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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홍(黃飛鴻) 박스세트
서극 감독, 이연걸 외 출연 / SRE (새롬 엔터테인먼트)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황비홍’ 시리즈는 ‘서역웅사’까지 6편(7편?)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정통성을 갖춘 ‘황비홍’이라면 3편까지라고 생각한다. 황비홍 하면 떠오르는 이연걸이 주연을 맡았고, 주요출연진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황비홍’이 다른 액션영화와 다른 점은 단순한 흥밋거리일수도 있는 무협영화에 ‘역사의식’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서양문물의 유입과 민중들의 의식, 그 혼란의 와중에 무인들이 해야 할 일 등을 잘 표현해냈다.
워낙 잘 만든 시리즈라 기억에 남는 장면도 많다.
1편에서 엄진동은 거리의 차력사로 연명하다가 결국 돈을 벌기위해 인신매매단의 앞잡이가 되고 만다. 이에 반항하는 제자 아관에게 “정의도 힘이 있어야 이룰 수 있다”며 “일단 이 돈으로 힘을 기르자”고 설득한다.
국수주의자처럼 보이는 황비홍도 마지막에 가서는 열세째 이모(관지림)가 맞춰준 양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 조금씩 시대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아닐까?
2편에서는 의학학술회의에 참석한 황비홍이 백련교도와 국수주의 관료와 대결을 벌인다. “신공호체”(신이 내 몸을 지켜준다)라고 외치며 황비홍에게 덤벼드는 어리석은 교도들의 모습, 서양의 것이라면 살아있는 개(달마시안)까지 태우는 모습 등이 기억에 남는다. 무능한 정부의 보수적 관리인 원술과의 결투도 그 어떤 대결보다 비장하다. 각자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싸우기 때문이다.
영국영사를 살해하며 “This is China, not Britain”하고 내뱉는 원술, 광기에 사로잡힌 백련교들을 보면서 “중국은 더 이상 갈데가 없소”하는 육호동의 탄식도 잊혀지지 않는다.
3편에서부터 시리즈는 조금씩 본래의 의미심장함을 잃어버리고 ‘애국주의’가 양념 정도로만 등장한다. 이후로 계속되는 ‘황비홍’ 시리즈의 어설픔이 시작되는 속편이다.
헐리우드에서 이연걸이 맡은 배역들은 전부 뭔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다. 하지만 황비홍은 100% 이연걸을 위한 것처럼 완벽하게 어울린다. ‘황비홍’ 시리즈에 나오는 관지림도 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보다 훨씬 예쁘게 나와서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