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하층민
임웅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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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드라마 로마ROME도 이슈가 되고 있고, 마침 이런저런 책도 읽었기에 고대 로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터라, 서가에서 발견하자 생각않고 대출한 책입니다. 고대 로마에서 대표적으로 하층민이라 할 수 있는 검투사, 매춘부, 도시빈민, 소작인을 중심으로 로마의 하층민 실상을 파악하는 것이 내용.. 이라 할 수 있겠군요.

사실 당대 현장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면 타키투스를 비롯한 당대 저술가들의 작품이나, 좀 더 전문적으로 다룬 책 쪽이 훨씬 재미있지요. 이 책의 경우에는 검투사를 다루는 부분은 장면 묘사가 많이 들어가다가 매춘부나 소작인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전공을 피력하기라도 하는 양 법학적인 고찰로 들어가서 뜨억..=ㅁ=

그보다 인상이 깊었던 것은 책의 저자의 논지였습니다. 현대 사회의 빈민문제에 비추어 고대 로마의 대도시 빈민문제를 주지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매춘의 정의와 개념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인지하는 데에 있어서 적용되는 이중규범을 지적하며 어째서 그것이 극복해야 할 문제가 되는지 일목요연한 서술은 상당히 감명깊었습니다. 물론 제 주관이 들어가서 저자의 견해를 흐릴 우려는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누구나 막연하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을 분명한 주제로 끌어내어, 그것을 기반으로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늘상 잡문을 끄적거리고 있지만 성과는 없는(쓴웃음) 진냥으로서는 상당히 공부가 되었습니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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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프리마투르
리타 모날디.프란체스코 소르티 지음, 최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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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앙꼬양(가명)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추리물을 빙자한 역사 서스펜스 드라마랄까요.

작품은 '코모' 주교라는 인물이 옛 제자였던 가톨릭 시성청 장관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합니다. 코모 주교가 알고 지내던 두 남녀가 17세기 프랑스 사제의 서류 속에서 어느 회고록을 발견해 그것을 토대로 소설을 집필했는데, 자신이 결혼식까지 올려주었던 두 사람은 종적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소설의 내용이 진실이라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황 이노켄티우스 11세의 시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하고 말하는 편지지요. 작품은 이렇듯 편지와 함께 동봉된 소설을 제시하는 액자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뜬금없이 제 이야기입니다만.... 진냥은 이런 종류의 소설에 약합니다.

이때의 약하다는 좋아한다, 무서워한다의 의미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약합니다....

......그래요, 마이클 크라이튼의 [시체를 먹는 사람들]도 주석이 그럴싸하다는 이유로 실제 존재하는 여행기가 아닌가 하고 실컷 헛다리 짚었다구요-!!!!!!ㅠㅠ

이 작품도 혼자서 마구 헛다리 짚다가 앙꼬양에게 진위 여부를 물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받은 대답은 '당연히 뻥이심'이었지만.

으흑.... 속았어.... 농락당했어....


눈물을 닦고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작시면....

작품 속의 '회고록'이자 소설 '본문'은, 이탈리아 로마의 한 여관에서 시작됩니다. 한 노인이 원인불명의 죽음을 맞이하고, 관원에서는 그것을 페스트라고 단정짓고 여관을 격리조치하지요. 그리고 회고록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여관 사환은 카스트라토 출신의 사제와 함께 그 비밀을 파헤칩니다. 그러나 그 비밀이 감추고 있었던 것은 프랑스와, 교황청과, 그리고 서구 세계의 중심부가 오스만 투르크의 창칼에 위협받고 있는 일촉즉발의 국면의 핵심이며, 나아가- 생명의 신비였던 것입니다....

허술한 점이 없잖아 있지만('신비의 장벽'의 실체며, 도대체 손바닥만한 여관에 서구 유럽의 진실을 아는 사람이 꽉꽉 들어차있질 않나) 여러 모로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교묘하게 꾸며진 무대도 그렇고요.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은 주인공의 신체적 조건이었습니다. 이게 마지막에야 뚜렷하게 서술된다고는 하나, 이토록 불완전한 주인공은 어느 소설이라도 드물 것입니다.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엔딩도 인상이 깊었습니다.

