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해야 하는데,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집에 갈 일이 까마득하다. 밖은 또 얼마나 추울까. 애들도 아니고 졸려서 집에 못가겠다니, 생각해놓고도 어이가 없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올해 하고자 했던 일, 지난 해 하지 못했던 일을 하나 둘씩 해가고 있다. 제 자리 하나를 차지하지 못해 온 방안을 뒹굴던 책들을 위해 책장을 주문했고, 집밥해먹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냉장고도 알뜰살뜰 비워가고 있다. 이게 잘 지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는 모처럼 일찍 끝나 랑페르를 보았다. 시간이 좀 남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영화를 기다렸고, 영화가 끝나고나서는 아주 좁은 오뎅집에 가서 소주도 몇 병 하였다 (와, 몇 병이라니... 올 해는 술도 좀 줄여야겠군). 랑페르는 아마도 평이나 정보를 하나도 보지 않고 보았기 때문에 훨씬 재밌고 무섭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매력적인 여배우들이 여러 명이나 나와 매순간 감탄하며 보았다. 내일은 또 다른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웬 때 아닌 영화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새 마음으로 한 해 시작해 보겠다고, 헤이해진 마음 좀 추스려 보겠다고 한 달만 담배를 안피우기로 했었다. 재작년에 이미 10주년 기념으로 100일 금연도 해 본 터라 나름 자신있는 극기행위였다. 그러나 나의 계획을 알게 된 마군은 이처럼 네가티브한 극기는 없을 거라고 했다. 뭔가를 안하겠다는 것은 뭔가를 하겠다는 것보다 쉽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맞기도 했다. 그래서 뭔가 포지티브한 계획으로 극기를 해야겠다고 새해 시작 6일만에 결심하게 되었다.
매일 조금씩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그 계획이 되었는데, 역시 포지티브의 길의 훨씬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요일 이후로는 손도 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훌륭히 한 해를 보내기 위해서는 조금 힘들고 짜증스럽더라도 뭔가를 '하는' 연초가 되어야 겠다고 다시금 생각해 본다. 근데 뭐가 훌륭한 거지?
자꾸만 잠이 와서 집에 갈 일이 매우 걱정된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