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셉션 포인트 1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옮김, 고상숙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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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다. 설마 이번에는 아니겠지 했지만 역시 이번에도 댄 브라운의 법칙은 여전하다.
바로 주인공이 가장 신뢰하고 의지하는 사람이 악의 축이라는 것이다.
‘다빈치 코드’에서도 그랬고, ‘천사와 악마’, ‘디지털 포트리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작가라기보다는 기능공에 가깝다는 로빈 쿡도 이렇게까지 일관된 구성을 고집하지는 않았는데, 적어도 다음 작품에서는 새로운 구성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다빈치 코드’ 이후에 소개되는 댄 브라운의 소설들이 그리 대단한 작품은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비록 그럴듯한 공갈에 가까운 과장된 설정들, 너무 거창하기 때문에 오히려 흥미롭지 못한 비밀들 같은 단점들이 크게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작가는 계속해서 ‘엄청난 비밀’, ‘놀라운 음모’ 운운하며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사실 최첨단 하이테크로 도배된 스릴러라고는 하지만 마이클 크라이튼처럼 그럴듯하지도 않고, 톰 클랜시처럼 치밀하지도 못하다.(댄 브라운의 소설에서는 프로페셔널 킬러, 고도로 훈련된 특수부대원들일수록 더 일을 못하고 오히려 헤맨다.)

‘디셉션 포인트’는 이야기 내내 우연이 계속되고, 행운이 거듭된다.
기계적으로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점이 아쉽다.

개인적으로 ‘천사와 악마’보다는 재미없었지만, ‘다빈치 코드’보다는 조금 낫고, ‘디지털 포트리스’보다는 훨씬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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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6-08-0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요나라님 리뷰 읽을 때마다 촌철살인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작가라기보다는 기능공에 가깝다는 로빈 쿡" 깔깔깔. ^^ "다 빈치 코드" 보다가 집어던진 저로서는 댄 브라운 책은 앞으로도 볼 일이 없겠지만요.

Mephistopheles 2006-08-04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댄 브라운의 소설에서는 프로페셔널 킬러, 고도로 훈련된 특수부대원들일수록 더 일을 못하고 오히려 헤맨다.-
얘네들 어용이 아닐까요...ㅋㅋㅋ

sayonara 2006-08-0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음... '천사와 악마'만은 추천할만 하더군요.
어용이라도 그렇지, 그런 수준의 킬러라면 아마도 낙하산을 빙자한 고위층의 친인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ㅎ
 
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슈테판 츠바이크는 가히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부를만하다.
'유럽역사에 있어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에 속하는 잊을 수 없는 몰락의 무아지경이 펼쳐진다.', '그에게 가능한 것은... 위대한 행위 속으로 도주하는 것, 불멸 속으로 도주하는 것이다.', '위대한 운명의 순간은 언제나 천재를 원하고 그를 불멸의 모범으로 만들어주지만 유순한 자는 경멸하며 밀쳐버린다.'같은 문장들은 한편의 시구를 읽는 것 같다.

그 덕분에 우리는 역사교양서적에서는 접하기 힘든 매혹적인 문장으로 역사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역사는 한 명의 광기어린 천재를 통해서 그동안 축적되었던 에너지가 분출되기도 하고, 어이없는 신의 섭리 때문에 그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물론 비운의 탐험대장 로버트 스콧이 단 15일의 차이로 남극최초정복에 실패한 일화나 사형 직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는 운명의 장난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다른 사례들도 그 적절한 예인지는 잘 모르겠다.
과연 무하마드가 육지를 통해 배를 옮기지 않았더라면 동로마 제국은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영광이 좀 더 오래 갔을까?

그리고 간혹 보이는 저자의 편향된 시각도 좀 아쉽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똑같이 무서운 약탈을 했던 십자군도 남겨두었던 값진 예술작품을 몹쓸 승리자들(이슬람군)이 파괴했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리스의 사상과 문학을 보존해 줄 불멸의 유산들이 사라졌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더 많이 저질렀던 일들이다. 중세를 통과하면서 사라져간 로마의 문헌들과 그리스의 예술작품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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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8-0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탕달,카사노바를 다룬 책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권해들릴 만함... ^^

sayonara 2006-08-05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꼭 읽어봐야 겠네요. 역사책은 드라마틱한 재미가 좀 덜할지라도 '리얼 월드', '논픽션'이라고 생각하면 픽션보다 더욱 흥미진진하더군요. ^_^
 
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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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없는 3류 고등학교의 그저 그런 고등학생들이 세상을 향한 혁명을 도모한다.
그렇다고 거창한 이념을 갖고 엄청난 사건을 벌이는 것도 아니다. 그들, '더 좀비스'가 하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여고 축제에 쳐들어가는 것, 친구의 무덤에 성묘 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과 잃어버린 돈을 되찾는 것, 여대생의 스토커를 ?는 것 정도다.

멍청하고, 한심하고, 무모한... 대략 황당한 아이들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지독하게 가볍다.
하지만 뭔가 대책 없이 저질러보고 싶은 그런 열정을 느끼게 해준다. 짤막한 세 편의 이야기를 읽는 잠깐의 시간동안이나마 너무 심각할 필요도 없고, 머리 싸매고 너무 진지한 척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좋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틀 작품인 '레벌루션 No.3'보다 '런, 보이스, 런'이 더 재미있었고, 추리, 스릴러의 요소가 가미된 '이교도들의 춤'이 가장 재미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강렬하게 내 마음에 드는 책 표지는 본 적이 없다.
초딩이 피카소의 흉내를 낸 것 같은 그림체, 철저하게 쌈마이스러운 표정...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다.

