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스위스가 다양성의 나라임을 실감할 수 있다. 다양성을 더 큰 하나로 통합하기 위하여 스위스 사람이 채택한 제도는 민주주의였다. 역사와문화가 다른 주들이었지만 개인에게 이익이 될 것 같아 1848년 연방 국가로 묶는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는 단일 민족을 유난히 강조하는 교육을 받아왔다. 언어와 문화가 동일한 것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토론을 거쳐 결정을 내리고 결정에 승복하는 문화가 우리에게 부족한 게 아닐까, 그것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라투스에 서 있는 저 전나무를 보면서. - P218
《신영복 함께 읽기》라는 책을 읽고 문득 서재에 꽂힌 신영복 선생의 《나무야 나무야》를 꺼내 들었다. 1996년 10월18일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선물받은 것으로서 "선생님이주신 뜻을 생각하며" 읽었다고 그 책 끄트머리에 적혀 있었다. 다시 읽었는데 예전의 기억은 살아나지 아니하였다. 아마도 읽은 지 오래되었거나 예전에 건성으로 읽은 탓이리라.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국내 여행을 하면서 엽서 형식으로 띄운 글을 모은 것이다. 허준과 스승의 이야기가 숨 쉬는 밀양 얼음골, 황희와 한명회가 지은 반구정과 압구정, 만해가 수행하고 일해 (전두환 전 대통령)가 쫓긴 삶을 살아간 백담사,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충무공의 한산섬, 남명 조식 선생의 혼이 숨 쉬는 지리산 등등이 신영복 선생이 다녀간 곳들이다. - P232
강릉 단오제에서 띄운 엽서가("조調는 글자 그대로 말言을 두루周 아우르는 민주적 원리이며 화和는 쌀米을 나누어 먹는口 밥상 공동체임에 틀림없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없이 사는 사람들의 거친 범죄에 분노하는 자신을 성찰하는 밤이다. 맨손으로 일하는 그들의 거친 손마디에도주의를 돌려야 하지 않을까? - P234
공부 달인 30인이 쓴 <공부의 즐거움》을 읽었다. 저자를 훑어보면 《우리 선비>를 쓴 서울대 국사학과 정옥자 교수, 나노 소재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한 서울대 물리학과 임지순 교수, 한반도 역사를 구석기시대까지 끌어올린 선사고고학자 손보기 교수, 세상에서 공부만큼 즐거운 것이 없다는 전 서울대 국문학과 조동일 교수... 가히 공부 달인이라고 부를 만한 서른 분이등장한다. 공부는 삶이다. 공부는 새로움이다. 공부는 즐거움이다. 공부는 깨달음이다. 이 네 가지 주제로 공부에 대한 생각을 펼쳐놓았다. - P235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있는데 그의 수업은 20여 년 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을 탐색한다. 하나, 공리나 행복의 극대화다. 둘,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 선택은 자유 시장에서 사람들이 실제 행하는 선택일 수도 있고(자유지상주의 견해),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행할 법한 가언적선택일 수도 있다(존 롤스 같은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견해). 셋,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다(저자의 견해). - P259
저자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는 하나, 시민의식, 희생, 봉사, 둘, 시장의 도덕적 한계, 셋, 불평등, 연대, 시민의 미덕, 넷, 도덕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해묵은,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논쟁의 완결판이라고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불러내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고 존 롤스의 연구 성과를 자양분으로 삼으면서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저자의 고민과 성과가 보인다. 무수히 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각자의 철학에 따른 결론과 그 문제점을 상세히 분석한 다음 저자의 철학을 제시하는 서술 방식이 매우 강력하고 일관되어 있다. 정의라는 주제에 관하여 관심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할 또 하나의 고전이다. - P260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를 읽었다. 지금 읽는 것이 부끄럽지만 지금이라도 읽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책 소개는 번역자인 박홍규 영남대학교교수의 글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자유론은 남북한 대립을 비롯한 수많은 대립적 의견이상충하는 우리 현실에서 그 모든 의견의 평화 공존을 위한 최소 조건의 틀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사회의 도덕적 획일성을 유지하려는 법적 강제를 확고하게 반대하는 입장, 그런 법적 강제로부터 시민의 자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생각은 지금의 어떤 진보적 사고나정책보다 앞서 있다. 아나키즘적 자유론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 P261
게오르규 《25시》를 읽었다. 저자는 루마니아 몰다비아 지방의 작은 산마을에서 가난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 소설엔 주인공인 루마니아 농부 요한 모리츠, 그의 아내 스잔나, <25>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트라이안 코루가가 등장한다. 시대적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다. 요한 모리츠는아내를 탐내는 헌병대 소장의 계략에 유대인으로 몰려 루마니아 수용소, 헝가리 수용소, 독일 수용소, 미국 수용소에 13년간 수용되는 가혹한 운명을 맞게 된다. 게오르규에 의하면 유럽 사회는 세 가지의 훌륭한 유산 - P263
을 상속받았다. 그리스인이 남긴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과존경, 기독교가 가르쳐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 로마인이 보여준 정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다. 그러나 현대기계사회는 이 세 가지 귀한 유산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나치가 왜 나빴던 것인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작가가 개인을 강조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수 있다. 이 사회가 나아갈 길은 자유와 평등, 자유와 평등사이 균형을 이뤄내는 잣대로서의 정의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일독을 권한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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