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너무 많이 잔 관계로 오늘 아침엔, 일요일인데도 정말 아침에 일어나버렸다. 동생은 애인과 통화중. 밖에 눈 온답신다...오랜만에 커튼을 걷으니 눈이 펄펄 내린다. 집 앞 학교 운동장에도 하얗게 눈이 쌓였다.  엊저녁부터 내렸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잠만 잤다. 조금 전에 통화한 마군은 어제밤 눈 올 때 기념으로 붕어빵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다가 내리는 눈에 과도하게 흥분한 연인을 보면서 자기도 기분을 내보려고 전화기를 들었으나, 생각나는 이가 나 정도에 불과에 기분이 상해 폴더를 닫았다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라도 그랬을 거야, 라고 말해주려다가 그게 네 팔자다,라고 했지만, 그 녀석은 알아듣지 못했다.

내일부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저녁에 약속이 있다. 술 처먹느라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밀린 일들에 또 허덕거리며 며칠 금욕생활을 하겠지. 아, 이런 습관은 내년부터 없애야 해. 왜 일을 몰아서 하냔 말이야. 그래도 어쩔 거야. 올해까지만.

가끔 생각해보면, 지나가버리긴 했지만, 오래 연애한 건 참 잘한 것 같다. 그게 아니었으면 깊은 밤에 남들 연애고민할 때 무슨 말을 했을 거야? 이렇게 밤에 블로그에 무슨 말을 주절댔을 거야? 소설책이나 음악 들으면서 어떻게 마음이 내려 앉을 거야... 이번처럼 앙코르와트에 가서 양조위처럼 벽에 얼굴을 붙이고, 손을 모으고 비밀을 담아놓고 돌아와서는, 얼마 전에 바로 그가 거기를 지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한동안 멍하지도 못했을 거잖아. 참 이상하기도 하지. 별로 슬프거나 애닯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가끔 쿵, 쿵 거리는 거. 뭐든 드라마가 되지 못하고 일상이 되어버리는구나.

작년엔 마군과 퇴행놀이를 하면서 이맘 땐가, 늦은 겨울엔가 시청앞에 스케이트를 타러갔었는데, 올해는 내가 먼저 가자고 해야지. 장갑도 챙기고, 두꺼운 양말도 신고. 그렇게 즐겁고 신나게 보내야지. 올해가 가기 전에 그렇게 놀고, 새 수첩도 사고, 청소도 하고 그래야지. 오늘밤부터 그래야지. 눈 내리고 눈 녹고 눈 어는 오늘 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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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지금 사무실이다. 미친 듯 손과 머리를 놀려 무수한 종이 쓰레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조금 전엔 각성하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이로써 오늘의 다섯 번째 커피 섭취. 너무 늦은 시간이라 커피의 소울메이트인 담배님도 영 제맛은 아니다. 이 작업의 디데이인 목요일이 지나면 송년회의 시작이다. 송년회, 송년회, 송년회... 피곤하긴 하겠지만 송년회, 좋다. 더욱 더 많이 많이 많이!

올 해가 가기 전에 올 해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잘 정리해야 할텐데 하며 벌써 걱정이다. 자산을 탕진하며 해외여행을 두 번이나 한데다가 작은 여행 몇 번. 여행만 정리해도 한 짐 될 것이고, 이래 저래 크고 작은 의미가 있었던 프로젝트 몇 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벌였던 인간관계회복 프로젝트 등. 아 간단히 생각해봐도 나름 뿌듯하기도 하구나. 그러나 깊게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거. 애니웨이, 체력이 하늘에 뻗치려는지, 각성을 많이 해서인지 잠도 안오고! 일도 하기 싫다.

그나저나 마군이 걱정이다. 좌절의 늪에 빠져있을 텐데, 별다른 위로와 격려를 해줄 수가 없다. 워낙 예민하고 눈치가 빠른 녀석이라 사실 내가 입술만 들썩거릴라 쳐도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다 알아버린다. 녀석이 속상한 거 모르는 바는 아니나, 나 또한 그 녀석의 일이 잘 되지 않아 여러가지 의미로 속상하다. 어쨌든 please cheer up.

