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왔다. 5개월에 걸친 작업을 마친 다음날 밤, 예정대로 떠났다, 그리고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겨울의 바닷가, 우리가 묵었던 통나무집, 우리가 부른 노래, 우리가 들은 노래, 우리가 춘 바보같은 춤들.
이렇게 지난 며칠은 벌써 '추억적'이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사가 풀린 듯,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공동작업을 한다는 건, 행복하면서도 분명 두려운 일이었다. 반드시 결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시간 때문이거나, 의견 때문이거나 어쨌든 사사로운 다툼들이 관계를 균열낼까봐 가끔은 그렇게 두려웠던 것이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 어느 때 보다도 안정된 마음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라니... 이건 정말 내게 일어난 최고의 기적이다.
작업 겸 해서 떠난 몇 번의 여행길, 길에서 만난 사람들, 동고동락하던 가을의 작업실. 그 모든 것이 우리가 읊조리던 넬의 노래처럼 '너무 완벽해'라고 할 수밖에.
5개월간 마신 소주, 5개월간 나눈 이야기들, 5개월간 생긴 새로운 습관들.
한 동안은 지난 5개월을 떠올리며 마음 뜨끈하게 웃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흘러간 5개월이 또 얼마나 그리울까. 벌써부터 아련한 2007년 7월부터 11월의 장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