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선 - 할인행사
엽위신 감독, 견자단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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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 이연걸 등 홍콩의 다른 액션스타들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저평가 받고 있는 견자단의 '도화선'은 이종격투기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의 입김이 반반씩 들어갔다던 '살파랑'에 비하면 온전히 견자단의 손길만으로 리얼 액션에 집중했던 '도화선'은 확실히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옹박'같은 무에타이의 퍼레이드에 비하면 감질날 정도로 액션이 부족하다. '무간도'를 비롯 홍콩영화의 한 공식이 되다시피 한 잠입 경찰의 이야기는 식상하기 그지없고,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 비교되는 저렴한 자동차 추격전도 한숨이 나오게 한다.

하지만 견자단 특유의 호쾌함이 살아있는 액션 장면들은 충분히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형사와 악당이 펼쳐 보이는 MMA 액션 또한 색다른 맛이 있다.
게다가 다른 어떤 액션배우보다도 힘이 느껴지는 펀치와 킥은 견자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다.
그리고 그 장점을 100%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예성, 석행우같은 액션배우들이 '도화선'의 투톱 중 한명인 고천락이 보여주지 못한 액션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운다.

마치 두 마리의 야수처럼 뒤엉켜서 싸우는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황비홍'의 사다리 액션 이후 십수년만에 보는 홍콩 액션영화의 최정점이라고 생각한다. 별다른 액션 명장면 없이 다소 지지부진하게 전개되던 영화의 흐름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강렬한 격투가 쉼 없이 펼쳐진다.

그리고 NG장면 모음은 '도화선'이 그저 눈속임이나 현란한 카메라워크로 만들어낸 액션영화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역시 견자단은 성룡도 이연걸도 없는 지금의 홍콩액션영화를 확실히 책임지고 있는 액션의 명인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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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멈추는 날 - 아웃케이스 없음
제니퍼 코넬리 외, 스콧 데릭슨 / 20세기폭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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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로 관객들의 눈을 한껏 높여놓았던 키아누 리브스가 '콘스탄틴'이라는 범작으로 관객들의 기대수준을 제법 낮추더니 이젠 거의 관객의 눈을 더럽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매트릭스', '스파이더 맨' 시리즈 이후 최근의 SF/재난 영화들은 그 완성도가 놀라운 수준에 이르렀다.
'트랜스포머'같은 스펙터클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었고, '해프닝'처럼 아기자기하면서도 깊이 있는 줄거리의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지구가 멈추는 날' 속의 외계인은 인류가 사는 지구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는지 클라투처럼 일관성도 없고, 굳은 심지도 없는 성격의 소유자에게 지구 파괴의 임무를 맡겨버렸다.

등장하는 여주인공, 그녀를 돕던 동료 과학자와 노벨상 과학자, 미합중국 국방장관, 짜증나는 레게머리 꼬마 게다가 별로 하는 것 없이 폼만 잡고 있는 깡통로봇...
모두들 설득력 없는 대사와 투정을 남발하며 애를 쓰지만 영화의 지루함을 덜기에는 역부족이다.
원작에 있었다는 유머와 재치는 일부러 지워버린듯 찾아볼 수가 없다.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한마디한마디가 심각하기 그지없다.

관객의 예상을 거의 빗나가지 않는 이야기 전개, 그리고 눈을 즐겁게 하기는커녕 별로 볼 것조차 없는 화면 속의 장면들...

확실한 것은 이것 한가지다. '매트릭스', '콘스탄틴'에서처럼 키아누 리브스는 변함없이 몽환적인 미모를 자랑한다는 것.
결국 영화를 보는 106분 동안 내 주변의 시간이 멈추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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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9-05-3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래요... 스릴도 감동도 액션도 없다는..ㅜㅜ;;; 마지막에는 뭐야?... 라는 소리가 절로..ㅡㅡ;;;

sayonara 2009-06-03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자체에게 묻고싶더군요. "누구냐 넌?... 도대체...?!..." -_-+
 
오스트레일리아 - 아웃케이스 없음
니콜 키드만 외, 바즈 루어만 / 20세기폭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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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영화들이 너무 길어져서 2부작, 3부작으로 나누어 개봉하는 것이 유행인데 반해 ‘오스트레일리아’는 관객의 돈을 아껴주기 위함인지 1부와 2부를 한 번에 묶어서 개봉한 것 같다.
남편을 찾아 호주를 방문한 영국의 귀부인,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남편의 죽음과 앞으로 경영해야 할 목장과 소떼, 야성미 물씬 넘치는 터프가이와의 사랑, 목장을 노리는 악당들에 대항한 시원한 승리.
그리고 이쯤에서 끝났겠지 싶은 부분에서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뜬금없는 일본군의 폭격과 아이들을 구조하기 위한 주인공의 악전고투...
나도 모르게 재킷의 뒷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어수선한 작품의 러닝타임이 자그마치 3시간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확실히 ‘오스트레일리아’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타이타닉’, ‘진주만’, ‘가을의 전설’ 등을 적당히 짜깁기 한 영화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듯하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왜 그리도 종잡을 수 없는지 말이다.
새침한 태도의 깐깐한 말투의 귀부인 새라는 어느 순간 갑자기 야생의 털털한 소몰이 아줌마가 된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에 슬퍼하며 엎드려 있던 소년은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에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표정이 활짝 핀다.

한눈에 봐도 CG티가 풀풀 나는 대경관도 좀 그렇고, 죽어야 할 타이밍에 알아서 척척 사라져주는 단역배우들도 한편으론 고맙기만 하다.

