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이번 달 주목신간 선정은 어느 때보다도 힘들었습니다. 나름의 주목신간 기준을 약간 낮추고,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신간서적 목록을 모두 뒤져보다보니 구석구석에서 숨겨진 보물같은 책들이 마구 보이더군요. 여름철에 더우니 집에서 책이나 열심히 보세요 라는 출판사들의 배려인건지... 여튼 그 많은 책들 가운데서도 고심하고 간추려서 다섯 권을 뽑아보았습니다! 애초에는, 제가 관심있는 주제들에 대한 책을 이것저것 리스트에 꼽다보니 무려 55권!이나 되었죠. 이 전체 목록은 마이리스트에 따로 추려놓았으니 혹시 다른 책을 더 구경하고 싶으시다면 7월 주목신간 리스트를 참고하시길...
1. 사회과학의 빈곤
피터 윈치는 현대에 가장 유명한 과학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특히 사회과학의 이론적 기초를 확립하는데 큰 공을 세운 사람입니다. 또한 비트겐슈타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목차를 둘러보니, '사회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고유한 답변이 될만한 내용일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대가의 입문서란 언제나 쉬우면서도 어려운 법이지요.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쓰는 것이 바로 대가이니까요.
2. 맹자사설
서양철학은 철학자들이나 그 사상이 시대 별로 고르게 알려져있는데 비해서, 중국철학은 제자백가 이후의 사람들은, 주자나 왕양명, 퇴계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들의 머릿 속에 거의 남아있지 않죠. 공자, 맹자, 순자에 대한 주석만 열심히 달아놓느라 그 시대의 고유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서양철학 전체는 플라톤의 철학에 대한 주석이다.' 라는 화이트헤드의 유명한 말에 비추어볼 때 그것은 편견에 불과합니다. 공자와 맹자에 대한 자신의 주석 속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주석에 대해 다시 자신의 주석을 적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중국의 철학사상가들 또한 해석학적 상상력으로 자신의 철학을 펼쳐나갔습니다. 청나라 초기의 유명한 유학자인 황종희의 책이 번역되어 출판된 것은, 바로 '다른 시대의 유학'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3. 자유의 법 강령
영국은 현재 대표적인 입헌군주제 국가이지만, 영국의 시민혁명 당시에는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으로 나아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재산의 평등분배를 주장하는 가장 급진적인 분파가 디거스입니다. 공산주의의 할아버지쯤 되는 이 사람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그들은 모순적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나가고 싶어했는지는, 여전히 현재 우리에게도 유효한 질문이자 사유의 대상일 것입니다.
4. 한 권으로 읽는 루쉰 문학 전집
정신승리를 구가하는 아Q에 대한 이야기를 썼던 루쉰의 문집이라 일단 주목신간에 넣어봅니다. 특히 수필과 서간문이 들어가있다는 것이 더욱 끌리는 점입니다. 이 책의 두께 만큼이나, 루쉰의 더욱 내밀한 사상의 궤적을 그려볼 수 있게 해줄거라 기대되기 때문이죠.
5. 검은 역사 하얀 이론
탈식민주의는, 우리는 의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우리의 주제여야만 하는 것입니다. 중진국 혹은 선진국의 위치에서 개발의 이점을 향유하며 세계적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이득을 착취하는 위치에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백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탈식민주의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사상가들의 이름만 통해서 단편적으로 알려진 여러 탈식민 이론들을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