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처럼 비가 온다. 비가 그치면 여름이 올까.

어제부터 핑계를 찾아 다닌 건 아니었을까. 엊저녁엔 그가 열흘이나 꽁꽁 숨겨놨던 참으로 속상한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울었다. 그리고 오늘 낮에는 티비에서 해주는 다큐를 보다가 휴지 한 통을 다 써가며 울었다. 울고 싶을 땐 울어야지. 머리가 아프도록 울고 나니까 밖에 이렇게 비가 오더라. 그러고 보면 이제 나도 정말 나한테 잘해주는 것 같아. 예전에는 울지도 못하게 악을 쓰더니 말이야.

밀린 빨래를 하고, 바닥이 보이지 않던 책상을 치우고, 물걸레로 방바닥이며 책장 구석에 쌓인 먼지를 박박 닦아냈다. 이제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나도 곧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겠지. 또 조금은 달라진 채로 말이다. 결국 이야기가 남는 건가, 내가 남는 건가. 하지만, 대체 어디로 돌아가야 한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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