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지다 - 상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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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고한 바와 같이 진냥의 신선조 탐구 그 두 번째,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입니다. 참고로 처음에 작가가 이시다인 줄 알았는데 아사다였습니다... 서가에서 얼마나 뺑이를 쳤는지 생각하면 안습

어쨌든 작품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읽게 된 계기가 [타올라라 검]의 반발이었던 만큼 비교를 안 할 수 없어서 한 마디 올리자면

이게 훨씬 더 제 취향

세간의 평에 의하면 아사다 지로는 독자에게 더욱 공감을 주는 언어로 글을 쓰는 작가라고 하는데, 정말로 명불허전. [타올라라 검]을 읽을 때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신선조의 이념 성誠이라는 것이 확 와닿지 않겠습니까. 감탄했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의 구조는 일종의 액자 형식으로, 신선조가 활약했던 시대에서 수십 년 후 어떤 신문기자가 한 신선조 대원의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내용입니다만, 막부 말도 지나 메이지와 다이쇼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당시의 삶을 바로 비춰보이고 있는 듯한 현장감이 있달까요. 전 이 현장감이 마음에 들어서 견딜 수 없습니다. 예아-!

그리고 말단 무사의 생활이라든가 무사의 가족들의 생활... 이런 것들도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이것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신선조 자체에 대해서도.... 신선조가 미친듯이 칼부림하면서 말하는 무사도=ㅅ=나, 대의를 위해 모였으면서도 배신과 할복이 끊이지 않았던 그 짧은 역사를 짚어보자면 뭐가 대의고 어디에 무사도가 있냐 싶지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당시 신선조에 몸담았던 나이대도 지위도 다른 몇몇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해석했던 무사도, 신선조의 대의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있습니다. 엄청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뭐래도 주인공, 요시무라 간이치로라는 이름의 사무라이지요. 사료상으로는 이름자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불면 날아갈 듯이 가벼운 비중의 인물입니다만 작가는 이 인물에 자신의 설정을 붙여 일종의 가공의 주인공으로 가다듬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행적만을 보자면 대단한 것이 없습니다. 문무에 모두 뛰어나다고 해도 가난한 말단 무사로 탈번했고, 가진 돈을 모두 털어 가족들에게 보내며 자신은 궁색한 생활을 하고, 도바 후시미 전투에서 좀 활약하는 듯 싶더니 전투에서 패하자 자신이 떠난 번의 저택에 들어가 할복한다는- 보기에는 뭐가 대단하냐 싶지만, 작가는 이러한 그의 삶을 여러 사람의 눈을 통해 여러 각도로 보여주면서 그가 품었던 대의를 독자에게 각인시킵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한편으로는 난부 번의 말단 무사이자 도쿠가와 막부의 신하로서 최후의 대의를 지키는.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그것을 추구했고, 또 이루어내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졸라짱쎄고머싯는투명사무라이여따 모든 사무라이들은 그에게 반해따'..라는 것이 되버립니다만 뭐... 가공의 인물이니까 이정도는 봐줄 수 있습니다. 소설적인 허용이라는 겁니다(....)


이 작품의 재미 중에 하나는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이야기에 더불어 입에 오르는 신선조 간부들. 보통은 이게 메인입니다만 곁다리로 나오는 것도 안주스러워서 좋달까요... 저는 술은 안 마시지만영.....

근데 여기서 무지 매력적이었던 게 화자로도 등장하는 신선조 3번대 조장 사이토 하지메.

신선조 소설이니 만화니 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 유형의 사이토 하지메를 보았습니다만

.....이렇게 성격 최악인 사이토 하지메는 처음 보았습니다....

아니 그런데 인간 말종이라고 해도 멋있게 말종이랄까요. 인간 자체를, 세상 자체를 싫어해서 견딜 수 없어하면서도,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는 알고 있다는 느낌. 흔히 나오는 싸구려 판타지 물의 보스처럼 '인간은 모두 납흔 놈이다 ㄳ'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인간의 아름다운 점도 옳은 점도 알고 있으면서도 증오하는 그 근성. 그 통찰력과 각오는, 어지간한 악당 캐릭터는 명함도 못 내밀 만큼 멋있었습니다.

.......이 작품이 워낙 요시무라 모에라서 결국 사이토 하지메도 홀랑 넘어갑니다만...... 이건 사실 저도 좀 보기 뭐시깽이했슴다...

애 셋 딸린 유부남 만세...(아득한 눈)


신선조의 처음과 끝을 모두 알게 해주는 작품은 아닙니다만, 제삼자로서 신선조의 생생한 모습을 즐기고 싶다면 오히려 이 작품을 권하고 싶군요.

재미있었습니다! 예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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