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은 곧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 - 오래 살려면 게으름을 피워라


우리끼리 하는 말이 있다. “난 조울증 같애. 지금은 울증이 우세야. 아 우울해. 할 일도 많은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진짜 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으냐 하면 또 아니다. 누구 못지 않은 일처리 능력을 과시하며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농담 삼아 이야기한 거라고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 몸과 마음이 분명한 증상을 보이고 있으니 아무런 근거 없이 괜히 그런게 아니다. 《오래 살려면 게으름을 피워라》(이영희 옮김, 나무생각)를 읽어보면 그러한 상태가 내 몸이 보내는 구조신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배터리? - 주어진 에너지만큼만 살다 간다
   알다시피 삶은 유한하다. 저자 잉에 호프만은 삶의 유한성이야말로 인간 육체에 주어진 에너지의 양이 정해 있다는데 대한 좋은 보기라고 파악한다. 삶이 유한한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에너지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며 에너지의 소비 속도에 비례해 인간 수명과 건강은 결정 난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은 체중 1그램당 2,500킬로줄(Joule, 에너지 측정단위)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절대 에너지를 다 쓰면 충전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생명은 끝난다. 사고나 질병으로 죽는 경우를 예외로 하면 심장이 몇 번 뛰고, 호흡을 몇 번 하고 나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바닥이 난다는 것이다.

  예전에 걷기 운동을 권장하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마라토너의 평균 수명을 조사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그들의 평균 수명은 50대 쯤에 불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도한 운동이 육체를 혹사시켜 오히려 수명을 단축하게 만든다는 것이 요지였다. 마라토너가 아니더라도 현대인들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이미 자신을 마모시키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을 완수하는 방법을 위한 ‘시간 경영’은 사실 부질없는 욕심이다는 것. 정해진 시간은 안에서 그것들을 하려면 삶은 빠른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그 속도에는 대가가 요구된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어떻게 쓰느냐이다.

  잉에 호프만의 말에 따르면 인간 활동의 사이클은 대개 90∼120분이며 이때 몸과 마음을 제어하는 전달물질, 즉 성호르몬, 에너지 요인, 스트레스 호르몬 등이 방출된다. 우리는 이 사이클이 끝나면 20분간 휴식을 취해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재생해야 한다. 하지만 쌍코피 터지게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는 사회에서, 이제 좀 쉬자는 몸의 신호를 수용하기가 그리 쉬운가. 이때 의도적인 게으름 피우기가 꼭 필요한 것이다. 잉에 호프만은 단순히 천천히 살자, 즐기며 살자는 의미에서 게으름을 선전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생물학적으로 게으르게 사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바이오 힌트’를 싣고 있다.

   잉어는 느릿느릿 게으르다. 때문에 잉어의 에너지는 70∼100년이 될 때까지 사용할 수가 있고 심해에 사는 철갑상어는 150년 동안이나 살 수 있다. 장수동물로 이름난 거북이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같은 종이라해도 겨울잠을 자느냐, 한대나 온대에서 사느냐에 따라 수명은 극적인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오래 사는 여성을 보자. 남성은 허파 용량도 여성보다 30%가 더 크고 피가 더 많고 산소 운반력도 더 크다. 신진대사도 여성보다 10%정도 빠르다. 이 차이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차이 때문인데 이 호르몬이 남성을 빨리 가열시킨다. 여성에게는 이 호르몬이 남성의 10분의 1밖에 없다. 여성은 남성보다 육체적 힘과 속력에 있어 뒤떨어지지만 덕분에 생체 에너지를 조금씩 천천히 씀으로써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게으름이 곧 절약? - 유한한 에너지를 아껴써라
  몽골에서는 자고 있는 사람을 큰 소리로 불러 깨우는 것을 금한다. 놀라서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제보니 ‘놀라서 미칠 수 있다’고 하는 몽골의 금기담이 독특한 것이 아니라 지당한 말씀이었나 보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낮잠을 나태함, 허약함, 노인의 활동이라 평각하고 있지 않은가. 실제 우리는 시간이 부족할 때 잠부터 줄인다. 그러나 잠이야말로 우리 몸과 정신을 쉬게 해주는 최적의 처방이다. 생명 템포를 조정하는 잠보다 중요한 것은 호흡법이다. 이완되고 깊은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조절하고 또 일부는 쓰지 않고 몸을 통해 그냥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자세를 곧게 하고 야외에서 신선한 공기를 많이 마시며 가능하면 코로만 숨쉬고 잔기침과 재채기를 참지 말 것 등등. 일과를 마무리하고 신음을 내뱉는 연습을 하는 좋다고 한다.

