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후 작가와 버핏과의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냉철한 3자의 입장에서 씌여진 이 책은 놀라울 만큼 두껍고 또한 지루하다. 각 챕터는 몇 년이라는 촘촘한 시간의 간격으로 나뉘어 있고, 그 내용에는 워런 버핏이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주식을 얼마만큼 샀는지 자세하게 나와 있다. 심지어는 버핏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소개하는 내용이 몇 페이지에 걸쳐 이어질 때도 있다. IT 열풍에 관한 버핏의 언급을 기술한 부분을 보면 이런 식의 세심한 지루함을 명확히 엿볼 수 있다. '...청중이 본 게 투자에 대한 장인적인 견해의 피력이었든 늙은 호랑이의 마지막 포효였든 간에, 그의 연설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역작임에 분명했다...' 대중의 취향에 영합한 많은 작가들이 IT주식의 폭등에 관한 버핏의 말을 호들갑스럽게 추켜세웠다.(물론 뒤늦게 IT 투자자들을 신나게 비웃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버핏의 말이 확실히 옳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건조하고 간단하게 묘사하고 만다. 남을 따라서 사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앞서가는 사람이 실수하지 않을 때만 그렇다는 식의 소박한 격언도 곳곳에 담겨있다. '스노볼'은 말랑말랑한 내용의 자화자찬으로 가득한 자서전들과는 달리 묵직한 무게감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 묵직함은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간에 확실히 인상적이긴 하다. 물론 이 책에는 재미있는 일화들도 많다. 일반 대중이 알 수 없었던 버핏의 내면적인 모습도 읽을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버핏이지만 버핏이 평소 백만장자 순위를 민감하게 지켜본다는 사실, 단 한 순간의 어리석은 판단과 지난한 노력의 결과로 얻었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두고두고 후회했으며 심지어는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이름이 애초에 귀에 들리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까지 말했다는 사실 등이 그렇다. 버핏의 실패담도 담겨있다. 물론 지금의 대단함에 견주어 보면 젊은 시절의 주유소 사업 실패는 무척이나 사소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 자서전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금의 버핏을 만든 것이 호황기의 시대라거나 하늘이 내린 행운이라는 식의 폄하는 하지 못할 것이다. "워런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는 순간, 투자 자금을 내가 직접 만져 보고 싶다는 생각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군요."라고 책 속의 한 인물이 말한 것처럼 오늘날의 버핏을 만든 것은 그 자신의 비범한 천재성과 주식에 몰입하는 그의 탁월한 집중력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원하고 화려한 호주의 자연 풍경이 펼쳐지는 영화의 시작은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든다. 이런 밝고 건전한 화면이 있기에 뒤에 이어지는 잔혹한 살육이 더 공포스러운 법이다. 무엇보다도 '울프크릭'은 그저 그런 공포영화들에 비하면 훨씬 색다른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우리도 경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비극, 충분히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살인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정말이지 사람 하나 없는 외딴 곳을 여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꼭 살인마가 없더라도 말이다.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죽지 않고, 희생자인 것 같은 사람이 살아나고, 결말도 뻔한 공포영화처럼 시원하면서 밋밋하게 끝나지 않는다. 좀 찝찝하긴 하지만 그 거북함이 오히려 호감이 간다. 하지만 정작 영화 속에서 보이는 살인마와 주인공의 행동은 너무 뻔하고 너무 엉성하기만 하다. 악전고투 끝에 살인마를 쓰러트렸으면서도 후속타를 날리지 않고, 급박하게 쫒기는 와중에도 호기심은 어찌 그리 많은지 꼭 한 번씩 찔러본다. 그리고 쓸데없는 행동들은 어찌나 많이 하는지...(물론 주인공들에게는 관객들에게 작품의 배경과 동기를 설명해줘야 할 의무가 있기는 하다.) 그저 그렇고 전형적인 킬링타임 영화 정도였던 것 같다.
