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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윤종찬 감독, 장진영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 영화판에 이런 영화가 나온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주인공 박경원이 일제 강점기에 비행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친일파로 몰아가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친일파를 주인공으로 했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박경원은 개인의 영광을 위해서 일본 권력에 아부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가공의 인물 한지혁이라는 독립 운동가까지 등장시켜가며 그녀의 애국심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여주인공이 가상의 인물이고, '청연'의 이야기가 100% 픽션이라면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존인물이었던 박경원은 독립운동가 때문에 고문을 받은 일도 없으며, "조국이 해준 게 무엇?"이라는 말을 들을만한 일을 한 적도 없다. 오히려 만주침략을 선전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던 사람이다.
그런 주인공이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과 눈물이 흐를 만큼 감동적인 음악으로 포장됐다.
영화 속의 박경원과 실존인물 박경원을 동일시한 이런 영화는 위험하다. 가상의 박경원이 실제의 박경원을 포장하고 정당화시키기 때문이다.
왜 '청연' 속의 박경원은 '역도산'의 김신락처럼 "나는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세계인"이라고 비겁하게 외치지 못했을까?
따지고 보면 박경원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따른 인물이다.
그녀는 '대한민국의 히로인'이 아니라 '남다른 꿈을 가진 한 인간'이었는데, 왜 그 이야기를 풀어놓지 못했을까?
왜 지나친 거짓과 과장으로 덧칠해서 오히려 그녀의 진지한 꿈과 노력을 더럽혔을까?
그녀는 자신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던 것만으로도 주목해야 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조국과 민족의 애국자로서가 아니고 말이다.
이런 작품을 앞에 두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식의 주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