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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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미모의 상속녀와 그녀와 결혼한 미남청년, 뜬금없이 등장해서는 저주의 말을 퍼붓는 집시노인, 그리고 살인과 음모..
추리소설의 소재로서는 다소 평범한 것들이다. 만약 크리스티여사가 4~50대에 이 작품을 집필했다면 정통적인 방식의 이야기를 펼쳐나갔을 것이다. 부유한 상속녀와 빈털털이 청년이 결혼을 하고 그녀가 살해당한다. 그리고 주변의 탐욕스러운 친척들과 신비한 분위기의 친구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명탐정 주인공이 여기에 뛰어들어 멋지게 사건을 해결한다.

하지만 ‘끝없는 밤’은 크리스티의 후기작품이다. 후기로 들어서면서 노작가는 문학적인 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때문인지 ‘끝없는 밤’에는 섬세한 상황전개와 시적인 노래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추리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범죄)은 반이 넘도록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마지막에 등장하는 트릭이란 것이 고작 이전의 히트작에서 써먹었던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꼼꼼하게 복선과 결말을 연결시켜놓고 깔끔하게 이야기를 끝맺는 대작가의 솜씨는 여전히 빛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개인적으로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키스’를 추천해주고 싶다. 정통추리물은 아니지만 부자집 아가씨와 야심만만한 청년의 이야기가 꽤나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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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7-29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키스> 좋은 작품이지요. 전 아직도 이 작가가 슬리버나 브라질에서 온 아이들 같은 작품을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답니다...

sayonara 2004-07-2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추리,스릴러 소설 중의 베스트 1을 꼽으라고 하면 '재칼의 날'하고 '죽음의 키스' 둘 중 하나입니다.(둘 다 정통추리는 아니지만)
'브라질에서 온 아이들' 저도 영 마음에 안듭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70년대(80년대 초?)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과학적 상상력만은 마이클 크라이튼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슬리버'는... -_-; ... 할말 엄쏘이다.

sayonara 2004-07-29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브라질에서 온 얼라들'하고 비슷한 '모레'라는 작품을 아는지요!? 꽤 재미있었는데...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가 워낙 비슷하더라구요.

물만두 2004-07-29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습니다. 알란 폴섬의 모레... 브라질 아들보다는 백배는 낫지요. 비교가 안되는 작품입니다. 소재가 비슷하더라도 틀리지요. 그리고 모레는 3권짜린데요...

sayonara 2004-07-29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출판사의 과도한 기대가 3권 분책이라는 초유의 만행을 낳았지요. 두권으로 충분했을 분량인데.. 역동적인 이야기와 마지막의 액션성.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물만두 2004-07-30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만들어졌을걸요??? 아닌가???

IshaGreen 2004-08-02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서 장편『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랑 단편「나이팅게일 커티지 별장」을 가장 좋아해요^-^

sayonara 2004-08-0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제가 쓴 리뷰가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이군요.
어쩌다가 물만두님과 계속 아이라 레빈 얘기만 했을까요!? ^^;
저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간결한 면을 좋아합니다. 마치 김전일을 읽는 것 같거든요.
쓸데없이 폭력과 섹스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좋구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