두께는 퍽 두껍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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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관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6
오구리 무시타로 지음, 추영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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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대도감]에 언급된 작품이라 읽을 기회를 노리다가 도서관에서 동서문화사 판을 입수했습니다!

.....아니 잠만요.... 표지 뭐죠..... 기괴, 그로, 에로틱이라는 건가요 뭔가요...

그래서 조카 돌볼 때나 직장에는 가지고 다니지 못하고, 집에 두고 읽느라 완독까지 상당히 걸렸습니다. 그렇다고 단박에 달릴 만큼 제 기호인 것도 아니고..... 힘들었네요=ㅅ=

대저 추리소설이라 함은 재미 있고 없고를 떠나 결말(범인?)이 궁금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신기할 만큼 그것이 없었습니다=ㅁ=

제 기호야 어쨌든 일본 장르문학계에서는 3대 기서(다른 두 권은 [도구라마구라], [허무에의 제물]이라 하네요)라 일컬어지는 작품으로 팬 중에서는 '전쟁터에 가게 되면 성경이나 불경이 아니라 이 책을 가지고 가겠다'라고까지 단언한 사람도 있답니다. 아니.... 대개 전쟁터에서 성경이나 불경을 지님은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의 공포에서 조금이라도 의지할 곳을 찾기 위함일 텐데 이 막장 드라마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까요... 아니면 오타쿠 마음으로 극복?

배경은 후리야기 가문의 성관. 이 후리야기 가문은 전국 시대 덴쇼 소년 사절단의 일원이 카테리나 디 메디치(??!!)와 간통을 하여 태어난 사생아에게서 이어진 가문입니다. 그 13대손이 흑사관을 세운 산데쓰. 그러잖아도 유럽뽕 먹은 가문에서 아주 주화입마라도 제대로 당한 건지 유럽을 유학하면서 의학과 오컬트를 연구했으며, 4명의 어린애를 입양해 흑사관(원래 흑사병 걸린 사람을 격리하던 시설이라네요)에 감금하다시피 키우면서 4중주 악단을 만듭니다.

그런 신데쓰가 의문의 자살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악단의 일원인 그레테 단넨벨그가 기이한 모습의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기묘한 살육극의 막이 오르는 것입니다....!!!

탐정 역할을 하는 인물은 노리미즈 린타로. 역사와 의학, 각종 고전에 해박한 인물로 전직 수사국장이며 현재는 형사 변호사... 라고 하는데요....

....제가 파트너인 현직 수사국장 구마시로였다면 진작에 턱에 한 방 먹였습니다(....)

입만 열면 어찌나 장광설이 쏟아져나오는지. 더욱이 그 장광설을 장광설로 맞받아 응수하는 인물이 계속 등장하는 점도 이 작품을 읽을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일 겁니다. 당신들 왜 이리 잡지식 많아??!!

스포일러 라인입니다=ㅅ=


뭐,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흑사관은 하나의 거대한 인간 재배 실험장.

악단의 4명은 흉악범과 사형수 중 특징적인 두개골을 가진 자의 유족 중 젖먹이를 데리고 온 거라나요. 올리거 클리보프만이 나중에 착오가 발견되었지만 일종의 대립항으로 쓰고자 했는지 남겨두었다죠.

.....사형수 중 특징적인 두개골을 가진 사람들 중에 젖먹이 유족이 있는 인물의 확률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점, 그걸 일본의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변태 아저씨에게 넘겨줄 가족이 얼마나 있겠느냐 하는 점은 뭐 넘어가고....

그 와중에 노리미즈의 추리는 계속 헛다리를 짚고(반성도 안 하고 매번 장광설 발싸! 함은 물론입니다) 범인은 도저히 동기를 종잡할 수 없고.

