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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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문학작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작품 속의 우동 한 그릇은 그냥 우동 한 그릇이 아니다. 이 우동 한 그릇에는 한 어려운 가족의 꿈과 사랑이 담겨있고, 한 식당주인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현대일본사회를 이끌어 온 성공의 원동력과 잠재력, 그들을 모두 아우르는 일본의 힘이 담겨있다.

한 그릇 우동에 얽힌 신파조의 과장된 이야기이지만, 더 많은 그릇의 우동을 목표로 뛰는 아들들과 어머니, 단 한 그릇의 우동에도 장인다운, 프로다운 장사꾼의 자세를 보여주는 식당주인...
너무나도 깊고 커다란 일본, 일본인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이 만일 우리나라의 이야기라면 독자들은 ‘너무 궁색하다’하면서 비웃었을 것이다. 명절에 재수 없게 찾아와서 우동 한 그릇을 시키는 구질구질한 가족도 거북했을 것이고, 인심 써서 두 그릇 줄 수도 있었을 주인이 야박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전 일본열도가 ‘우동 한 그릇’에 울었다는 말을 듣고 좀 어이가 없었다.
고작 우동 한 그릇 아닌가?!
어쩌면 그러한 감동을 느끼는 코드가 다르다는 점, 문화적 이질감이 대한민국과는 다른 일본식의 힘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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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8-1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꽤 유명한 책입니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였는데 이어령 선생님의 책 축소지향의 일본인 속편에도 이 책이야기가 꽤 두껍게 있습니다.

sayonara 2006-08-1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이어령님의 그 책을 읽고 이 책을 읽으니까.. 약간의 감동을 느껴볼 여지조차 없어지더라구요. 오히려 일본인의 정신세계, 그들의 인생관이 더 독특했다고나 할까.. ^^;
 
PING 핑 - 열망하고, 움켜잡고, 유영하라!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 지음, 유영만 옮김 / 웅진윙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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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가져라.
위기는 곧 기회다.
두드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위험을 무릅쓰라.
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해낸다…….

이 책은 이런 식의 당연한 상식들을 우화라는 이름으로 중언부언 이야기하고 있다.

자기계발서적의 본분인 동기부여의 목적을 제대로 하려면 아마도 개구리의 모험담이 아닌 실제 인물의 성공담이 차라리 더 효과적인 것 같다.
비록 자서전이라는 것이 덧칠로 과장된 부분이 있는 성공담이라 할지라도 작위적으로 끼워 맞춘 우화들과는 달리 ‘실제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홍정욱의 ‘7막7장’, 이명박의 ‘신화는 없다’같은 책들을 성경처럼 소중하게 읽으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해 성공에 이른 사람은 봤어도(‘비상’의 저자 이원익 씨가 전자의 경우고, 이메이션코리아의 사장 이정우 씨가 후자의 경우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같은 책들을 일생의 교본으로 삼아 진지하게 읽었다는 사람들의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핑’과 같은 류의 책들은 늘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잠깐이나마 독자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힘은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두루뭉술하고, 각론이 아닌 총론이 늘 강할 뿐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현실적인 사례는 어떤 것인지, 꿈을 찾고 인생의 전략을 세우는 구체적인 방법은 어떤 것인지, 말보다 행동이라지만 막상 실행하고 보는 것의 문제는 무엇인지……. 이 책은 대답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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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수학자들의 영광과 좌절
후지와라 마사히코 지음, 이면우 옮김 / 사람과책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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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방송국 다큐멘터리로 방영했던 수학자들에 관한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내용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수학에 관한 부분은 비교적 간략하게 언급할 뿐이다. 오히려 수학천재를 둘러싼 시대 상황과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큰 폭의 감정적 변화를 경험해야 했던 천재들의 고달프고 영광스러운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다른 책들이 백과사전처럼 해당 인물의 일생과 약력, 업적들만을 나열하는데 반해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수학자들의 고향과 대학을 방문하고 지인들을 만나면서 느낀 감흥까지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또한 수학자들의 삶과 관련된 역사 속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노벨 수학상이 없는 이유에 관한 저자의 추론이라던가, 세계 최초의 컴퓨터가 비밀에 붙여진 이유 같은 내용들이 기억에 남는다.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은 아시아의 직관으로 유럽의 예지에 도전했던 라마누잔에 관한 이야기와 평생 수학과 문학의 경계를 오가며 영원한 진리를 갈구하는 수학과 유한한 인생을 묘사하는 문학, 양 극단의 세계를 살았던 소냐 코발레프스카야의 이야기다.

