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전 - 상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 544
홍승 지음, 이지은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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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산 학술명저번역총서는 못 참죠...!!!

그나저나 이 총서 주로 소명출판에서 나오는 줄 알았더니만, 이 출판사에서도 나오네요.


작가는 명청교체기 한인 신사이지만 딱히 절개파는 아니었던 모양으로, 조부와 부친도 청에 벼슬을 했고 본인도 국자감생까지 올랐으나 빈궁해지면서 극작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작가의 흥미로운 점은 같은 소재를 가지고 작품을 쓰면서 주인공과 주제를 달리 합니다. 시리즈(?) 첫 작품인 [침향정]은 이백의 시점으로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그리는 한편 당 현종을 칭송하였으나, 이어 [무예상]에서는 이필([장안 24시]의 더블 주인공이네요!) 시점에서 당 현종이 양귀비에게 빠져 나라가 기울게 만듦을 비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양귀비를 주인공으로 삼아 당 현종과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었으니 연회나 기방에서 이 노래가 아니면 연주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모아 공연료도 폭등.

하지만 강희제가 황가의 기일에 이 작품을 공연한 일을 두고 불경스럽다며 처벌한 까닭에 작가도 출세길이 막히고 낙향합니다. 그러나 [장생전]은 오히려 더욱 유명해졌으니, [홍루몽]의 작가 조설근의 조부도 그를 초청해 [장생전]을 함께 관람했다지요.

작가는 술에 취해 물에 빠져 죽었다는데, 공교롭게도 그 날이 양귀비의 생일인지라 양귀비가 그를 아껴 데려갔다는 소문마저 돌았다고 합니다.


서문에서는 그밖에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그린 작품도 소개합니다. 잘 알려진 이백의 [청평조], 두보의 [여인행], 두말할 필요 없는 백거이의 [장한가].... 뿐만 아니라 제목만 전해지는 것도 40여 종, 내용까지 전해지는 작품은 20여종에 이른다고 하니 그만큼 양귀비와 당현종의 사랑이 엄연히 나라 말아먹은 사실이 있다 할지라도 작품의 서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으로 사람 마음을 울리는 것이겠지요.


무릇 정이란 금석을 감동시키고, 천지를 돌이키고, 태양처럼 빛나며, 청사에 길이 남는다네. 보라, 신하의 충성과 자식의 효심은 모두 정에서 말미암고, 성현 공자께서 일찍이 시경을 편찬하실 적에 정풍과 위풍을 삭제하지 않으셨으니 ...

각 척(중국 연극의 막)마다 말미에 주석을 달아 문학적 표현, 역사적 사건, 인물의 역사적 행적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한 점도 아주 좋네요!


작품의 전개는 꽤 빠릅니다. 3척에서 이미 안록산이 등장하고 상권의 마지막 부분인 24척은 안사의 난, 25척이 양귀비 절명씬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장한가전]에서 따온 듯, 양귀비가 봉래의 옥비로 신선이며 지상으로 귀양 왔다는 설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같은 장르 중에는 당 현종 또한 천상의 공승진인이라 유배되어 왔다는 썰도 있다니, 실제 역사에서 두 사람이 도가를 숭앙하기에 만들어진 설일 거라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심 주제는 '예상우의곡'.... 수당시대 도교의 법곡으로 당 현종이 음색을 가다듬어 즐겨 연주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천상의 노래로 이 노래를 지상에 전파하기 위해 봉래옥비를 지상으로 보냈다는 설정. 그리하여 꿈 속에서 양귀비를 천상으로 불러들여 곡을 전수하니, 양귀비는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여 악보를 써냈을 뿐 아니라 그 곡으로 춤까지 추니 이름하여 예상무. 매비의 경홍무를 발라버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토록 재능 넘치는 양귀비는 사랑에 있어서도 양보하지 않아서, 현종이 언니인 괵국부인과 동침하자 사가로 되돌려보내지지만 머리채를 잘라 현종에게 보내어 총애를 되찾습니다. 같은 짓을 건륭제의 계후인 호이파라나 씨가 했다가 폭망한 일을 떠올리면 과연 진짜 경국지색은 클라쓰가 다르다고밖엔....

그리고 현종이 매비를 취화서각에 불러 회포를 풀자 득달같이 들이닥쳐 난리치는 데도 현종은 절절 맵니다. 이후 매비는 개구멍으로 쫓겨나다시피 해 분사했다는 간단한 서술. 양귀비와 총애를 겨루다가 밀려났다는 워낙 기구한 운명인 만큼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도 꽤 있다는데요, 안사의 난 때 참살당해 매화나무 아래서 시신으로 발견되거나 비구니가 되어 현종과 재회하거나 한다죠.


