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은 백정의 사우고 지는 살인자의 아들 아닙니까."
"참 그렇고나, 그렇지."
하다가 관수는 소리를 내어 웃었다. 한복이도 함께 소리를 내어 웃었다. 두 사내는 자신들이 왜 웃는지, 웃어야 하는지 분별도 없이,
우는 대신 웃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형님, 지는 말입니다. 지는요, 지는 말입니다. 후회 안 할 깁니다. 겁이사 나겄지마는요, 발 빼지는 않을 겁니다. 영호하고 약조를 했인께요 살인 죄인으로 세상 끝내기 보담이야 애국자로 세상 끝내는 편이 안 낫겄십니까."
애국자라 했을 때 한복의 얼굴에는 수줍음이 지나갔다. 그리고술 안 마시고는 못할 말들이었다.
"그라고 그래야만 나는 빚을 갚는 기이 안 되겄십니까? 빚 안지고 살겄다 그기이지 평생의 소원인께요. 관수형님이 처음 지보고만주 가라 했을 직에는 원망스럽기도 했제요. 하지마는 만주 가서길상형님을 만나보고 그곳 사정을 보이, 야, 길상형님이 나를 깨우쳐준 기라요. 나는 과거의 굴레를 벗어라 벗어라 그것은 니 잘못이아니다...... 남이사 머라 카든지 서러버도 억울해도 이자 나는 기대고 떠받칠 기둥 하나를 잡은 기라요. 사람답게 살자...... 나는 발못 뺍니다. 나도 이 강산에 태어나서 소리칠 곤리가 있인께요. 형님이 훌륭하고 그 발밑에도 못 가는 거는 지도 압니다. 하지마는 형님! 지 앞에서 울믄 안 됩니다. 형님 우는 거를 보이 조금은 같잖다는 생각이 듭니다. 와요, 지 말이 틀맀십니까?"
"야, 한복아 그기이 정말로 니 말가? 니가 정말로 그런 말을 했나 못 믿겠네?" - P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