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츠 Katsu! 10
아다치 미츠루 지음, 김미정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카츠’에 자신의 육체를 부숴가면서 노력하고, 생명을 불살라가며 승부에 집착하는 마법같은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다치의 작품들이 늘 그렇듯이 ‘카츠’ 또한 이야기 자체가 마법이다.
노력하지 않는듯 노력하는 천재, 왠지 가능할 법 하지만 역시 만화같은 설정들,(이름이 똑같은 주인공, 복싱에 재능있는 주인공의 아버지는 왕년의 복싱선수, 그것도 22전 12승 10무라는 묘한 기록을 갖고 있는...) 운동하고 먹고 만나고 이야기하는 일상적인 소재들 속에서 전혀 일상적이지 않는 주인공들의 대화와 행동... 아디치 미츠루의 작품들은 도저히 비교할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다.(굳이 비슷한 스타일의 작가를 꼽아보자면 하라 히데노리정도!?)
하지만 그러한 작가의 매력에도 기복이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다. ‘러프’에서의 수영처럼 복싱이라는 독특한 소재, 주인공의 라이벌, 소꿉친구라는 설정과 꿈이라는 주제, ‘러프’의 과자가게나 ‘H2’의 야구처럼 어떤 식으로든 인연을 암시하는 설정들, 초반에 등장하는 반대자들(!?), 등장인물들간의 재치넘치는 대사...
어쨌든 ‘카츠’는 여전히 아디치만의 독특한 매력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미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패턴이 조금은 식상하게 느껴진다. 속편이 거듭되는 코미디영화를 보면서 습관적으로 웃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여주인공이 스파링 중에 두 번이나 넘어지면서 (팬티를 보이는) 팬서비스를 하는 것, 비키니장면이 유독 많이 나온다는 것을 볼 때에는 ‘이번 작품에서는 좀 오버하는군’같은 생각도 들고 말이다.
아직은 연재초기라서 쉽게 매너리즘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카츠’가 아다치의 대표작 ‘터치’나 최고인기작 ‘러프’에는 미치지 못하는 평작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하긴,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