하지만 쉬지 않고 이어지는 사건들을 따라가는 재미도 나름대로 쏠쏠했고, 웅장한 대자연의 풍경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니콜 키드먼과 휴 잭맨의 수려한 자태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약간의 지루함에도 졸지 않고 충분히 감내할 만큼 컨디션이 좋다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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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 - 아웃케이스 없음
토니 스콧 감독, 덴젤 워싱턴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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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작품답게 감각적이고 화려한데다가 토니 스콧이 감독한 작품답게 빠르고 긴박감이 넘친다.

해군병사들과 시민들이 탄 페리호가 폭발하고 수백 명의 사상사가 발생한다.
현장에 출동한 화기단속국(ATF) 요원 더그는 FBI의 비밀부서에 합류해서 과거의 특정 시점을 볼 수 있는 장비로 범인을 추격한다.

시나리오를 접하자마자 주연배우와 제작자를 매료시켰다는 '데자뷰'의 줄거리는 마치 마이클 크라이튼의 범작을 보는 것 같다.
감청 기술, 끈 이론, 평행 우주론에 관한 내용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오고, 주인공 더그는 자꾸만 FBI 연구원들에게 과학적 설명을 요구한다.

게다가 '너무나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러브 스토리'라는 브룩하이머의 욕심이 너무 컸었는지도 모른다. 액션의 달인 토니 스콧에게 감독을 맡겼으니 말이다.
두어 번의 자동차 추격전 말고는 변변한 액션 장면도 없고, 두 주인공의 러브라인도 너무 서둘러 시작되고 황급히 여운을 남기면서 마무리된다.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추격하는 장면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지만, 일반 관객이 보기에는 그저 또 하나의 카체이싱 장면일 뿐이다.
결국 토니 스콧 스타일의 화끈한 액션 스릴러도 아니고, 시공을 초월하는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도 아닌 어정쩡한 작품이 되어 버렸다.(확실히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갖춘 '다크 나이트'같은 작품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인터뷰 중에 걸핏하면 데자뷰, 데자뷰 운운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립 서비스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아카데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연기파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토니 스콧 감독과 만나기만 하면 '크림스 타이드'에서와 똑같은 가벼운 연기를 반복하는 덴젤 워싱턴을 보는 것도 좀 아쉽고, 로버트 다우니 JR처럼 근사하게 늙지는 못할망정 별다른 개성도 없는, 펑퍼짐한 중년의 아저씨로 늙어가는 발 킬머를 보는 것도 안타깝기만 하다.

어쨌든 간에 ‘데자뷰’는 이런 저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해외에서 기어이 제작비를 회수하고야 마는 제리 브룩하이머 사단의 저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비슷한 분위기의 추격전인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나 '이글 아이'만큼 탄탄하진 않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손에 땀을 쥐고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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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필
존 그리샴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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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셤의 작품들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나 '펠리컨 브리프', '레인메이커'같은 작품들은 거대권력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비록 골리앗을 완벽하게 무너뜨리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아기자기하고 통쾌한 승리를 거두곤 한다.

하지만 최근 작품들은 존 그리셤 스타일이라고 불릴만한 전형적인 패턴들을 뛰어넘는다.
엉뚱한 소재의 성탄특집 스릴러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첩보/정치 스릴러에 가까운 '브로커'와 '톱니바퀴', 이야기의 반 이상이 열대 밀림에서 벌어지는 '유언장', 스포츠를 통해서 어린 시절의 꿈과 삶을 회상하는 '관람석'까지 폭넓은 재능을 선보였다.

최신작 '어필'은 초기의 스릴과 최근의 변칙성을 함께 갖춘 작품이다.
예전의 '파트너'라는 작품이 그랬듯이 '어필' 또한 존 그리셤의 다른 작품들이나 평범한 법정 스릴러라면 결말에 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환경오염으로 원고의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한 대기업이 엄청난 금액의 배상금을 선고받는다. 원고와 원고의 변호사들은 마치 길고 긴 싸움의 마지막에서 피로에 젖은 승리를 만끽한다.
그러나 곧 대기업의 반격이 시작되고, 대법원의 판사를 교체하기 위한 음모가 이어진다.

하지만 작품의 실제 모델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는 점이나 미국의 대법관 선출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은 지구 반대편의 한국 독자에게는 너무 먼 나라의 낮선 이야기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한참동안 차곡차곡 사건과 사건을 엮어나가던 존 그리셤이 결국 우연이라는 요소에 의지해 결말의 반전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스릴러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우연 말이다.-불치병으로 죽을 것 같던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을 살릴 수 있는 기적의 약이 나타나고, 시종일관 주인공을 괴롭히던 시어머니가 최종회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눈물의 참회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확실히 존 그리셤의 글 솜씨가 장황해졌다. 초창기의 간결한 문장은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정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조연에 불과한 오트 목사의 배경을 설명하는데 두 페이지, 트루도를 소개하는데 서너 페이지씩이나 할애한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작의 문제인지 이해할 수 없는 구절도 나온다.
138페이지에서 친기업적 판사 후보로 선택된 론의 변호사 봉이 9만 2천 달러인데, 판사 연봉이 11만 달러라는 말을 듣고 ‘연봉을 그렇게까지 깎일 수 는 없다는 듯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는 문장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뭐, 여러 가지 불만스러운 부분도 많고, 더 이상 초기작에서 느낄 수 있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시의적절한 소재와 비교적 탄탄한 줄거리로 그럭저럭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존 그리셤도 나이를 먹었는지 ‘어필’에서도 성같은 집, 비싼 사무실보다 그저 아이들을 키울 집을 갖고 싶었다는 식으로 인생을 성찰하는 듯한 문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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