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람] 편집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자장면이냐 짜장면이냐!
  
(이혜란 글 그림)




이 책 만들면서 짜장면을 한 백 그릇은 먹은 것 같습니다.
이혜란 작가가 어찌나 생생하게 그렸는지 짜장면 그림에서 달콤하고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짜장면 냄새가 나는 것만 같거든요. 게다가 편집부 모두 짜장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누구 입에서든 “짜장…….” 소리만 나와도 침이 고인단 말입니다. 아, 쓰고 있는데 또 짜장면이 먹고 싶네요.
 
짜장면, 이 단어 때문에 ‘백분토론’을 백 번 했습니다.


“역시 짜장면은 짜장면이라고 써야 제맛이야.”
“자장면이라니, 이 싱거운 맛을 어떻게 할 거냐.”
“왜 자장면이라고 쓰고 짜장면이라고 읽냐, 웃기는 짜장이다.”
“아니다, 일단 어문규정이 맞아야 한다.”
“어린이들이 보는 교과서에 자장면이라고 되어 있지 않냐.”
“요리사들이 다 짜장면이라고 읽고 쓰는데, 메뉴판에 다 짜장면 쓰는데, 무슨 소리냐.”
“그럼 본문에는 자장면이라고 쓰고, 말풍선에는 짜장면이라고 쓰면 어떠냐.”
“한 책에 어떻게 짜장면이랑 자장면을 다 쓰냐. 어린이들 머리 아프게.”
“자장면은 그렇다 치자, 간자장은 어떡할 거냐, 뭐라고 읽을 거냐!”
“우리는 나이 먹어서 자장면이 어색하지만, 어려서부터 자장면이라고 읽고 쓴 어린 세대한테는 짜장면보다 자장면이 더 익숙할 수도 있다.”
“안되겠다. 일단 자장면 한 그릇 먹고 다시 이야기하자.”
“이제까지 나온 의견 가운데 가장 좋은 의견이다. 나는 곱빼기다.”



격론 끝에 결국 짜장면이라고 쓰고, 속표지 앞에 ‘일러두기’를 두어 이유를 밝히기로 했습니다.
 
어느 동네든지 짜장 볶는 냄새 솔솔 나는 중국집 몇 개는 꼭 있고, 어느 집이든지 단골 중국집 전화번호가 적힌 광고 스티커 몇 장은 꼭 있습니다. 누구나 추억의 굽이굽이에 짜장면에 얽힌 기억이 한두 개쯤은 있을 테고요. 그런 짜장면을 만드는 사람, 중국집 요리사를 다룬 《짜장면 더 주세요!》는 어린이를 위해 만든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책입니다. 중국집 요리사 아저씨가 아침부터 밤까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요리를 만드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옆에 찰싹 달라붙어 꼬치꼬치 캐물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을 알차게 담은 책입니다. 아니, 꼬치꼬치 캐물어도 알 수 없는 것까지 담은 책이지요. 그래서 더 생생한 책, 감동이 있는 책이고요. 이것은 이혜란 작가이기에 가능했습니다. 이혜란 작가는 중국집 가겟방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중국집 요리사 아버지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중국집 요리사,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를 모두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편집부는 오히려 넘치는 이야기를 덜어내야 했지요. 어린이들에게 맞게 눅이고 녹이는 과정도 필요했고요. 이혜란 작가는 경험을 뛰어넘어 보편에 이르는 이야기들과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사실들을 멋지게 엮어, 정보책이자, 이야기책이자, 그림책인 이 맛깔나는 작품을 잘 버무려 내었습니다.
 
일과 사람을 바라보는 건강한 시선,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하고 지혜로운 총기를 지닌 데다 그림도 잘 그리고 마감도 잘 하는 작가랑 일하기가 어디 쉬운 일입니까? 우리가 바로 그런 작가랑 일했습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우리 복입니다.
만약 책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편집부 탓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둡니다.
 
- 글 <일과 사람> 편집자 심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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