들은 한편의 시구를 읽는 것 같다.

그 덕분에 우리는 역사교양서적에서는 접하기 힘든 매혹적인 문장으로 역사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역사는 한 명의 광기어린 천재를 통해서 그동안 축적되었던 에너지가 분출되기도 하고, 어이없는 신의 섭리 때문에 그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물론 비운의 탐험대장 로버트 스콧이 단 15일의 차이로 남극최초정복에 실패한 일화나 사형 직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는 운명의 장난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다른 사례들도 그 적절한 예인지는 잘 모르겠다.
과연 무하마드가 육지를 통해 배를 옮기지 않았더라면 동로마 제국은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영광이 좀 더 오래 갔을까?

그리고 간혹 보이는 저자의 편향된 시각도 좀 아쉽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똑같이 무서운 약탈을 했던 십자군도 남겨두었던 값진 예술작품을 몹쓸 승리자들(이슬람군)이 파괴했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리스의 사상과 문학을 보존해 줄 불멸의 유산들이 사라졌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더 많이 저질렀던 일들이다. 중세를 통과하면서 사라져간 로마의 문헌들과 그리스의 예술작품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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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8-0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탕달,카사노바를 다룬 책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권해들릴 만함... ^^

sayonara 2006-08-05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꼭 읽어봐야 겠네요. 역사책은 드라마틱한 재미가 좀 덜할지라도 '리얼 월드', '논픽션'이라고 생각하면 픽션보다 더욱 흥미진진하더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