좌우간 이렇게 현종의 사랑을 독차지한 양귀비이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여지를 운반하는 파발마가 벼이삭을 죄다 밟아버리고 맹인 점쟁이도 밟아죽이고, 공을 다투는 파발꾼들이 역참의 역인을 두들겨패는 장면도 생생하게 공연합니다. 이 꼴을 보고도 사랑을 응원하고 싶니 견우직녀야....


물론 그 응보로 안사의 난이 터져 양귀비가 자진합니다만. 인과응보! 나무삼!

일단은(?) 자진할 때에도 현종은 만류하는데 양귀비가 스스로 희생하는 묘사네요.


현종은 고통스러워하면서 피난을 가다가 촌로 곽종근이 바친 맥반(잡곡을 갈아서 익힌 밥)을 받고 맛없다고 징징거립니다. 피난행궁에서 단향목으로 양귀비의 목상을 만들어 통곡하거나 합니다.(여친 피규어?) 송 휘종이 생각나는 묘사이지만 그래도 곽종근의 충언에 귀기울이는 묘사가 있으니 이것이 주인공 가오일까요?

이 곽종근은 난이 평정된 것을 축하하고자 화산에 향을 올리러 가던 중 양귀비의 비단 버선을 주워 구경거리로 삼는 광경을 보고 혀를 차며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이런 기개 있는 사람이 일개 촌부에 머무르니 당이 망하는 겁니다~

또 안록산이 변절한 신하들과 연회를 즐길 때 비파를 던져 공격한 뇌해청 같은 인물이 일개 악공에 머무르니(이하생략) 어쩌면 당 왕조에 변절한 자, 당 왕조에 충성을 바치는 자들을 묘사하여 작가가 건륭제에게 밉보였을지도 모르겠군요.


난이 평정되고 현종은 양귀비의 가묘를 이장하여 무덤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그녀의 유체를 남자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여공을 모으는데 사람이 부족해서 남자가 여장하고 슬그머니 끼여드는 개그씬이 유쾌합니다.

하지만 가묘를 파봐도 양귀비의 시신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이미 그녀는 봉래선자라는 원래 신분 덕분에 천상으로 올라간 것이었죠.(괵국부인이며 양국충의 혼은 지옥 익스프레스 탔는뎅....) 결국 양귀비가 정표로 준 향낭만 목갑에 싸서 이장했을 따름.


결국 현종은 미련을 못 버리고 도사 양통유를 불러 양귀비의 영혼을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양통유는 유체이탈까지 해가며 그녀의 행방을 찾다가 직녀를 만나고, 현종이 양귀비를 배반한 줄 알고 빡쳐 있던 직녀는 양통유와 견우가 설득하여 분노를 풀고 양귀비의 소재를 가르쳐줍니다. 양통유와 만난 양귀비는 생전의 시신과 같이 묻었던 정표인 금채와 전합을 증표로 주고, 천보 10년 장생전(드디어 타이틀 회수!)에서 칠월칠석 견우직녀성으 보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에피소드 또한 들려줍니다.

마침내 태진옥비(양귀비)가 천상의 신들 얖에서 예상우의곡을 연주하기로 한 날 현종도 승천! 두 사람이 공승진인과 봉래선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두 사람의 진실한 사랑에 감동한 천상의 신들의 배려로 천계에서 영원히 사랑하며 지냈다는 결말-


......당 왕조의 쇠락은? 백성들의 고통은? 커플충 폭사해라....!!!


이렇게 된 이상 당 현종을 디스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지 않으면~ 힘내세요, 한국연구재산 학술명저번역총서 관계자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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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지다 - 상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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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한 바와 같이 진냥의 신선조 탐구 그 두 번째,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입니다. 참고로 처음에 작가가 이시다인 줄 알았는데 아사다였습니다... 서가에서 얼마나 뺑이를 쳤는지 생각하면 안습

어쨌든 작품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읽게 된 계기가 [타올라라 검]의 반발이었던 만큼 비교를 안 할 수 없어서 한 마디 올리자면

이게 훨씬 더 제 취향

세간의 평에 의하면 아사다 지로는 독자에게 더욱 공감을 주는 언어로 글을 쓰는 작가라고 하는데, 정말로 명불허전. [타올라라 검]을 읽을 때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신선조의 이념 성誠이라는 것이 확 와닿지 않겠습니까. 감탄했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의 구조는 일종의 액자 형식으로, 신선조가 활약했던 시대에서 수십 년 후 어떤 신문기자가 한 신선조 대원의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내용입니다만, 막부 말도 지나 메이지와 다이쇼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당시의 삶을 바로 비춰보이고 있는 듯한 현장감이 있달까요. 전 이 현장감이 마음에 들어서 견딜 수 없습니다. 예아-!

