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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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만하면 젊은 작가 상 수상작품집을 챙겨읽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한 해 동안 주목받은 작가 군도 궁금하고 어떤 작가들이 어떤 글들을 쓰는지 알고 싶기도 하다. 또한 문학동네에서 특별 보급 가란 이름으로 저렴하게 펴내기에 그 뜻에 발맞추고 싶은 생각도 있다. 나는 언제나 우리 소설, 우리 시에 진심이다. 누가 뭐래도 (뭐라 하지 않아도) 우리 문학에 관한한 순정파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 편이라도 부지런히 읽고 한 권이라도 사는 것이 우리 문학을 지키는 이들에게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여 딴에는 꽤 부지런히 읽고 수입에 비해 과하게 사는 편이기도 하다. (그렇지. 올해 오른 최저 시급은 이제 시집 한 권을 살 수 있다. 어느 달의 도서 지출 비용은 이틀 치의 일당을 훌쩍 넘긴다. 그렇게 하루하루 일당을 제하고 나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올해, 올해의 작품집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몇 해 전 박상영, 김봉곤 등에 놀랐다면 같은 맥락으로 김멜라, 김지연 등에 놀랍다는 것이다. 늙은, 혹은 낡은 내 정서로는 파격에 가까운 일이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는 느낌이다. 소수라는 이유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애정 하는 우리 문학에서 그 걸음을 걷는 것이 뿌듯하다. 다 옳은 것만은 아니고 다 높은 수준인 것은 아니지만 다양성은 중요하다. 나머지 선택은 독자의 몫이니까.

   일하면서 읽느라고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고 작고 촘촘한 활자는 가독성을 떨어뜨렸다. 어쩔 수 없이 늙은, 아니 낡은 나를 발견하기도 하는 독서의 시간이다. 그런 나를 지켜보는 동료들 한 마디씩 한다. "눈 좋아서 좋겠다." 그래도 여튼 읽기를 마쳤다. 이제 눈 밝은 이들이 찾아 줄 2022년의 젊은 작가들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엉뚱한 방향으로 드는 생각, 젊은 작가 군도 요즘 핫한 작가 군도 대부분 여성작가들이다.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이것은 편가르기라고 요즘 정치가 양반들이 말씀하시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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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나는 돌아가야만 한다
 내 시의 유일한 자양분은 그리움
 그리워하려면 멀리 있어야 하므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말끔히 정돈하고,
모든 사안에 대해 해결책과 모범 답안을 알고 있는 사람들.

누가 누구와 연관되어 있고, 누가 누구와 한편인지,
목적은 무엇이고, 어디로 향하는지 단번에 파악한다.

오로지 진실에만 인증 도장을 찍고,
불필요한 사실들은 문서세단기 속으로 던져버린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은
지정된 서류철에 넣어 별도로 분류한다.

단 1초의 낭비도 없이
딱 필요한 만큼만 생각에 잠긴다.
왜냐하면 그 불필요한 1초 뒤에 의혹이 스며든다는 걸 알기에.

존재의 의무에서 해방되는 순간,
그들은 지정된 출구를 통해
자신의 터전에서 퇴장한다.

나는 이따금 그들을 질투한다.
- 다행히 순간적인 감정이긴 하지만.

유고시집<충분하다>중에서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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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것까지도 아빠랑 똑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멈추고 싶었지만 멈출 수가 없어다. 영지는 자기가 뭘 해주면 기분이 나아지겠느냐며 계속 나를달랬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발…… 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아니야, 절대 그 말만은 하지 마……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니야해줘, 아니야 하지 마, 사이에서 그냥 눈물만 났다.
"나 너네 아빠한테 엄청 잘 보이고 싶었어. 그게 아무 의미 없다는 거 알면서도 그랬어."
나는 계속 울었다.
은호야, 나는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어떤 식으로든."
영지는 계속 내 곁에 있었다.

아주 어릴 때 내가 울면 할머니는 커다란 솜이불을 덮어주었다.
"그 안에서 실컷 울어라."
눈을 떠보면 어둡고 솜이불은 무거운데 그 어둠과 무게가 나를달래주었다. 그동안 할머니는 나에게 먹일 달달한 음식을 마련해놓고 기다렸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대봉시일 때가 많았다. 한참을 울다가 왜 울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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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재미지다




루소는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가장 사랑한 신체 기관인 심장에도 지력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마의 주름과 턱의 힘을 풀고 팔다리를 가법게 흔들 수만 있다면 심장의 지력에 닿을 수 있음을 알았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는 으스대고 뻐기며 걷지만, 혼자있을 때는 그러지 않는다. 으스대며 걷는 것은 사회적 제스처다.
가장 느린 이동 형태인 걷기는 더 진정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우리는 아마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을오래전에 잃어버린 낙원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걸을 수는 있다. 결어서 출근할 수 있다. 걸어서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줄 수 있다. 산들바람이 부는 상쾌한 가을날 오후, 특별한 목적지없이 혼자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잊기 위해 걷는다. 짜증내는 상사, 배우자와의 말다툼,
- P101

소로는 이렇게 적었다. "관찰이 흥미로워지려면, 즉 중요한 의미를 가지려면, 반드시 주관적이어야 한다."
아름다움을 개인적으로 판단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핏빛 노을, 수많은 별들이 수놓인 잉크처럼 새까만 밤하늘, 전부 개인적의견이다. 철학자 로저 스크러튼이 말했듯, "그런 아름다움을 위한 공간이 있는 세상에 당신을 위한 공간도 있다."
소로에게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소로는 느끼지 않고는 보지 못했다. 어떻게 느끼느냐가 어떻게 보느냐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느냐도 결정했다. 소로에게 보는 것은 감정적일 뿐만 아니라 상호적인 행위였다. 예를 들어 장미를 보면소로는 장미와 대화를 주고받았고, 어떤 면에서는 협력하기도 했다.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 다소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 안다.
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어떤대상을 볼 때 그 대상도 자신을 쳐다본다고 느낀다. 이들 모두가미친 것일 리는 없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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