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꽃은 소리없이 핀다

꽃은 어떻게 필까. 꽃은 소리없이 핀다. 꽃은 고요하게 핀다. 고요한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핀다. 꽃은 서두르지 않는다.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그러나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아우성치지 않으면서 핀다. 자기 자신으로 깊어져가며 핀다. 자기의 본 모습을 찾기 위해 언 땅 속에서도 깨어 움직인다. 어둠 속에서도 눈감지 않고 뜨거움 속에서도 쉬지 않는다.  


달이 소리없이 떠올라 광활한 넓이의 어둠을 조금씩 지워나가면서도 외롭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걸 보면서, 꽃도 그 어둠 속에서 자기가 피워야 할 꽃의 자태를 배웠으리라.  


…중략… 
 


봄도 그렇게 온다. 아주 작은 냉이꽃 한 송이나 꽃다지 한 포기도 그렇게 추위와 어둠 속에 그 추위와 어둠이 화두가 되어 제 빛깔의 꽃을 얻는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가 혹독한 제 운명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발견하였을 때 사람들은 봄이 왔다고 말한다.  
발치 끝에 와 발목을 간질이는 어린 풀들을 보며 신호라도 하듯 푸른 잎을 내미는 나무들. 사람들은 그걸 보고 비로소 봄이 왔다고 말한다. 그 나뭇가지 위로 떠났던 새들이 돌아오는 반가운 목소리가 모여와 쌓을 때 비로소 봄이라고 말한다.  


추상명사인 봄은 풀과 나무와 꽃과 새라는 구체적인 생명들로 채워졌을 때 추상이라는 딱지를 떼고 우리의 살갗으로 따스하게 내려온다.  (pp33-35) 
 

 
3월 초 까지만 해도 올해 이례적으로 눈이 펑펑 왔었죠. (눈이 와도 마냥 어린아이들처럼 뛰놀 수 없지마는 그래도 흰 눈을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 ^) 한데, 그렇게 눈이 내리던 3월에도,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낮은 꾸준히 1분씩 길어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조용히 조금씩 찾아온 봄이 이제 제법 봄 다워 졌구나 싶어요. 빈 가지가 점점 무거워 지고 무채색이었던 풍경이 180° 바뀝니다.
잎사귀가 자라거나 꽃이 피는 소리가 있다면 봄은 가장 시끄러운 계절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봄은 어느 순간 새로 돋아나는 잎사귀에도 ‘봄이다!’하며 눈을 반짝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 독자님들도 소리없이 온 봄을 바쁜 중에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봄이라는 생명의 계절을 눈으로 피부로 열심히 즐기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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