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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평양까지 55년

오랜 세월 먼 길 돌아 열린 남북정상회담…세계의 톱뉴스

근현대사신문 19호 2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55년"에 실린 사진

[2000년6월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첫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났다. 2박 3일의 평양 방문을 마친 김 대통령은 ‘6․15남북공동선언’이라는 큰 선물을 안고 순안공항을 떠나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북한의 취재 허락을 받지 못해 서울의 프레스센터에 진을 치고 방북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지켜보던 1,000여 명의 외국 기자들은 ‘지구상의 마지막 정치적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을 잇따라 본국에 타전했다.
김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공군 1호기 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것은 지난 13일 오전 10시 27분. 비행기 앞문이 열리자 김 대통령은 트랩 아래 자리한 김 위원장과 눈인사를 나누며 함께 손벽을 쳤고, 잠시 후 승강구를 내려가 두 손을 맞잡고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나눴다. 약 20분에 걸친 공항 환영 행사를 마친 두 정상은 포드사의 링컨 컨티넨탈 리무진을 타고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도중 차 안에서 사실상 최초의 정상회담을 열었다. 길가에는 60만 명의 평양 시민이 몰려나와 꽃술을 흔들며 두 정상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날 만찬 때 김 위원장은 “망국의 분열로 이어진 20세기 민족사는 외세의 간섭과 그에 영합한 뿌리 깊은 사대주의의 후과”라며 자주 평화통일을 다짐했고, 김 대통령은 답사에서 “21세기는 무한 경쟁의 시대”라면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민족도 남북이 하나 되어 힘을 합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기존의 적십자회담 등 남북 접촉과 달리 양측 최고 책임자가 통일 의지를 한목소리로 밝혔다는 데 역사적 의의가 있다. 불과 1년 전 서해교전으로 충돌했던 남북 관계가 화해의 길로 들어선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지만, 실질 협력의 분야에서는 특히 경제 협력에 거는 재계의 기대가 크다. 김 대통령 자신이 햇볕정책(대북 화해 협력 정책)은 일방적 퍼주기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밝혔듯이 기업인들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국 자본이 북한의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과 결합해 시장을 넓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중략… 구본무 LG회장,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이원호 부회장,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는 조만간 대북 사업을 구체화해나갈 뜻을 밝혔다.
한반도 주변 4강의 주요 언론도 이번 회담을 대서특필해 남북 관계가 세계정세에 끼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워싱턴포스트』는 “남북 화해는 장기적으로 아시아 주둔 미군과 국가 미사일 방위 체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분석했고, 중국의 『런민르바오』는 “평화와 발전이라는 세계적 주류에서 한민족의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중략… 2000년 6월, 세계의 톱뉴스는 ‘한반도’였다.

근현대사신문 현대 19호 2면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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