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행렬이 이전보다 좀 더 속력을 내는 듯했다. 주제엔 여전히 해가 쏟아지는 빛나는 들판뿐이었다. 하늘의 번쩍거리는 반사광이 이제는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잠시후 우리 일행은 최근에 새로깐 도로의 일부를 지나가야겠다. 아스팔트는 햇볕을 받아 터져 나갈 듯 번쩍였다. 사람들의 발자국이 푹푹 박혀 들면서 아스팔트는 번들거리는 죽처럼 뭉개졌다. 운구차 위로 보이는 마부의 모자마저도가죽이 곤죽이 되다시피 하여 마치 이 검은 진창 속에 한데 넣고 짓이겨 놓은 듯한 꼴을 하고 있었다. 나는 푸르고 하얗게 빛나는 하늘과 이 모든 색깔들의 단조로움, 그러니까 녹아 문드러지는 아스팔트의 번들거리는 검은색, 사람들이 걸친 옷의 생기 없는 검은색, 그리고 래커 칠을 한 마차의 윤나는 검은색으로 인해 약간은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 P-1

태양, 운구차에서 나는 가죽과 말똥 냄새, 래커와 향냄새, 불면의 밤이 주는 피로, 이 모든 것이 내 시선과 생각을 어지럽혔다. 나는 한번 더 뒤를 돌아보았다. 페레가 저 멀리 열기의 구름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그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페레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았다. 도로에서 빠져나와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그가 보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길이 내 앞에서 꺾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제야 나는 이 고장을 잘 알고 있는 페레가 우리를 따라잡기 위해 지름길을 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길이 선회하는 모퉁이에 이르러 마침내 우리와 합류했으나, 이내 또다시 일행과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그는 다시 벌판을 가로질렀다. 페레는 그러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나는 피가 관자놀이를 때리는것 같았다. - P-1

 해결책은 없는 거였다. 그날 본 광경 중 몇몇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예를 들자면, 마을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우리를 따라잡았을 때의 페레의 얼굴, 그의 두뺨 위에는 흥분과 고통이 자아낸 굵은 눈물줄기가 흥건했다. 그러나 주름으로 인해, 눈물은 흘러내리는 대신 번지고 뭉쳐 그 엉망이 된 얼굴에 일종의 물의 유약을 씌워 놓았지. 또 있다. 교회당, 보도 위의 마을사람들, 공동묘지의 묘석들 위에 장식된 붉은 제라늄, 페레의 기절 (그때 그는팔다리가 빠진 꼭두각시 인형 같았다), 엄마의 관 위에 덮이는 핏빛 흙더미, 거기 섞여 드는 풀뿌리들의 하얀 살, 또다시 사람들, 목소리들, 마을, 카페 앞에서의 기다림, 끝도없이 부릉거리는 모터 소리, 그리고 버스가 빛의 둥지 알제에 들어서며 마침내 잠자리에 들어 열두시간동안 잘수있다고 생각했을 때, 순간 내가 느꼈던 기쁨. - P-1

그때 나는 하품을 했다. 그러자 노인은 이제 가봐야겠다고 했다. 나는 더 있어도 된다고, 또 그의 개한테 일어난 일로 나도 마음이 언짢다고 이야기했다. 살라마노는 고마워했다. 그리고 엄마가 자기 개를 무척 귀여워했다고 했다. 엄마 얘기를 할 때 그는 엄마를 <가엾은 어머님>이라고 불렀다. 그는 엄마가 죽은 뒤로 내가 무척 불행할 것이 틀림없다는 짐작을 그런 식으로 내비쳤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노인은 어색한 태도로, 동네에서는내가 엄마를 양로원에 보낸 일 때문에 나를 좋지 않게 봤지만 자기는 내 사람 됨됨이와 내가 엄마를 무척 사랑했다는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아주 빠른 말투로 덧붙였다. 나는 나 자신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이 그 점에 관해 나를 나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간병할 만한 돈이 없는 나로서는 얼마를 양로원에 보내는 일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고 대답했다. 게다가 어머니는 퍽 오래전부터 저와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않으셨습니다. 혼자서 적적해하셨어요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렇지요, 그리고 적어도 양로원에서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잖소> 하고 노인이 응답했다. 그러고는 이만 실례하겠다고 했다. 「가서 자야겠소. 내 생활에도 이제 변화랄 게 생겼는데, 앞으로 어찌해야 좋을지  - P-1