겨울이라 해가 늦게 뜨니 다행이다. 여름이었으면 조금 있다 고개를 들면 스물스물 해가 들었을 것이다. 아직 밖이 깜깜해서 안도감을 준다. 주절대고 나니, 다시 일할 기운을 얻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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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서 아마도 가장 먼저 (잠에서 깨어서) 맞은 12월의 첫날. 술 마시다 달력이 넘어가는 일은 있었어도 오늘처럼 잠에서 깨어나서 새 달을 맞은 것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인 듯. 새벽 네시 경에 일어나서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고 있다. 물론, 할 일이 있어서 일어난 거지만, 조금 열어둔 창으로 들어오는 쌀쌀한 새벽공기가 좋다.

정말, 보름 내내 거기 있을 생각을 한 건 아니었는데, 꼬박 보름을 캄보디아에 있다가 왔다. 한가하고 느긋하게, 마치 은퇴한 후 연금으로 여행 온 사람들처럼 그렇게 보름을 있었다. 그리고 뭔가 회복, 된 것 같다. 단절이 주는 선물인가 싶다. 그렇게 복잡하던 일들이 강제로 '단절'되고 나니, 새롭게 보이면서 실마리들이 보이는 것 같다. 

같은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거기있는 여름과 여기있는 겨울. 다섯 시간의 비행이 만들어내는 기적이라고밖에 나는 설명 못하겠다. 보름간의 기나긴 이야기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일단, 오늘 친구들부터 만나고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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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앙코르와트에 간다.

'간다'라고 적어 보고는 스스로 다소 의아해 한다. 나는 정말 갈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현실감이 전혀 없다. 삼년 반 만에 찾아온 보름 간의 휴식. 비행기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하고, 관련 도서들을 매일매일 시간 날 때마다 읽는다.

보름의 휴가만을 생각하며 지난 3년을 보내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가 컸던 보름의 휴가이다. 그러나 할 일도 많고, 해결해야 할 인간관계도 많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없는 보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다. 잠을 계속 자도 잔 것 같지도 않고, 잠이 들면 입원하는 꿈을 꾼다. 최근 한 두 달 동안 아침에 멀뚱 멀뚱 시계를 보다가 출근 시간이 지나면 집을 나섰다. 매일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렇다. 뭔가 잘못됐다. 보름이 지나고 나면 좀 괜찮아질까?

달콤한 보름을 보내기 위해 내가 할 일은 너무 많다.  괜히 맡은 일거리 마감 해줘야 한다. 파일을 최소한 다섯 개를 만들어 놔야 한다. 프로젝트 마감해야 한다. 그 전에 수십개의 우편물을 포장해야 한다. 그밖에 잡다한 것들 주르룩. 48시간을 빈틈없이 보내기 위한 계획을 짜야 할 판이다.

수요일에 가볍게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여행 가서는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어려움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갔다 와서는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들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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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두 달 전에 예매한 용재오닐의 콘서트에 조군과 함께 다녀왔다. 월요일부터 컨디션이 엉망이었는데다가 오늘 오후 업무는 정말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예술의 전당까지 갔는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헐떡대는 숨을 대강 고르고 보니, 콘서트홀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오닐의 연주를 들으면서 11월 말의 오전을 떠올렸다. 아침 9시가 좀 넘은 시간, 다소 적막한 집안에서 창문을 활짝 열면 들어오는 늦은 가을, 혹은 초겨울의 맑은 햇살과 청명하고 차가운 공기. 한참 창밖을 바라다 보면 행복하면서도 쓸쓸하겠지. 오닐의 연주가 꼭 그랬다.   

가길 잘 했다. 오랜만에 두 시간 동안 집중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충만한 기분이 들었으니.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좋은 현악기 연주자의 활로 태어나고 싶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현에 올라 타 좋은 음악가의 좋은 심성에 몸을 맡기고 통통 날아다닐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황홀하겠다. 

오늘 밤에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겠지만, 며칠 내 머리와 몸을 감싸고 있던 우울은 음악과 조군과의 수다로 다소 사라져버렸기에 그렇게 나쁘지 않다. 하루 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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