그런데 이소룡이 '사망유희'에서 입었던 노란 옷은 양복이 아니라 추리닝이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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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03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옆에 검은 줄 두개가 길게 세워진 노랑색 추리닝 맞습니다..
양복 절대 아니였죠..^^ 아뵤~!

sayonara 2006-08-0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번역상의 오류인듯 싶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룡 형님의 노랑추리닝은 상식인데... ㅋㅋ
 
거칠마루 - 아웃케이스 없음
김진성 감독, 장태식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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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거칠마루’가 액션영화의 재미에 충실하기에는 무엇보다도 영화 자체의 짜임새가 너무 영세하다.
저비용 카메라 때문에 화면이 거친 것은 이해하지만, 펀치와 킥의 타격음이 사실적(!?)이라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이미 액션영화의 과장된 음향효과와 액션배우들의 과장된 제스처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관객들에게는 너무 밍숭맹숭하기 때문이다. 마치 소금을 치지 않은 음식처럼 싱겁다.
가장 큰 문제는 70년대 홍콩무협영화를 보는 것 같은 어설픈 동작들이다.
특히 비트박스와 청바지의 대결을 보면 상대방의 몸을 스치지도 않는 주먹에 나가떨어지는 장면이 마치 ‘다찌마와 리’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기대 이상의 액션과 드라마를 보여준다.
스트라이커와 유술가의 대결, 실전파와 도장파의 대결 같은 액션영화의 공식에 충실한 전개방식은 물론, 8명의 대결에 끼어든 다방 아가씨와 시골 경찰의 에피소드, 탈락자들의 번외 경기, 유력한 우승후보의 초반탈락같은 반전이 이어진다.

특히 잔재주로 치장된 반전이 아니라 무술에 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심장한 결말이 인상적이다.
“실전에는 체급같은 거 없다.”, “강해지기 위해 무술을 했는데 세상 속에서 점점 더 약해지는 것 같다.”는 등의 수많은 명대사들도 기억에 남는다.(개인적으로는 핫바를 먹고 있는 마시마로에게 청바지가 웃으면서 하는 말, “마저 먹어.”가 최고의 명대사라고 생각한다. 관객의 온몸에 퍼지는 따스한 기분...)

비록 ‘거칠마루’가 잘 만든 영화, 수준 높은 작품은 아니더라도 한국액션영화계의 소중한 성과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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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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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무겁고 진지한 소재를 가볍게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탁월하다.
'GO'의 주인공인 재일한국인 스기하라도 다른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소수계층에 속하지만 결코 주눅 들거나 무조건 심각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바보 같은 친구들, 백치미가 넘치는 여자 친구와 시트콤 같은 상황들을 수습해나간다.

작가 자신은 '연애 이야기'라고 우기고 있지만, 오히려 연애소설로서의 재미는 덜한 편이다.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는 뜬금없이 죽어버리고, 여주인공 역시 별다른 계기 없이 주인공에게 먼저 접근했다가 정체(?!)를 알고는 멀어진 다음, 또 갑자기 돌아오기 때문이다.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은 재일한국인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신파로 흐르지 않고, 지나치게 비장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멋들어지게 발랄하다.

또한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가네시로 가즈키의 팬들에게는 잠언집이라고 할 만큼 명대사들로 가득하다.
한마디 한마디가 팬들의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너무 많다.

"이런 어둠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어둠을 모르는 인간이 빛의 밝음을 얘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네가 좋아하는 니체가 말했어.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래도록 나락을 들여다보면 나락 또한 내 쪽을 들여다보는 법"이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조심하라구."
-p108

싸움에 익숙한 나 역시 처음으로 나이프가 나를 겨눴을 때는 순간적으로 온몸의 털구멍이 다 활짝 열리는 감각을 느꼈고 오줌을 쌀 뻔하기도 했다. 그 학생, 정일이는 나보다 용감했다. 들고 있는 가방으로 나이프를 떨어뜨리려고 조금도 겁내지 않고 '그'에게 바짝 다가갔다. 나는 정일이에게 진작 가르쳐주었어야만 했다. 처음으로 칼날이 나를 겨눴을 때 나는 칼 루이스보다 더 빨리 뛰어서 도망쳤다고. 그리고 이 세상에 살아남아 있는 인간들은 모두 겁쟁이고, 진정 용감한 자는 일찍 죽을 운명에 있다고. 그리고 너는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니까 누군가 나이프를 겨누면 총알보다 빨리 뛰어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p167

"가끔 내 피부가 녹색이나 뭐 그런 색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다가올 놈은 다가오고 다가오지 않을 놈은 다가오지 않을 테니까 알기 쉽잖아요....."
-p214

표지 또한 '레벌루션 No.3'만큼이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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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0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은 심각한 주제를 뭉뜽그려서 알맹이를 놓치지 않고
전혀 심각하지 않게 유머스럽게 만드는 기막힌 재주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sayonara 2006-08-0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동감, 매우공감...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진지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