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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의 방문객 - 러브크래프트 코드 3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광섭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서문화사에서 펴내기 시작한 러브크래프트 총서. 표지 일러스트가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것에 마음이 동하여 대출하였습니다. 덧붙여 미용실에 롤 스트레이트 하러 가서 시간 때우느라 읽기 시작했는데, 미용실 직원분이 굉장히 수상해하는 눈으로 표지를 쳐다보시더군요. 허허허.
감상을 굳이 이야기하자면....
...더 이상 러브크래프트 작품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먼 눈)
온갖 기괴한 외계생명을 창조하는 상상력의 탁월함은 인정하겠지만... 그것을 독자에게 어필하는 능력이 어쨌거나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주관과 객관의 괴리. 주관은 대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계의 어둠과 괴기를 접하는 인간의 공포와 광기를 묘사하고 있는데, 딱 잘라 말해 그것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객관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계의 어둠과 괴물의 설정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이게 전자의 공포를 죽여버려요....OTL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시간으로부터의 그림자]에서는 어떤 위대한 존재와 정신을 교환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위대한 존재 몸 속에 들어간 주인공의 체험담도 너무 설명 일색에 제한적입니다. 보통 그런 일을 당하면 눈 앞의 다른 문명의 다른 생물에게 뭔가 질문을 하거나 이야기를 걸지 않나!? 그들의 감정이 어떻게 표현되고 사고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보다 그들의 수상쩍은 정신교환 시스템에 대해 줄줄 늘어놓고만 있으니 무척 실감이 떨어집니다...OTL
그나마 괜찮다고 여겼던 것은 [하얀 범선]이라는 단편이군요. 환상과도 같은 항해를 묘사한 러브크래프트적인 오딧세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악마들의 축제]도 다른 작품에 비해 설명이 훨씬 적은 만큼 좀 더 공포스럽고 오싹한 데가 있더군요. 러브크래프트씨, 제법 할 수 있잖아! 그러나 비율상으로 볼 때 설명투성이 비호러소설이 훨씬 많아요...OTL
어쨌든 러브크래프트 소설이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1. 아는 사람이 미국의 아컴이라는 마을에 간다고 하면 때려서라도 말릴 것. 세계의 괴이한 일의 50% 이상이 여기에서 일어남.
2. 아는 사람이 아컴의 미스카트닉 대학에서 유학한다고 하면 두들겨패서라도 말릴 것. [네크로노미콘]같은 극악한 문제도서를 태연하게 소장하고 있는 대학도서관이 있음.
3. 아는 사람이 [네크로노미콘] 같은 책을 읽고 있다면 그 책을 빼앗아서 그걸로 흠씬 패준 다음 책이 너덜너덜해지면 불에 태울 것. 그게 그 사람의 가족친지와 세계평화를 위해서 유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