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21일 새벽에 2005년 6월 2일의 일기를 다시 읽으며 경과보고를 하기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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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2일 목요일 새벽
아직 날이 밝지는 않았지만, 이제 겨우 6월 2일을 시작하지만, 일기를 쓰기로 한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 오늘까지 나는 하루도 쉬지 않고 술을 마셨다. 그것도 적당히가 아니라 충분히.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노는 것은 즐겁지만, 계속 이런 상태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술을 자제하기로 한다.
오는 6월 6일이면 담배를 핀 지 만으로 10년이 된다. 날짜를 기억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변태같다고 하지만, 어쩔 것이냐, 기억이 나는 것을. 하숙방에서 혼자 뒹굴거리다가 술자리 정리하다 우연히 내 가방에 들어 온 담배를 갖고 장난쳤던 날이 너무나 선명히 기억이 나는 것을. 그날 그 창밖에 개똥냄새가 나던 것까지 기억이 나는 것을.
어찌되었건 내 인생에 꼬박 10년이면 인연이 너무 길다 싶어 이제 그만 담배와 헤어지기로 하였다. 내 인생의 중요한 성장기에, 화가 나거나, 기쁘거나, 슬프거나 언제나 함께 했던 것이고,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것이지만, 사람이 그렇듯, 담배도 언제까지나 내 것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헤어져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담배마저 나에게 집착이 된다면, 너무나 슬플 것이다.
이번 주는 그런 의미에서 이별주간이다. 아마도 다음주까지도 나는 마음이 많이 아플 것이다. 오랜 연인을 떠나보냈을 때보다, 솔직히, 마음이 더욱 아프다.
말없이 나를 위로해 주던 그것. 그 부드러움. 그 따스함.
하지만,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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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이후, 6월 6일 자정을 기하여 나는 담배와 이별하였다. 사실 중간에 몇 대 피우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좀 변명이라도 해보자면, 호기심에서였다. 이렇게 며칠만에 만났는데도 여전히 그 맛이 그 맛인가, 가 궁금했다면 말이 될라나.
어쨌거나 경과를 알기 위해 피웠던 담배들도 다섯까치는 되지 않으니 금연중이라고 말해도 별로 부끄러웁지는 않겠다. 게다가 근 한 달은 전혀 태우지 않았으니.
인생이 너무나 태평하여 스스로 극기훈련을 하기로 하고 금연을 하였으나, 예상외로 그렇게 괴롭지도 않다.
실은, 나는 왜 괴롭지 않은지 안다.
나의 금연은 담배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에 잠시 유난을 떨어주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걔랑 영영 이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코어, 뜻대로 되는 것은 담배 하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