이 책은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버핏에 관한 수많은 책들 중에서 가장 빼어난 통찰력을 보여준다. 이 책이 버핏의 투자 스타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는 뜻이 아니다. 이 책은 왜 개인투자자가 버핏의 방식을 무작정 따라할 수 없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미에서 버핏이 진정 위대한 투자가인지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흔히 버핏의 투자원칙을 가치투자라는 애매한 단어로 뭉뚱그려서 표현하는데 버핏의 수익률은 가치주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주식이건 가능한 낮은 가격을 주고 매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흔히 버핏이 투자를 할 때 주식을 매수하는 게 아니라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점도 확실히 한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개인이 기업과 '결혼'하는 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버핏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처럼 바보라도 경영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할지도 모르지만 기업의 유능한 경영진을 무엇보다도 중요시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버핏 자신은 집중투자를 선호하지만 대중들에게는 인덱스 펀드를 추천하는 이유가 왜 말이 되는지 잘 설명해 놓았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중복된 내용이 계속되고 중언부언한다. 저자 자신이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건지 잘 모르고 있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버핏과 분산투자를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버핏은 집중투자를 선호하지만 다른 억만장자들의 포트폴리오보다는 더 분산되어 있고, 이는 과거보다 버크셔 해더웨이의 규모가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라는 요지의 이야기가 계속 반복된다. 심지어 43 페이지에서는 버핏이 집중투자를 선호하지만 분산투자(인덱스 펀드)를 추천한다는 중복되는 내용을 되풀이한다. 문맥이 이상한 문장도 수두룩하다. 101페이지에는 '시가총액이 가장 작은 주식들의 주가는 10년 동안 6배가 올랐으며 시가총액이 가장 작은 주식들의 주가는 3배가 되지 않았다'는 식이다. 일목요연하게 말할 자신이 없다면 공동저자를 선택하든지, 공분산에 관해 설명하고 버핏과 학자들을 비교하느라 꽤 많은 지면을 낭비한다. 책을 읽는 내내 어수선한 저자의 글에 갸우뚱하다가 각 챕터의 끝에 있는 요약 부분을 읽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이 책은 버핏이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지 그리고 버핏의 원칙이 얼마나 훌륭한 방식인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동시에 버핏의 투자원칙이 증시에서 수익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도 확실히 가르쳐주고 있다. 그의 전략은 거의 완벽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버핏의 위대함에는 공감하지만 개인들의 투자에는 좀 더 다른 방식, 심지어는 버핏과 정반대의 전략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버핏의 투자전략은 쉽게 단언해서 정리할 수 없다. 그는 결코 쉽게 분류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성호사설'은 '동의보감', 지봉유설'처럼 뭔가 그럴듯하고 대단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이지만 거창하고 웅대한 것만 적은 것이 아니다. 두부 찌꺼기로 비지국을 끓일 수 있다는 내용이나 콩의 싹을 내서 콩나물을 기르면 몇 곱절이나 값이 더해진다는 서민적인 내용도 수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읽어보려 하면 고전은 어렵기만 하고, 이해하기가 무척 힘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풀어 쓴 만화를 통해서 고전을 접할 수 있다면 옛 선인들의 지식을 접하는 훌륭한 첫걸음이 되고 올바른 길잡이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만화는 어린이용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입문서다. 더구나 곤궁에 빠진 백성들을 좀비로 표현하는 등 만화라는 형식을 100% 활용할 줄 아는 작가의 센스가 뛰어나다. 필생의 역작에 '소소한 이야기'라는 뜻의 '성호사설'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익의 겸손함도 만화로 잘 표현했다. 하지만 그 겸손함에 걸맞지 않게 붕당 정치의 폐해, 당시 지배층의 그릇된 외교 태도 등 읽고 깨달을만한 내용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노비 제도 자체가 아닌 노비의 처우에 대해서만 언급했다는 점에서 양반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점까지 꼼꼼하게 지적한다. 원서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적절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는 독자라도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작가의 전작인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한마디로 대단한 베스트셀러였다.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읽는 이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주먹을 꽉 쥘 수 있게 만드는 내용들이었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속편들이 줄줄이 출간되었고 결국 작가의 또 다른 역작인 '가슴 뛰는 삶'이 출간되었다. 물론 이 책에도 미국무성 외교관 시험에 응시한 정주리씨의 한마디처럼 가슴을 짜릿하게 하는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실제 사례보다는 성공의 방법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책의 안내문에는 좋게 표현해서 '비전 이야기의 결정판'이라고 표현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적의 짜깁기인 것 같다. 이미 유명한 책들에서 수없이 읽었던 근거가 불명확한 사례들이 수록되어 있다. 호박벌은 자신이 구조적으로 날 수 없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날 수 있다, 대학 시절 목표를 글로 적어놓은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물은 정확히 100도에서 끓기 때문에 99도에서 멈추면 안된다... 때로는 과장되고 때로는 거짓된 경우의 사례들도 많다. '나는 달린다'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고 마라톤으로 인생을 바꿨다는 독일의 정치인 요슈카 피셔는 지금 달리기를 그만두고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휴식 같은 인생의 달콤한 맛에 만족하고 있다. 새로 영업일을 시작한 신입사원이 비싼 캐딜락과 고급 양복을 사는 것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말은 이미 주변에서 수많은 실패 사례들을 본 적이 있다. 자신에 찬 저자의 태도는 한 줄, 한 줄의 문장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듯 하지만 받아들이는 이는 너무나 많은 내용 때문에 소화불량에 걸릴 지경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적에서 다룬 내용을 한 권의 책에 담으려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한꺼번에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방대하고 다양한 분량이다. 확실히 저자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스스로 '의욕이 지나쳐 뭔가를 '해보자', '하라'는 주문이 너무 많아진 감도 없지 않다'라고 적어놓았다. 나태한 일상과 관성적인 하루하루에 빠져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확실히 저자의 요구는 너무도 버겁기만 하다. 훨씬 더 허술해 보이는 책이지만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전작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가 훨씬 더 감동적이고 교훈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