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 없어질까 걱정했던 맥주 페트병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업무종료시간 이후, 역시 숨겨두었던 칼몬드를 꺼내어 저녁겸 해서 주워먹었다. 과히 맛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뭐 그리 나쁠 것도 없는 월요일 저녁식사 아닌가.

칼퇴근하라고 소리치던 후배도 나가고, 부업을 하러 간 선배도 나가고 이제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이다. 나름 책파는 블로그에 서평 따위 안올린 지 오래되었다는 자책도 금새 지나가고, 또 별 이유도 별 알맹이도 없는 페이퍼나 쓰고 앉았다.

뜨거운, 그러나 비오는 여름을 보내고 갑자기 싸해진 아침공기가 낯설게 느껴질 무렵, 그러니까 바로 요즘. 길거리를 걸으면서 꺼이꺼이 창피한 줄도 모르고 눈물 콧물 흘리다가 알았다. 내가 많이 힘들어한다는 사실. 그러고 나니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하늘을 찔렀다. 민망하고 또 민망하였으나, 마지막 남은 자존감으로 울고 있는 나를 좀 내버려 두기로 했다. 토요일 워크샵에 다녀온 이후로는 잠만 진탕 자다가, 핸드폰에 내장되어 있는 스도쿠퍼즐을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하다가 그렇게 보냈다.

할 일이 많다는 건 핑계고, 사람들이 밉다는 것도 핑계고, 오로지 지금, 그냥 이런 나를 위해서 애도했던 지난 목요일 저녁. 애도는 무언가를 보내고 치르는 예의이니, 어쩌면 지금 나는 예전과는 좀 달라져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몇 년에 한 차례씩 보내고 마는 초저녁의 뜬금없는 애도 행위. 지나고 보니, 그런 때를 기점으로 나는 조금 더 성장해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이십대, 지나간 설레임, 지나간 어떤 열정, 지나간 어떤 기회, 지나간 어떤 사람. 모든 지나간 것들. 모든 지나간 것들에 대해 나로서는 충분한 애도를 표했으니, 이제 다시 살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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