그리고 말단 무사의 생활이라든가 무사의 가족들의 생활... 이런 것들도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이것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신선조 자체에 대해서도.... 신선조가 미친듯이 칼부림하면서 말하는 무사도=ㅅ=나, 대의를 위해 모였으면서도 배신과 할복이 끊이지 않았던 그 짧은 역사를 짚어보자면 뭐가 대의고 어디에 무사도가 있냐 싶지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당시 신선조에 몸담았던 나이대도 지위도 다른 몇몇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해석했던 무사도, 신선조의 대의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있습니다. 엄청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뭐래도 주인공, 요시무라 간이치로라는 이름의 사무라이지요. 사료상으로는 이름자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불면 날아갈 듯이 가벼운 비중의 인물입니다만 작가는 이 인물에 자신의 설정을 붙여 일종의 가공의 주인공으로 가다듬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행적만을 보자면 대단한 것이 없습니다. 문무에 모두 뛰어나다고 해도 가난한 말단 무사로 탈번했고, 가진 돈을 모두 털어 가족들에게 보내며 자신은 궁색한 생활을 하고, 도바 후시미 전투에서 좀 활약하는 듯 싶더니 전투에서 패하자 자신이 떠난 번의 저택에 들어가 할복한다는- 보기에는 뭐가 대단하냐 싶지만, 작가는 이러한 그의 삶을 여러 사람의 눈을 통해 여러 각도로 보여주면서 그가 품었던 대의를 독자에게 각인시킵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한편으로는 난부 번의 말단 무사이자 도쿠가와 막부의 신하로서 최후의 대의를 지키는.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그것을 추구했고, 또 이루어내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졸라짱쎄고머싯는투명사무라이여따 모든 사무라이들은 그에게 반해따'..라는 것이 되버립니다만 뭐... 가공의 인물이니까 이정도는 봐줄 수 있습니다. 소설적인 허용이라는 겁니다(....)


이 작품의 재미 중에 하나는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이야기에 더불어 입에 오르는 신선조 간부들. 보통은 이게 메인입니다만 곁다리로 나오는 것도 안주스러워서 좋달까요... 저는 술은 안 마시지만영.....

근데 여기서 무지 매력적이었던 게 화자로도 등장하는 신선조 3번대 조장 사이토 하지메.

신선조 소설이니 만화니 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 유형의 사이토 하지메를 보았습니다만

.....이렇게 성격 최악인 사이토 하지메는 처음 보았습니다....

아니 그런데 인간 말종이라고 해도 멋있게 말종이랄까요. 인간 자체를, 세상 자체를 싫어해서 견딜 수 없어하면서도,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는 알고 있다는 느낌. 흔히 나오는 싸구려 판타지 물의 보스처럼 '인간은 모두 납흔 놈이다 ㄳ'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인간의 아름다운 점도 옳은 점도 알고 있으면서도 증오하는 그 근성. 그 통찰력과 각오는, 어지간한 악당 캐릭터는 명함도 못 내밀 만큼 멋있었습니다.

.......이 작품이 워낙 요시무라 모에라서 결국 사이토 하지메도 홀랑 넘어갑니다만...... 이건 사실 저도 좀 보기 뭐시깽이했슴다...

애 셋 딸린 유부남 만세...(아득한 눈)


신선조의 처음과 끝을 모두 알게 해주는 작품은 아닙니다만, 제삼자로서 신선조의 생생한 모습을 즐기고 싶다면 오히려 이 작품을 권하고 싶군요.

재미있었습니다! 예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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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여인들
버지니아 라운딩 지음, 김승욱 옮김 / 동아일보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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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많이 읽게 되는군요. 이런 종류의 책....

그러니까, 매춘부의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고급 매춘부의 이야기지요.

