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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당나귀 곁에서 ㅣ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평점 :
선운사 풍천장어집
김사인
김씨는 촘촘히 잘도 묶은 싸리비와 부삽으로
오늘도 가게 안팎을 정갈하니 쓸고
손님을 기다린다
새 남방을 입고 가게 앞 의자에 앉은 김씨가
고요하고 환하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오도마니 자리를 지킨다는 것
누가 알든 모르든
이십년 삼십년을 거기 있는다는 것
우주의 한 귀퉁이를
얼마나 잘 지키는 일인가.
부처님의 직무를 얼마나 잘 도와드리는 일인가.
풀들이 그렇듯이
달과 별들이 그렇듯이.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창비2015)]중에서
선운사에 가보셨는지요?
선연한 동백만큼이나 풍천장어집들이 즐비한 그곳의
어느 집 앞에 서 있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시입니다.
그 집의 장어도 먹는 사람을
‘고요하고 환’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음식은 만드는 이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서
먹는 이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요.
그러나,
시의 행간과 자간사이가 이제 육 개월 남짓한 초보에겐 영 닿을 수 없이 멀고도 심오합니다.
‘우주의 한 귀퉁이를’ 지키는 일의 거룩함이
어떤 거창한 세속의 위대함에만 있는 것은 아닌
깨달음을 얻기까지
‘누가 알든 모르든’,‘누가 보거나 말거나’
얼마나 더 가야할지 아득한 것이지요.
그래도,
그.
래.
도.
‘달과 별들이 그렇듯이.’
[두부]에 온 마음을 담아 그저 가보려 합니다.
묵묵히 쭈욱.
여기 콩콩두부家에 오신 그대, 오래 지켜보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