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나라의 난쟁이들 베틀북 그림책 92
오치 노리코 지음, 위귀정 옮김, 데쿠네 이쿠 그림 / 베틀북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아플 때마다 꾸는 꿈이 있었다. 온갖 색깔이 너울대는 비단으로 이루어진 들판을 흐느적 거리며 하염없이 걷던 일명 '비단꿈'. 왜인지는 모르지만 초등학교 저학때까지 나는 늘 비단꿈을 꾸곤 했다. 몽롱한 상태에서 꾸던 그 꿈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

 

책 속의 아이에게 열이 난다. 열이 난 아이에게만 보이는 이불나라의 난쟁이들. "요호레이호~"를 외치며 신나게 스키를 타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춤을 추고, 잔치를 벌이는지 음식을 나르고, 재잘조잘 와글와글 시끌벅적한 모습을 보며 아이는 즐겁게 웃는다. 물론 아이의 입김으로 난쟁이 나라의 잔치는 엉망진창이 되고 난쟁이들은 아이의 존재를 알아챈다.

난쟁이들은 아픈 아이에게 무언가를 하기 위해 열심이다. 나무를 베어서 무언가를 만들고 백조인지 거위를 잡느라 부산스럽고, 톱과 바위로 열심히 만들고 도르르래로 물을 퍼담아 옮겨, 깃털로 만든 부채를 살살 흔들면 물은 눈이 되어 아이의 불덩이 이마위에 펄펄 내린다. 아이와 난쟁이들의 눈 축제 때문인지  한 잠 푹 자고 일어난 아이는 거짓말처럼 열이 내린다. 

 

아픈 아이가 보았던 이불나라의 난쟁이들은 내가 어릴 적 꾸었던 꿈처럼 꿈이었을까? 이렇게 재미있는 꿈을 꾼다면 아픈 것도 감수하겠다 싶을 정도로 아이가 만난 난쟁이들은 평화롭고 즐겁게 살아간다. 그들을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와 아픈 아이의 마음을 기쁘게 해준다.

 

책  소개에도 있듯이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불나라의 난쟁이들은 우리들이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 작가의 착한 상상력이 만들어 놓은 따뜻한 그림이 좋다.

 

"으랑랑, 몽모도몽모, 으가으가, 샤가샤가, 도롱도롱 모롱모롱, 쇼롱쇼롱..." 재미있는 난쟁이들의 말을 따라하며 딸아이와 나는 한바탕 웃는다.

"엄마 난쟁이말 너무 웃겨."라는 딸아이의 말에  따라해보니 진짜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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