잘 모르겠구려.」 그러면서 노인은 내가 그를 안지 처음으로 슬쩍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살갗의 까칠한 촉감을 느꼈다. 살라마노는 약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방을 나서기에 앞서 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오늘 밤은 개들이 짖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난 꼭 그게 내 개인 것 같아서 말이지요.」 - P-1

붉은 반사광의 기세는 여전했다. 바다는 헐떡거리며 전력을 다해 모래 위로 작은 파도들의 받고도 숨막히는 호흡을 밀어냈다. 나는 천천히 바위 더미 쪽으로 걸었다. 태양아래서 이마가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열기전체가 나를 짓누르며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아섰다. 열기의 뜨겁고 거대한 입김이 얼굴 위로 느껴질 때마다나는 이를 악물고 바지 주머니 속의 주먹을 꽉 쥔 채 태양과 태양이 내게 쏟아붓는 이 뚫을 수 없는 취기를 이겨내기 위해 온몸을 긴장했다. 모래밭에서, 새하얀 조가비나 깨진 유리 조각에서, 빛의 검이 솟구쳐 오를 때마다 내턱은 부르르 경련했다. 나는 오랫동안걷고 또 걸었다.
저만치, 빛과 바다의 먼지가 만들어 내는 눈부신 훈영에 에워싸인 작고 어슴푸레한 바위 더미가 보였다. 나는 그바위 뒤에 흐르던 신선한 샘물을 떠올렸다. 졸졸 흐르는그 샘물 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다. 태양과 힘든 노력과 여자의 울음소리를 피하고 싶었다. 한마디로 그늘과 그늘이주는 휴식을 되찾고 싶었다. 한데, 좀 더 가까이 다가갔을때 나는 그 자리에 레몽을 노렸던 아랍인이 되돌아와 있는것을 발견했다. - P-1

나는 기다렸다. 태양의 뜨거운 기운이 뺨에 와 닿았다. 나는 눈썹에 땀방울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그날과 마찬가지로 나는 특히 이마가 지끈거리며 아팠고, 피부 밑에서 머리의 혈관 전체가 한꺼번에 쿵쿵거리며 때리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그 뜨거움 때문에 나는 앞으로 한 발짝 움직였다. 나도 그것이 어리석은 행동임을, 그러니까 한 발짝자리를 옮긴다고 해서 태양을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한 걸음을, 딱 한 걸음을 내딛고말았다. 그러자, 아랍인이 여전히 자리에 누운 채로 칼을 빼 들었다. 그는 태양의 한복판에서 칼을 들어 내 쪽으로향했다. 단검 위에서 빛이 분출했다. 번쩍이는 길디긴 빛의 날이 내 이마를 강타했다. 그 순간 눈썹에 모여 있던 땀이 단숨에 흘러내리며 내 두 눈꺼풀을 미지근하면서도 두터운 너울로 덮어씌웠다. 그 눈물과 소금의 장막 뒤에서내 눈은 멀어 버렸다. 이제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곤 이마에서 울려 대는 태양의 심벌즈 소리, 그리고 그것에 가세한 정면의 단검이 뿜어 대는 번쩍이는 빛의 칼날뿐이었다. 그 뜨거운 검이 내 속눈썹을 파고들어 고통에 사로잡힌 눈을 후볐다. 그러자 모든 것이 흔들렸다. 바다로부터짙고 뜨거운 숨결이 실려 왔다. 내게는 마치 하늘이 통째로 열리면서 비오듯 불을 내리붓는 것 같았다. 나의 존재 - P-1

전체가 송두리째 팽팽하게 긴장했다. 나는 경련을 일으키며 권총을 쥔 손에 발작적으로 힘을 주었다. 방아쇠가 굴복하고, 나는 권총 손잡이의 매끈한 배를 건드렸다. 그리고 모든 것이 거기서부터, 무미건조한 동시에 귀를 찢는듯한 그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버렸다. 나는 내가 방금 낮의 균형을, 스스로 행복감을 느꼈던 해변의 그 예외적인 고요를 파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는 꼼짝하지 않는 아랍인의 몸에 대고 또다시 네 발을 더 쏘았다. 총알들은 바깥으로 흔적을 드러내는 대신 몸뚱이 깊숙이 박혀 들었다. 그 네 발의 총성이내게는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와도 같았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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