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두 달 전에 예매한 용재오닐의 콘서트에 조군과 함께 다녀왔다. 월요일부터 컨디션이 엉망이었는데다가 오늘 오후 업무는 정말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예술의 전당까지 갔는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헐떡대는 숨을 대강 고르고 보니, 콘서트홀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오닐의 연주를 들으면서 11월 말의 오전을 떠올렸다. 아침 9시가 좀 넘은 시간, 다소 적막한 집안에서 창문을 활짝 열면 들어오는 늦은 가을, 혹은 초겨울의 맑은 햇살과 청명하고 차가운 공기. 한참 창밖을 바라다 보면 행복하면서도 쓸쓸하겠지. 오닐의 연주가 꼭 그랬다.
가길 잘 했다. 오랜만에 두 시간 동안 집중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충만한 기분이 들었으니.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좋은 현악기 연주자의 활로 태어나고 싶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현에 올라 타 좋은 음악가의 좋은 심성에 몸을 맡기고 통통 날아다닐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황홀하겠다.
오늘 밤에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겠지만, 며칠 내 머리와 몸을 감싸고 있던 우울은 음악과 조군과의 수다로 다소 사라져버렸기에 그렇게 나쁘지 않다. 하루 잘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