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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환상특급의 에피소드같기도 하고, 심각한 과학적 물음에 대한 베르베르식의 경쾌한 대답같기도 한 단편이야기들은 매우 재미있다.
기계인간, 투명인간, 시간여행, 지식의 암흑시대, 뇌 속의 우주, 우주의 지적 존재에게 농락당하는 파리 시민, 노년사회의 비극 등 필립 K 딕이라면 상당히 암울하게, 마이클 크라이튼이라면 장황하게 그렸을 이야기들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나름대로 경쾌하고 가볍게 펼쳐 보인다.
대표적인 작품이 ‘내겐 너무 좋은 세상’을 꼽을 수 있다.
비극적인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소재의 다른 SF작품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간결하고 명료하다.
‘가능성의 나무’는 문학이나 소설이라기보다는 상상력의 단편을 보는 것 같다.
외계인의 눈으로 인간을 관찰한 보고서인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는 현대인의 생활방식과 물질주의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수의 신비’에서는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주인공 벵상의 마지막 생각은 이 작품의 주제가 끝없는 지식의 확장을 옹호하는 것인지 아닌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뻔한 상상력과 상투적인 결말을 뛰어넘는 이야기 그리고 가볍고 밝게 펼쳐지는 세계관은 기존의 서구 SF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