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4일 새벽 날씨 개인 것처럼 보임

"정말 내리고 싶지 않아." 예전에 전철 혹은 버스로 한참을 다녔어야 했을 때는 일을 하러 갈 때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나 나는 언제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릴 정류장이 다가오면 올수록 나는 정말 내리지 않을 사람처럼 마음을 다잡곤 했었다. 그래, 오늘은 전철노선 끝까지 가야지, 버스종점까지 야지. 그리고 마치 몰랐다는듯, 낯선 표정을 해가지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려야지. 놀란 사람처럼 허둥거려야지. 그러다 이내 포기한 채로 낯선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야지.

하지만 시간에 늘 쫒기고 있었던 나는 한 번도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친 적이 없었다.

 

지금도 나는 어디론가 계속 가고 싶다. 계속 계속 가고 싶다. 그곳이 어디인지 끊임없이 살피고, 어디로 갈 것인지 끊임없이 정하고, 혼자서 쉬고, 혼자서 자고, 혼자서 먹으면서 그렇게 계속 가고 싶다.

넌 어디가 좋니? 뭐가 좋니? 이런 질문을 누군가 나에게 해오면,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항상 같았다.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 좋아. 여기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좋아."

여기를 떠난면 저기가 곧 여기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항상 나는 여기만 아니면,을 달고 지내왔다. 지금도 그렇다. 딱히 큰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여기만 아니면...

 

며칠 전부터 밤마다 웹서핑을 하느라고 난리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그래 이년이면 약발이 다 될 때도 되었지. 예전에 비닐봉투에 주스를 담고 빨대를 꼽아 마시던 기억, 그리고 낯선 거리를 헤매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가 온 것이다. 사무실에서 어떤 일이 나의 발목을 잡아도,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어도 아랑곳하지 말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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