사실 제목만 보고 뭔가 싶어 서가에서 뽑아내어 휘릭 훑어보고서는 대출할 마음을 먹은 것은, 고급 매춘부에 대해 어느 정도 흥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급 매춘부를 주인공으로 한 유명한 에밀 졸라의 [나나]도 열심히 읽었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열심히 읽은 겁니다...OTL

과연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제 2제정의 파리와 그 부패상에 대해 참으로 면밀하게 서술하고 있었습니다마는.

제가 그 작품 속에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OTL

전 여자라구요?! 나나의 나이스 바디♡에도, 그 나이스 바디에 열광하는 남자들 기분도 관심 없어요!!! 게다가 나나의 내면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불모지....

그때까지는 막연히 고급 매춘부의 지적이고 요염한 자태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만, [나나]를 읽고 몇 할은 날아가버렸습니다.

헌데 공교롭게도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프랑스 제 2제정을 전후한 시기에 이름을 떨친 고급 매춘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리 뒤플레시스, 라 파이바, 아폴리니 사바티에, 코라 펄.

당대의 지도자급 인사들과 관계를 가지고 수많은 문인 및 예술가를 매료시킨 여성들이지요.

그들이 태어난 출신에서부터 생애를 마칠 때까지의 행적을 쭉 나열한 일화들을 읽고 있자니... 어딘지 기시감이 드는 것이....

알렉상드르 뒤마의 [춘희]의 마르가리타를 비롯해서 에밀 졸라의 [나나]등, 당대의 작가들이 지은 작품에서 등장하는 고급 매춘부의 이미지에 이들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아니, [춘희]의 경우는 대놓고 마리 뒤플레시스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고.... 하지만 책에서 해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고결한 마르가리타의 이미지가 반넘어 뒤마의 창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마리 뒤플레시스가 얼마나 교묘하게 순결한 (듯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었느냐 하는 점이지요.

그와 마찬가지로, 자연주의의 대표 작품으로서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나나]입니다만, 결국 당대의 고급 매춘부- 무엇보다도 매춘부의 전형적인 단점이라고 여겨지는 점을 주로 골라 모아서 나나라는 여성을 창조하여 단점만 있는 그녀에게 반감을 가지도록 짜여졌다고밖에 여길 수 없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게 명백히 드러나죠.

실제로 고급 매춘부는- 제가 아는 고급 매춘부래봐야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네 사람의 여성이 다입니다만- 나나처럼 미모 외에는 흠잡을 데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전파하는 데에 능숙했던 마리 뒤플레시스, 고급 매춘부에서 상류 계급으로 격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또 성공한 라 파이바, 당대 최고의 문인들을 자신의 살롱으로 불러모았던 아폴리니 사바티에, 나나와 가장 비슷하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자서전을 낼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했던 코라 펄.

가장 쾌락을 사랑하고 고급 매춘부의 미모에 찬사를 보낸 파리였지만, 그 이면에는 고급 매춘부를 결코 같은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이중구조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낮은 계급 출신으로서, 여성으로서는 결코 스스로 신분을 끌어올릴 수 없는 엄중한 계급사회에서, 올바르게 살았다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손에 거머쥐기 위해 살았던 여성들.

...전 꽤 고지식한 인간입니다만 그녀들을 칭찬은 할 수 없을지언정 비난 또한 할 수 없습니다.

비교해보면 요즘은 정말 행복한 시대로군요....(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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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올라라 검 1
시바 료타로 지음, 이길진 옮김 / 창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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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러 가지 매체로 유명한 일본 막부 말기의 검객집단 '신선조'. 진냥 세대라면 [바람의 검심]으로 시작했을 것 같은데 어떠신지? ..아무튼 요즘은 신선조에 대한 만화도 많이 나오고, 영화도 있고, 일본의 문화에서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무수히 다루어지는 신선조라는 것의 정체를 우리나라 사람이 접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세상입니다.

...라고 해도, 한국인이니까 더더욱 잘 모르겠지만.

신선조에 개인적인 인상을 말하라고 한다면 역시 '사무라이'로군요.... 근대로 나아가는 시대 속을 마치 시간을 역행이라도 하는 양 칼을 휘둘렀던 '사무라이'랄까요. 요는 닥치고 칼부림(....)

......대화로 해결하자 대화로....

......죄송합니다 평화주의자인 진냥으로선 무리였어요OTL(거짓말)

음 여하튼.

신선조에 대한 소설로서 가장 유명한 시바 료타로의 이 작품.

