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박, 말고는 좋은 게 하나도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와 박은,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볼품 없었지만, 둘 다 서로에게만은 빛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마 우리는, 영악하게도 그 순간이 영원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곧 끝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그 순간은 당연한 순서처럼. 끝났다.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흘려보낸 시간이 몇 년이었다. 그렇게 계속 예전을 떠올리면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 그런 흉내라도 좀 내보려고 했었다. 우리는 예의 바른 편이었으니까.
빈 좌석이 더 많았던 극장에서 [언두]를 보았다.
사랑은 그렇게 끝난다. 아무리 묶어 두려고 해도. 아무리 묶고 묶어도. 누가 누구를 묶는 것이 아니라, 누가 누구에게 묶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그렇게 서로를 묶다가 퍼뜩 정신이 드는 것이다.
[언두]의 마지막 장면. 거미줄처럼 얽힌 끈 사이로 묶여 있던 모에미가 사라졌다가, 유키오가 묶여 있다가, 다시 모에미가 얽힌다.
옛날 얘기다.
* You Kiss - Remedios(UNDO OST/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