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견딜 수 없을 만큼 피로해지기 위해 걷는다. 이제 돌아가야 할 집의 정적을 느낄 수 없게 될 때까지, 검은 나무들과 검은 커튼과 검은 소파, 검은 레고 박스들에 눈길을 던질 힘이 남지 않을 때까지 걷는다. 격렬한 졸음에 취해, 씻지도 이불을 덮지도 않고 소파에 모로 누워 잠들 수 있을 때까지 걷는다. 설령 악몽을 꾸더라도 중간에 잠에서 깨지 않기 위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까지 뜬눈으로 뒤척이지 않기 위해 걷는다. 그 생생한 새벽시간, 사금파리 같은 기억들을 끈덕지게 되불러 모으지 않기 위해 걷는다.

                                                                         p90

                                                                      

그런 기억이 있다.

지치도록 걷고

또 걷고

걸었던 길들에서의 시간의 기억을 희랍어 시간에서 확인했다.

가슴, 서늘하게.

한강의 글들은 늘 그렇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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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6-0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걷고 나면 슬픔이 무디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픔의 창이 가슴을 덜 깊숙이 찌르는 듯한 착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얼음물에 발을 담구어 그 순간만은 감각을 무디어지게 했던 어느날 처럼 적어도 걷는 시간, 오로지 걷는 것에 미치는 시간은 조금은 나았던 것 같아요. 환청과 환각같은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

하지만 그렇게 걷고도 악몽은 꾸어졌던 것 같고, 기억들은 어느 틈에선가 다시 침범해버리곤 했지만.. 그래도..

살 것 같았나? 라고 물으면
살 것 같지 못해 걸었다. 그 뿐.. 모르겠어요..



걷고 또 걷고..
그래요. 산님...........




2014-07-07 23:42   좋아요 0 | URL
새벽숲 님
답이 많이 늦었네요. 한달이 지나 버렸으니...ㅠ,
정신 없는 유월이었답니다.
차차 옮겨 보도록하지요. ^^

걷고 또 걷고
그렇게 지냅니다.
일할 때 걷고, 산책 삼아 운동 삼아 또 걷고...

먼 곳에서 잘 지내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