일본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일본인 수학자들에 대한 소개가 상대적으로 많고, 심지어 앤드루 와일즈가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는 부분은 거의 와일즈와 일본 학자들의 공동연구처럼 씌어있다는 점이 약간 거슬리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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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8-11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마누잔이 서양 수학의 기초 없이 막바로 거의 엇비슷한 성과를 내서 놀라움을 샀죠. 현대 인도 유학생들에게도 신화와 같은 존재입니다. 일본도 물리학에서 노벨상을 받을만큼 기초학문은 한국과 비교되지 않습니다.

sayonara 2006-08-1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그렇게 씌어 있더라구요.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이론은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발견했을테지만, 라마누잔의 업적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wow~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ㅣ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1
아베 쓰카사 지음, 안병수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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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가루로 라면스프를 만들고, 이런저런 식품첨가물들을 섞어서 천연의 맛이 나는 주스를 만들고, 심지어는 단무지의 아삭거리는 느낌까지 식품첨가물의 위력이라니... 이 책의 저자 아베 쓰카사씨는 정말 소름끼치도록 놀라운 사실들을 펼쳐 놓는다.
식품첨가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물론,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번다는 점에서 첨가물산업을 군수산업에 비유한다.
수많은 사례들을 읽다보면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읽어 내려갈수록 경악에 경악을 거듭하게 만든다.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는 거나 포장된 샐러드를 먹는 거나 엄청난 양의 식품첨가물을 먹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도 놀랍고, 건강을 위해서 외식을 삼가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는 것도 가공식품을 이용하는 한 자랑할 일이 못 된다는 사실도 안타깝다.
‘합성착색료는 쓰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얼마나 얄팍한 표현인지도 잘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집 주방에 있는 냉장고를 비우고, 늘 싱싱한 포장야채와 너무 싼 가공식품들에 관한 궁금증이 마구마구 솟구칠 것 같다.
이 책이 독자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가 너무나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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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8-0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충격적이었죠. 삼각김밥보다 포장샐러드가 좋다고 흡족해 하던 나 자신이 어찌나 같잖던지... ㅠㅠ
 
괴상한 해초 - 박미경 잔혹소설
박미경 지음 / 상아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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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에 ‘잔혹소설’이라는 문구가 있기는 하지만 스티븐 킹 스타일의 하드고어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에게는 그리 잔혹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9편의 단편과 또 한편의 단편은 놀랍도록 오싹하고 흥미진진하다.
터무니없는 양의 출혈과 사지절단이 난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여오는듯한 공포와 스릴감은 한국형 공포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장편탐정추리소설을 준비중인 작가가 컴퓨터 통신에 연재했던 글답게 대부분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으며, 너무 상투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기는 하다.
‘실종된 다큐멘터리 촬영 팀의 실종에 관한 사건’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들도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재미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이 작품집의 특징이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서’나 ‘악몽’같은 경우는 아무리 둔감한 독자라도 그 결말을 100%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시종일관 기괴하고 은근한 공포감이 읽는 이의 심장을 조여 오는 듯하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딱히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기 힘들만큼 재미있다.
그 결말을 알면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악몽’, 비극적인 인과응보는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반전이 눈에 띄는 ‘장닭’, 초반에 해학적인 면마저 느껴지는 ‘누드 베키아’, 끈적하게 이어지는 내용의 ‘버섯’과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다소 어이없고 황당할 수도 있는 범행의 전모가 드러나는 ‘괴상한 해초’까지 버릴 것이 거의 없는 훌륭한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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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0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았죠^^

sayonara 2006-08-0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런 괜찮은 작품들이 꽤 됩니다. 단지 made in KOREA란 이유 때문에 통신소설 정도로 흘러가 잊혀져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지요.
(귀XX의 인터넷 소설이 오프라인 광풍을 불러 일으킨 것은 비극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