  작년 여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카피가 유행을 일으켰다. 우리가 이 카피에 그토록 공감했던 것은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놀러 간다는 꿈에 부풀어서가 아니라 ‘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일이 부과하는 압력과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으로 찌들어 늘 탈출을 꿈꾸게 만드는 현실에서 우리는 수명 연장만을 원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논다는 것으로 꾸며진 휴식에 있다. 이처럼 잉에 호프만은 누구나 오래 사는 것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자신도 게으름의 원칙에 따른 한 가지 부작용을 ‘세월을 얻는 것’이라고 하니. 짧고 굵게, 혹은 길고 가늘게 그 어느쪽을 원한다 할지라도 건강하고 즐겁게 살기는 빠질 수 없는 항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기적으로 내 에너지를 아끼며 게을러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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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7-2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 무지 오래 살겠군요...
 
타임캅 2 - 할인판
스티브 보윰 감독, 제이슨 스코트 리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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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은 촌스럽고 후줄근한 특수효과였지만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잔재미가 있는 소품SF영화였다. 하지만 2편은 전편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한 졸작이다. 전편이 제작된 이후 10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전편과 비슷한 수준의 속편을 만들었다는 것은 SF영화로서 일종의 죄악이 아닐까?

더구나 주인공 제이슨 스콧 리는 ‘챔피언’의 김득구 헤어스타일을 하고, 시종일관 얼굴을 찌푸리고 눈을 부라리며 오버한다. 그런 그의 표정을 볼 때면 차라리 뻣뻣한 제스처의 반담이 더 나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더구나 줄거리는 오히려 전편보다 퇴보했다. 과거의 사건에 의해 미래(영화 속의 현재)가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악당들의 과거 어린시절의 타임캅 또는 부모들을 살해함으로서 미래를 바꾸고 자신들을 스스로 구하겠다는 이야기다. 초등학생 수준의 상상력 아닌가?

시간여행에 관한 신나는 액션영화라면 차라리 마이클 크라이튼 원작의 ‘타임라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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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키스 동서 미스터리 북스 37
아이라 레빈 지음, 남정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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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명예를 위해서 옛시절의 가난한 연인을 버리려고 했던 한 청년의 몰락을 보여주던 ‘아메리카의 비극’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단순히 돈과 사랑이 얽혀있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한남자의 비극적인 욕망과 감성을 너무나도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사회성 짙은 고전문학과 흥미위주의 스릴러물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만, 적어도 개인적인 감상은 그렇다.

커다란 욕망과 야심, 그에 따르지 못하는 배경과 집안을 갖고 있는 한 청년이 성공하는 길은 정말 결혼이라는 수단 밖에는 없는 것일까? 집요할 정도로 부잣집 딸에게 집착하는 주인공의 행동은 집념을 넘어서 광기로까지 느껴진다.

어떤 부분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밀하다. 자세한 줄거리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의 작은 반전도 몇 번 있고, 숨이 막힐듯한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맷 딜런과 숀 영을 주인공으로 제작된 영화는 원작에 한참 못미치는 밋밋한 애정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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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7-2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저도 아메리카의 비극을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그 책을 읽으려 하니 다른 책들이 쏟아지는 바람에 아직도 못 읽고 있답니다...

sayonara 2004-07-2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메리카의 비극', 저는 채시라, 강문영이 나오던 '베스트극장'(!?) '아메리카 아메리카'편을 통해서 처음 봤습니다. 어찌나 스토리가 강렬했던지 거의 20년 전에 본 줄거리인데 잊혀지지 않더라구요.
최근에 책으로 원작을 읽었을 때의 감흥은... 그냥 좋은 작품이구나~하는 정도!?
 
