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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에 시를 베다 ㅣ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26
손세실리아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10월
평점 :
문전성시
손세실리아
해안가 마을 길에 찻집을 차린 지 달포
발길 뜸하리란 예상 뒤엎고 성업이다
좀먹어 심하게 얽은 가시나무 탁자 몇
좀처럼 빌 틈 없다 만석이다
기별 없는 당신을 대신해
떼로 몰려와
종일 죽치다 가는
눈 먼 보리숭어
귀 밝은 방게
남방호랑나비
시집[꿈결에 시를 베다(실천문학사-2014)]-중에서
아침하늘(朝天)바다로 향한 찻집
"시인의 집"에 시인은 계십니다.
커피를 내리고 차를 만들고 토스트를 굽고
버섯의 풍미가 살아있는 피자도 가끔 굽지만,
마당의 풀을 뽑고 여린 수선이며
키 작은 채송화를 가꾸는 일에 더 열심이고,
수 만 평 왕왕한 바다정원을 깊고 그윽하게
바라보는 일을 가장 열심이시지요.
늘 복닥복닥할 것 같은 그 찻집에서
"기별 없는 당신을" 향한 기다림이
"눈 먼 보리숭어 귀 밝은 방게 남방호랑나비"를 만나게 했겠지요.
밥집을 차려 놓고 불특정을 향한 간절한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인의 기다림, 외로움을 알 듯도 알 듯도 합니다.
저는 여기서 무엇 무엇을 만나게 될까요?
오늘은 광교산 한 번 올려다보고 목련이 움 터 올 가지
끝을 오래 눈 맞춤했습니다.
꽃등으로 걸릴 목련, 이 봄에 콩콩두부家에서 보실래요.
"문전성시門前成市"의 그날, 그날을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