신선조라고 하지만 주인공은 신선조의 부장이었던 히지카타 도시조. 신선조를 창시하고 운용하는 데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며, 유명한 구성원이 거의 모두 죽거나 이탈하거나 배신할 때에도 신선조를 지탱하고 있었지요. 결국 이 사람의 죽음으로 신선조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만다- 라는 느낌이군요.

그런 배경에, 작가가 워낙에 힘을 줘서 히지카타 도시조를 그려놓았기 때문에 정말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져 있습니다. 검술도 뛰어나고 목적을 위해서는 냉혹하리만큼 철저하지만 근본적으로 열등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엄청 서투른 데가 있는 남자로 그려집니다. 그런 점이 사랑=ㅁ=)/에 의해 바뀌어간다는 전개도 잔잔해서 좋았어요.

....그런데.....

이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이 묘하게 안 맞는달까, 신경쓰인달까....

정신적 균형이 무너진다고나 할까....

히지카타 도시조에 관한 이야기를 쓸 때에는 소설답게 쓰면서, 다른 인물에 대해 쓸 때에는 대충 쓰는 티가 좀 나는 데다 '이런 말이 있었다'하고 사료를 대강 인용하는 느낌이....

역사 소설이면 소설이고, 역사 개론서면 개론서지, 어느 쪽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서술방식 뭐야!!!

제가 느끼기로서는 소설적인 재미와 역사로서의 설득력을 양손으로 거머쥐려는 얄팍한 술수로 보여서 짜증이.. 짜증이이이이이

오히려 역사소설이었다면 닥치고 좋아할 수 있는데 말이지요. 역사소설 주제에 사실을 이야기하는 연한다거나, 개론서 주제에 소설 쓰는 것은 정말이지 참기가 힘들군요=ㅁ=

뭐.... 그런 점만 머릿속에서 뭉갤 수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너무 히지카타 도시조에게 올인하는 그 스타일도 열받으니까 조만간 이시다 지로의 [칼에 지다]를 읽어야겠습니다. 캿캿=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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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옛이야기 - 조지프 제이콥스 시리즈 1
조지프 제이콥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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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는 재미있지요.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문화와 지역을 불문하고 비슷한 소재가 있는 것을 보면 인류를 연결하는 어떤 것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신기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문화와 지역을 반영한 독특하고 개성있는 이야기도 있지요. 전설과 민담을 다루는 책이라면 제법 많이 읽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구태의연한 듯한 옛날 이야기 속에 읽어도 읽어도 새로운 재미와 소재가 발굴되어서 즐겁습니다.

그래서 두터운 [영국 옛이야기]도 즐거운 마음으로 대출했습니다. 저명한 민속학자 조지프 제이콥스가 각고의 노력을 거쳐 수집한 민화에 그에 꼭 어울리는 삽화를 곁들인 책입니다. 번역을 하면 이해하기 힘들어지는, 운율이 있는(달리 말하면 운율밖에 없는) 이야기도 과감하게 실어주어서 그 점도 고맙군요.

[영국 옛이야기]에서 느낀 것이라면... 역시 여왕과 여성 수상의 나라 영국. 여자의 자활을 그린 이야기가 많습니다. 세상에서 성공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나는 이야기도 소녀가 주인공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 무렵 영국에서는 페로나 그림 동화의 영향을 받아 신데렐라의 구성을 지닌 이야기들이 많습니다만, 이 '신데렐라'들이 꽤나 파워풀합니다. ...그건 상관없는데 구혼자를 등쳐먹는 일은 그만둬줘.....

아 그리고 그리고... 옛날 이야기라고 하면 어린애들에게 들려주는 일이 많으니까 말이죠. 후대에 전해지는 것은 애들용으로 교육적으로 각색된 것이 많은데... 조지프 제이콥스는 이 책에서 원전에 충실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용이... 내용이...

예를 들어 주인공(주로 어린아이)가 어떤 이유로 거인의 집에 찾아가기로 합니다. 배고파하는 주인공을 가엾게 여긴 거인의 아내는 집에 들여주고 밥도 주지요. 그런데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이 돌아와서 주인공을 잡수시려고 합니다만 주인공은 꾀로 거인을 물리칩니다.

이 과정에서 적당히 선량했던 거인의 아내도 참살

...이런 이야기가 몇 편 있습니다. 덜덜..... 과연 마더구스의 나라=ㅅ=

이 조지프 제이콥스의 옛이야기 시리즈는 또 있는 모양입니다. 다음 편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옛이야기]. 기대되는군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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