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 이연걸 등 홍콩의 다른 액션스타들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저평가 받고 있는 견자단의 '도화선'은 이종격투기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의 입김이 반반씩 들어갔다던 '살파랑'에 비하면 온전히 견자단의 손길만으로 리얼 액션에 집중했던 '도화선'은 확실히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옹박'같은 무에타이의 퍼레이드에 비하면 감질날 정도로 액션이 부족하다. '무간도'를 비롯 홍콩영화의 한 공식이 되다시피 한 잠입 경찰의 이야기는 식상하기 그지없고,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 비교되는 저렴한 자동차 추격전도 한숨이 나오게 한다. 하지만 견자단 특유의 호쾌함이 살아있는 액션 장면들은 충분히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형사와 악당이 펼쳐 보이는 MMA 액션 또한 색다른 맛이 있다. 게다가 다른 어떤 액션배우보다도 힘이 느껴지는 펀치와 킥은 견자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다. 그리고 그 장점을 100%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예성, 석행우같은 액션배우들이 '도화선'의 투톱 중 한명인 고천락이 보여주지 못한 액션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운다. 마치 두 마리의 야수처럼 뒤엉켜서 싸우는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황비홍'의 사다리 액션 이후 십수년만에 보는 홍콩 액션영화의 최정점이라고 생각한다. 별다른 액션 명장면 없이 다소 지지부진하게 전개되던 영화의 흐름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강렬한 격투가 쉼 없이 펼쳐진다. 그리고 NG장면 모음은 '도화선'이 그저 눈속임이나 현란한 카메라워크로 만들어낸 액션영화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역시 견자단은 성룡도 이연걸도 없는 지금의 홍콩액션영화를 확실히 책임지고 있는 액션의 명인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