총체적으로 재미없었습니다...=ㅅ=

.....제가 추리소설 독자로서 마이너한 걸까요, 이미 작가의 시대는 지나버린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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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유목문화와 민속 읽기
박환영 지음 / 민속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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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이유는 없지만 몽골 관련 소재에 열광하는 진냥인지라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하자마자 부리나케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사실 관심 밖인 사람들이 봐도 재미있냐고 물으신다면 결코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실제로 몽골에 체류하면서 사례를 채집 연구한 사람의 저서라서 그런지 굉장히 충실하긴 합니다만, 논문을 위해 저술한 내용인지라 사회학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쓰여져서 보통 흥미로 보기에는 좀 괴로운 감이 있더군요. 주제가 몽골이 아니었다면 진냥도 그만 읽고 치웁니다ㅜㅜ

몽골이라고 하면 대개 야만적인 정복왕조를 연상하기 쉬우리라고 생각합니다만.... 몽골 문화에는 야만과는 좀 다른, 이를테면 '의외'라고 할 수 있는 일면이 있습니다. 칭기스칸 시대 몽골의 역사서로 유명한 몽골비사도 딱딱한 산문적인 서술이 아니라 운율이 있는 시 같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감탄스럽지요. 몽골 민속 관련 책에 소개된 몽골의 속담과 경구는 전혀 동떨어진 문화를 영위하고 있는 우리들이 봐도 무릎을 칠만한 절묘한 것들이 왕왕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세월에는 꺾여도, 슬픔에는 부서지지 말아라.

숲은 산을 장식하고, 학자는 나라를 장식한다.

진리가 힘이 있는 나라의 백성은 행복하다.

스스로 넘어진 아이는 울지 않는다.

파괴는 건설보다 쉽고, 말은 행동보다 쉽다.

사람의 생각은 머리수만큼 있다.

연장자를 공경하되, 연소자도 공경할 수 있게 하라.

세상에서 가장 많은 세 가지는 무엇인가. 땅에는 뿌리가 많고, 하늘에는 별이 많고, 바다에는 물이 많다.

이런 점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몽골의 문화가 좋아져요.... 딱 잘라 마이너이지만 말입니다(먼 시선)

민속원 출판사는 이런 마이너한 소재들을 마구 출판해줘서 좋군요. 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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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의 노래
나카니시 레이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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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체님의 추천을 받아 읽기로 한 국내출판 게이샤 시리즈의 대미(누구맘대로). 과연 추천받을 가치가 있었달까, 게이샤 시리즈 최강의 게이샤가 주인공입니다.

.....아이하치씨 귀여워요오오오오오

아이하치씨! 아이하치씨! 아이하치씨!(연호한다)

뭇 게이샤들에 비해 외모가 출중하지도 않고, 게이샤답게 나긋나긋한 데가 없고, 연모하는 사람이 우스꽝스러운 일을 하면 정떨어져 하는 데도 있습니다만, 이게 정말 인간적이라서 매력입니다. 게다가 게이샤로서는 보기 드물게 도의심과 절개도 지니고 있고, 노래로 승부하기도 하고 말이죠. 미네코나 사유리나 좀 얼굴로 승부하는 파라서...(먼 눈)

다른 작품에 견주어 이 작품이 독특한 것은 아이하치가 게이샤로서 한창 대성할 때를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나가사키로 들어가는 데에서 시작해서 가장 화려할 부분을 건너뛰고 이제 노숙한 게이샤가 되었을 때, 학자인 고가 주지로를 만나는 것이 주가 되어 있습니다. 고가 주지로는 게이샤의 노래를 비롯하여 나가사키의 민요를 채록하려 하고, 그것을 위해 뛰어난 샤미센 실력을 가진 아이하치에게 도와달라고 하지요. 아이하치는 고가 주지로에게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랑을 느낍니다만- 기묘하게도 두 사람은 한 번도 맺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비련으로만 남지 않은 것은, 두 사람의 마음이 '나가사키 부라부라 부시'라는 노래를 찾아내고 노래하면서 세상 어느 연인보다도 강하게 엮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모를 좋아하는 아이하치. 게이샤 일로 받은 팁을 꽃 파는 어린애들에게 떠넘기는 아이하치. 오유키를 자신의 딸처럼 아끼는 아이하치. 고가의 부인에게 질투가 아닌 존경과 친애를 느끼는 아이하치. 친부모라고 여긴 가족들이 생판 남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하늘 아래 땅 위에 혈육 하나 없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아이하치.

나가사키의 바닷바람처럼 노래하는, 사랑스러운 사람.

술자리에 부른다면 아이하치씨.. 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어울리고 싶은 여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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