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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해초 - 박미경 잔혹소설
박미경 지음 / 상아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겉표지에 ‘잔혹소설’이라는 문구가 있기는 하지만 스티븐 킹 스타일의 하드고어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에게는 그리 잔혹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9편의 단편과 또 한편의 단편은 놀랍도록 오싹하고 흥미진진하다.
터무니없는 양의 출혈과 사지절단이 난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여오는듯한 공포와 스릴감은 한국형 공포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장편탐정추리소설을 준비중인 작가가 컴퓨터 통신에 연재했던 글답게 대부분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으며, 너무 상투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기는 하다.
‘실종된 다큐멘터리 촬영 팀의 실종에 관한 사건’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들도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재미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이 작품집의 특징이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서’나 ‘악몽’같은 경우는 아무리 둔감한 독자라도 그 결말을 100%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시종일관 기괴하고 은근한 공포감이 읽는 이의 심장을 조여 오는 듯하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딱히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기 힘들만큼 재미있다.
그 결말을 알면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악몽’, 비극적인 인과응보는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반전이 눈에 띄는 ‘장닭’, 초반에 해학적인 면마저 느껴지는 ‘누드 베키아’, 끈적하게 이어지는 내용의 ‘버섯’과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다소 어이없고 황당할 수도 있는 범행의 전모가 드러나는 ‘괴상한 해초’까지 버릴 것이 거의 없는 훌륭한 단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