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처럼 비가 온다. 비가 그치면 여름이 올까.

어제부터 핑계를 찾아 다닌 건 아니었을까. 엊저녁엔 그가 열흘이나 꽁꽁 숨겨놨던 참으로 속상한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울었다. 그리고 오늘 낮에는 티비에서 해주는 다큐를 보다가 휴지 한 통을 다 써가며 울었다. 울고 싶을 땐 울어야지. 머리가 아프도록 울고 나니까 밖에 이렇게 비가 오더라. 그러고 보면 이제 나도 정말 나한테 잘해주는 것 같아. 예전에는 울지도 못하게 악을 쓰더니 말이야.

밀린 빨래를 하고, 바닥이 보이지 않던 책상을 치우고, 물걸레로 방바닥이며 책장 구석에 쌓인 먼지를 박박 닦아냈다. 이제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나도 곧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겠지. 또 조금은 달라진 채로 말이다. 결국 이야기가 남는 건가, 내가 남는 건가. 하지만, 대체 어디로 돌아가야 한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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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기보단, 뭐라 할까? 좀 더 근사한 표현이 없을까? 몸은 매우 지쳤지만, 머리는 안피곤한 상태? 무슨 말을 해도 적당하지 않을 오늘밤 나의 상태. 손톱을 깨물을 시간도, 깎을 시간도 없어 그냥 제멋대로 지저분한 상태. 그게 별로 거슬리지 않는 상태. 이 정도면 될까?

나날이 무슨 약에 취한 듯,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집에 돌아오면 쓰러져 잠들기 급급. 오늘은 마저 할 일이 있어 잠들지 못했다.

1. 오늘 너와의 대화는 재미있었고, 나름 긴장감이 있었다. 무슨 말을 어떤 시점에 한다는 것은 확실히 정치적인 일이다. 훨씬 더 주의하고 집중했어야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좀 더 친절한 설명을 하던가.

2.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건 확실히 좋은 일이다. 설령 질투가 오고간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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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잡는다는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소리 빼고는 매우 조용한 밤이다. 끼익끼익 이렇게 소리를 내면서 바이러스를 잡겠다고 움직이고 있다. 요란한만큼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격려를 보내본다.

좀 전에 일 끝나고 맥주 한 잔을 하러 갔다가 세계줄타기대회인가 하는 걸 틀어 놓아서 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 읽은 부초의 탓이 크다. 줄타기를 보면 줄타기로 안보인다. 남은 그저 사는 것을 혼자만 감상에 젖어 난리를 떤다. 이 싸구려 감성을 대체 어찌할 것인지.

얼마 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농담처럼 나는 전혀 쿨한 사람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말았다. 명확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발설하지 않았던 공공연한 나의 비밀.  소중한 비밀을 털어놓고 나니, 더욱 쿨하지 못하게 되었다. 손에 쥐어보지도 못하고 놓친 것들을 틈날 때마다 그리워하거나, 이렇게 밤에 잡설을 갈기는 일. 궁상떠는 이 밤을 어찌할 것이란 말이냐. 놓친 것은 놓친 것이다, 라는 상식적 판단을 뒤집을 묘안을 찾겠다는 불가능한 욕구, 를 어찌할 것이냔 말이다. 불쑥불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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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 잘도 간다. 새털같이 많은 날들, 하루 하루 잘도 간다.

나는 팍삭 늙어버린 것만 같아, 매우 쓰리다.

몸도 마음도 팍삭, 바스스 부서질 정도로 늙어버린 것만 같아, 매우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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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해야 하는데,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집에 갈 일이 까마득하다. 밖은 또 얼마나 추울까. 애들도 아니고 졸려서 집에 못가겠다니, 생각해놓고도 어이가 없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올해 하고자 했던 일, 지난 해 하지 못했던 일을 하나 둘씩 해가고 있다. 제 자리 하나를 차지하지 못해 온 방안을 뒹굴던 책들을 위해 책장을 주문했고, 집밥해먹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냉장고도 알뜰살뜰 비워가고 있다. 이게 잘 지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는 모처럼 일찍 끝나 랑페르를 보았다. 시간이 좀 남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영화를 기다렸고, 영화가 끝나고나서는 아주 좁은 오뎅집에 가서 소주도 몇 병 하였다 (와, 몇 병이라니... 올 해는 술도 좀 줄여야겠군). 랑페르는 아마도 평이나 정보를 하나도 보지 않고 보았기 때문에 훨씬 재밌고 무섭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매력적인 여배우들이 여러 명이나 나와 매순간 감탄하며 보았다. 내일은 또 다른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웬 때 아닌 영화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새 마음으로 한 해 시작해 보겠다고, 헤이해진 마음 좀 추스려 보겠다고 한 달만 담배를 안피우기로 했었다. 재작년에 이미 10주년 기념으로 100일 금연도 해 본 터라 나름 자신있는 극기행위였다. 그러나 나의 계획을 알게 된 마군은 이처럼 네가티브한 극기는 없을 거라고 했다. 뭔가를 안하겠다는 것은 뭔가를 하겠다는 것보다 쉽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맞기도 했다. 그래서 뭔가 포지티브한 계획으로 극기를 해야겠다고 새해 시작 6일만에 결심하게 되었다.

매일 조금씩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그 계획이 되었는데, 역시 포지티브의 길의 훨씬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요일 이후로는 손도 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훌륭히 한 해를 보내기 위해서는 조금 힘들고 짜증스럽더라도 뭔가를 '하는' 연초가 되어야 겠다고 다시금 생각해 본다. 근데 뭐가 훌륭한 거지?

자꾸만 잠이 와서 집에 갈 일이 매우 걱정된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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