황비홍(黃飛鴻) 박스세트
서극 감독, 이연걸 외 출연 / SRE (새롬 엔터테인먼트)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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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홍’ 시리즈는 ‘서역웅사’까지 6편(7편?)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정통성을 갖춘 ‘황비홍’이라면 3편까지라고 생각한다. 황비홍 하면 떠오르는 이연걸이 주연을 맡았고, 주요출연진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황비홍’이 다른 액션영화와 다른 점은 단순한 흥밋거리일수도 있는 무협영화에 ‘역사의식’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서양문물의 유입과 민중들의 의식, 그 혼란의 와중에 무인들이 해야 할 일 등을 잘 표현해냈다.

워낙 잘 만든 시리즈라 기억에 남는 장면도 많다.
1편에서 엄진동은 거리의 차력사로 연명하다가 결국 돈을 벌기위해 인신매매단의 앞잡이가 되고 만다. 이에 반항하는 제자 아관에게 “정의도 힘이 있어야 이룰 수 있다”며 “일단 이 돈으로 힘을 기르자”고 설득한다.
국수주의자처럼 보이는 황비홍도 마지막에 가서는 열세째 이모(관지림)가 맞춰준 양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 조금씩 시대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아닐까?

2편에서는 의학학술회의에 참석한 황비홍이 백련교도와 국수주의 관료와 대결을 벌인다. “신공호체”(신이 내 몸을 지켜준다)라고 외치며 황비홍에게 덤벼드는 어리석은 교도들의 모습, 서양의 것이라면 살아있는 개(달마시안)까지 태우는 모습 등이 기억에 남는다. 무능한 정부의 보수적 관리인 원술과의 결투도 그 어떤 대결보다 비장하다. 각자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싸우기 때문이다.
영국영사를 살해하며 “This is China, not Britain”하고 내뱉는 원술, 광기에 사로잡힌 백련교들을 보면서 “중국은 더 이상 갈데가 없소”하는 육호동의 탄식도 잊혀지지 않는다.

3편에서부터 시리즈는 조금씩 본래의 의미심장함을 잃어버리고 ‘애국주의’가 양념 정도로만 등장한다. 이후로 계속되는 ‘황비홍’ 시리즈의 어설픔이 시작되는 속편이다.

헐리우드에서 이연걸이 맡은 배역들은 전부 뭔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다. 하지만 황비홍은 100% 이연걸을 위한 것처럼 완벽하게 어울린다. ‘황비홍’ 시리즈에 나오는 관지림도 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보다 훨씬 예쁘게 나와서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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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7-2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이때가 언제였는지, 본 기억이 가마득하게 여겨지지만 관지림의 미모만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연걸의 수줍음하고요...

sayonara 2004-09-0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황비홍'처럼 관지림이 예쁘게 나온 작품이 없었지요.
이연걸의 수줍은듯하게 순진한 표정은 오히려 악역으로도 제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리쎌웨폰4'에서는 잔혹한 악당으로 등장했죠.(동양배우가 헐리우드로 진출할 때 의례 밟는 절차겠죠 뭐)
 
신세기GPX 사이버 포뮬러 ZERO Vol.1~3 박스 셋트 - [할인행사]
후쿠다 미츠오 감독 / DVD 애니 (DVD Ani)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ZERO는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 중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준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ZERO에서 레이싱의 주인공들은 처음으로 ‘제로의 영역’에 들어간다. 그래서 박진감 넘치는 제로의 영역 묘사가 상당히 뛰어나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던 작품이다. 레이싱을 통한 남자들의 근성과 투지, 승부에의 집착 등을 느낄 수 있었다.

머신의 고장 때문에 빨리 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울부짖는 신죠, 하야토 때문에 리타이어 했으면서도 오히려 그를 변호해주는 남자다운 모습의 부크홀츠, 팀 동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카가의 멋진 모습 등이 그것이다.

특히 7편이 기억에 남는데 ‘사이버 포뮬러’ 사상 가장 엉뚱한 개그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이넬은 아직 한대밖에 완성되지 않은 신형머신을 구데리안에게 양보하려고 했는데, 눈치없는 구데리안은 힘차게 가위바위보를 제안한다. 결국 하이넬의 싸늘한 한마디... “내가 타겠다”

항상 우아하고 귀티나는 모습을 보여주던 란돌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사상 최악의 썰렁개그를 보여준다.(하얀 장미의 왕자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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