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계부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냉장고는 20년 전에 산 것, 세탁기는 15년 전에 산 것...
우리 모두 그렇게 아끼고 근검절약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는 누구나 뻔히 아는 내용이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궁상맞고 구질구질하게 사느니 CF에 나오는 것처럼 멋진 냉장고 하나 갖고 싶고, 남들 다 있는 중형차를 타고 싶다. 김치냉장고 정도는 필수고, 공기청정기까지는 몰라도 에어컨 한 대는 꼭 있어야 한다.
안 그래도 짧은 인생. 구질구질하게 살면서 전자제품 하나도 못 사면... 의미가 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 당장은 여력이 없더라도 할부로 사면 충분히 가능하다. 요새는 무이자 할부 카드도 많지 않은가.

재테크에 관한 대부분의 상식이 이런 식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못하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복잡한 지식이나 어려운 공부가 아니라 강철같은 의지와 남의 시선을 무시할 수 있는 굳은 심지이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쓰라고 권하지만 실생활에서 몇 번이나 써보고 그렇게 강추하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써보면 체크카드는 불편함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7억짜리 집이 결코 내 주머니에 있는 7억의 현금이 아니라 또 다른 집을 얻기 위해 나갈 돈이라는 구절만큼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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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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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작품에는 유독 우리나라에 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스캔들이나 미 정부의 규제 때문에 서울같은 도시가 유전학 연구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이 등장한다.
이 작품이 유전자 조작에 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 이후 가장 뛰어난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이라는 찬사는 너무 많이 과장된 표현이다.
'넥스트'는 '쥬라기 공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작품이며, 범작에 속했던 전작 '먹이'와 비교해도 훨씬 재미가 없다.
시작부터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어지럽게 등장하더니, 누가 딱히 주인공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건들을 일으킨다. 비슷한 서사 구조의 영화를 찍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목요연하게 이해가 되었었는데, '넥스트'는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고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게다가 작품에 등장하는 노인네들을 대부분 완고하고 어리석으며 지각없는 사람들로 그려 놓았다. 당연히 그런 식으로 만들어낸 갈등관계가 흥미로울 리 없다.

한때 박진감 넘치는 설정과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SF 걸작들을 써왔던 마이클 크라이튼은 과장된 설정과 억지스러운 캐릭터로 밀어붙이는 댄 브라운의 수준으로 전락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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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가의 살인 - 셜록 홈스의 또 다른 이야기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자음과모음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이 단편집의 장점은 매우 많다.
우선 코넌 도일의 솔직하고 소탈한 일화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고, 대부분의 작가들이 오리지널 캐릭터의 성격과 사건의 구조를 충실히 재연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반면에 그 트릭은 식상한 편이고, 문장은 지루하다.

‘케이프타운에서 온 남자’의 가해자와 피해자에 관한 애매모호한 반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이야기 구조다.

독살 사건에 관한 ‘주 경계의 민들레 사건’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장황했다.

‘세넨 코브의 사이렌’은 실제 작품들을 절묘하게 언급하는 센스를 보여주며 셜록 홈즈다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왓슨의 냉소적인 참견과 ‘명탐정 코난’ 수준의 트릭이 못내 아쉽다.

‘피 묻지 않은 양말’에는 모리어티 교수가 등장한다.
하지만 의뢰인에게 냉소하고, 홈즈에게 분노하는 왓슨은 진짜 왓슨이 아니다. 진짜 왓슨은 간혹 의심할지언정 냉소, 짜증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익명작가’의 오프닝에서는 반짝 빛나는 홈즈의 추리 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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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
홍춘욱 지음 / 원앤원북스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확실히 인구 변화의 추이는 심각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고, 그 변화가 주는 파급 효과는 엄청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변화에 관해서는 국내에 제대로 된 책이 없는 것 같다.

이 책 또한 몇 페이지의 리포트로도 충분할 내용을 쓸데없는 그래프와 엄청난 여백, 중언부언하는 주장을 집어넣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냈다.

저자는 50년 전 발표된 인구 전망이 지금의 실제 인구와 불과 1억 6천만 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구 폭증과 식량 위기에 관한 당대 석학과 전문가 집단의 보고서는 읽어본 적이 없나 보다.
(이는 마치 매년 초마다 한반도 통일을 예언하는 사이비 점술가들의 주장을 보는 것 같다.)

저출산의 원인이 소득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부분도 꽤 많이 의심스럽다. 정말 사람들이 높은 임금을 포기하는 것이 아까워서 출산을 포기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일까?

81페이지에서는 노령화=불황이라는 등식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주장하는데 바로 다음다음 페이지(83페이지)에는 일본의 소자화(저출산)가 초래하는 문제가 다양하게 나열되어 있다.
게다가 또 다음 87페이지에서는 ‘급격한 노령화가 불가피한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이라고 한다. 어쩌자는 건가?

이 책을 읽으면 인구 변화가 매우 중요한 이슈인 것은 알겠는데,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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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여자 친구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고이케 마리코의 단편들은 그 구성이 짜임새 있고, 이야기의 흐름에 군더더기가 없다.
읽을수록 빠져들게 되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보석 같은 단편집이다.

첫 작품 ‘보살 같은 여자’에서부터 유려한 글 솜씨를 선보인다.
막힘없이 흘러가는 스릴러의 결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 거창하지도 않는 소재를 이리저리 끼워 맞춰가며 흥미진진한 한편의 스릴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제 발 저린 도둑이 스스로 망가져 가는 이야기 ‘추락’, 오 헨리의 단편처럼 어이없는 반전으로 이어지는 ‘잘못된 사망 장소’, 평온한 일상의 허망함에 관한 ‘아내의 여자친구’ 등 모든 작품이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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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12-15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이케 마리코 좋죠. 이번에 나온 소문도 좋더라구요^^

sayonara 2007-12-2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잎새'의 오 헨리를 처음 읽었을 때처럼... 그냥 확 꽂혀버리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