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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협상의 법칙
박선철 지음 / 원앤원북스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오랫동안 협상관련 분야에서 일 해온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한국형' 협상의 법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양과 달리 장기적인 이해관계를 중시하고 주고받기식의 암묵적인 약속과 체면을 중시하는 반면, 서양의 협상가들은 협상을 주고받기식의 거래가 아닌 경쟁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에는 한국적인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외국의 협상서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를 중시하는데, 상대방이 외국의 협상책대로 상대방의 인내를 시험하며 질질 끄는 상황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식이다.
하지만 정작 본문의 내용은 외국의 협상서적들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저자는 서문에서 그토록 '한국형' 협상의 법칙을 강조했지만, 결국 대부분의 법칙들이 서양의 협상서적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것들이다.
문제를 해결할 때는 하나씩 해결하라는 것이나, 너무 쉽게 얻으면 도리어 의심하게 되는 승자의 딜레마 등이 그것이다.
협상의 무기는 느긋함이라고 강조하는데, 너무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법칙이 아니던가. 시간에 쫓기게 되면 실패할 일이 어디 협상뿐이던가.
하지만 마감시간을 꼭 정해놓으라고 충고하는 부분도 있다. 어차피 마감시간이 있다면 언제까지나 느긋하게 협상에 임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이 책의 장점은 수많은 사례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트로이의 목마, 노인과 바다, 힐러리와 지퍼게이트, 조삼모사 같은 사례들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노사협상, 전북 부안군의 원전 유치문제, LG카드의 벼랑끝 전술, 이승연과 종군위안부 누드문제같은 국내사례도 꽤 많이 수록되어 있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사례들이 협상을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지나치게 간략하고 도식적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정작 협상을 배우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