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국어 완전 정복
배리 파버 지음, 최호정 옮김 / 지식의풍경 / 2006년 3월
평점 :
이 책은 외국어를 배우는 놀라운 비법을 알려주지 못한다. 오히려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면 훨씬 재미있고,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서 동기부여를 하는 책이다.
또한 '카세트테이프의 내용을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 '쉴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님을, 오히려 지독한 노력과 근성이 있어야 한다는 태도가 독자를 주눅 들게 한다.
저자의 주장은 '좋은 문법책으로 기초를 닦고, 좋은 사전과 회화책으로 공부를 하면서 신문과 잡지 등으로 폭을 넓힌다. 물론 카세트와 단어장도 필수다.'는 식의 뻔한 충고들뿐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수없이 들어왔던 외국어 학습법과 무엇이 다른가. 결국 문제는 '비법'이 아니라 저자도 책 속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노력' 뿐이다.
혹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막무가내로 중국 해병들 사이로 뛰어드는 배짱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초 이탈리아어 책을 '재빨리 다 읽어버리고' 이탈리아인을 찾는다거나 유람선 위에서의 8일 동안 인도네시아어를 배워 인도네시아 선원들과 말을 나눌 정도로 비정상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언급하는 '휴고의 쉬운 XX어' 시리즈는 정말 대단한 책인 것 같다. 기초도 없던 저자가 이 책 한 권으로 각각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노르웨이어를 배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또한 저자는 회화책으로 여행자용 회화책을 추천했는데 터무니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여행자용 회화책은 프랑스어의 'r' 발음을 'ㄹ'로 표기해놓은 것처럼 되지도 않는 한글 발음으로 떡칠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재치 있는 글 솜씨로 문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실 문법은 오히려 장애물이라는 논리와 외국어를 배우려면 분초를 아껴서 공부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신선한 주장들이다.
마치 서평, 음식평처럼 여러 외국어에 관해 평을 해놓은 부분도 읽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